
<훌라 걸스>
잿빛 마을에 아름드리 수 놓인 소녀들의 춤사위
사람이 꿈을 꾸는 행위에는 언제나 낭만이 깃든다. 삶이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꿈을 꾸는 사람은 꿈에 가닿는 모든 순간을 즐거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달콤한 이상의 세계를 부유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를 머금으면서 동시에 가슴이 시큰해지곤 한다. 잿빛으로 가득한 탄광촌에서 태양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화사한 하와이안 댄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훌라 걸스>는 꿈꾸는 자의 여정이 왜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는지 보여준다. 에너지 사업의 전환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탄광 마을에는 100년의 역사가 무색하게도 당장 내일 먹고살 걱정에 시름이 한가득 쌓여있다. 생존 앞에 투쟁을 불사하는 어른들의 눈에는 물색없이 춤이나 추겠다는 소녀들이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가운 탄광 마을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며 춤사위를 익혀 나가는 소녀들의 열정은 결코 한철 지나갈 장난스러운 마음이 아님을 영화는 소녀들의 성장을 통해 항변하고 있다.
영화는 자신들의 꿈을 지켜나가는 ‘훌라 걸스’의 일원들을 주목한다. 그중 키미코(아오이 유우)가 보여준 꿈 꾸는 소녀의 강인함이 인상적이다. 영화 속 중심인물인 키미코는 단짝 친구 사나에(토쿠나가 에리)의 권유로 함께 훌라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다. 영화의 초반, 연습을 시작하는 장면을 보면 키미코는 단원들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태도로 춤을 배워 나간다. 훌륭한 댄서가 되겠다는 엄청난 포부가 키미코에게는 애초부터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도쿄에서 온 훌라 댄서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의 춤에 매료된 탓인지, 아니면 춤을 익혀갈수록 재능을 느낀 탓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키미코는 훌라 댄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때 그 사람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을 키미코의 춤사위를 보며 느낀다. 소포를 건네주러 연습장에 온 엄마 치요(후지 스미코)를 보고도 키미코는 인사 대신 공연에 올릴 춤 연습을 이어나간다. (치요의 강력한 반대에 맞서 키미코는 집을 뛰쳐나온 상태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치요의 시선을 통해 키미코의 춤을 감상한다. 처음의 엉성한 춤사위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능숙하고 현란한 키미코의 독무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철없는 막내딸이 언제 저렇게 아름답게 컸는지 놀랍고도 대견스러웠으리라.
하지만 소녀들을 둘러싼 탄광촌의 현실은 여전히 시리도록 차갑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평생 탄광에서 일한 광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하고, 남은 이들도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갱도에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한다. 광부의 아픔은 고스란히 그들의 딸인 소녀들에게 녹아들어 간다. 사나에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꿈에 그리던 훌라 걸스 공연을 함께 오르지 못하고, 사유리는 광산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소녀들이 함께 이러한 아픔들을 이겨내고 서로를 지탱해 왔음을 지켜보았기에 웃음과 눈물이 가득한 훌라 걸스의 공연을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대신 춤을 추겠다는 사유리의 의지(아버지가 그것을 바랄 것이라는 확신으로)를 함께 짊어지고 공연에 올랐던 동료들은 다시금 무대에 올라 서로 미소를 나누며 춤을 춘다. 독무를 장식하는 키미코는 사나에가 선물한 꽃핀을 머리에 꽂고 무대에 올라 그녀(사나에)와 함께 춤을 추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조반 하와이안 센터 개장행사의 ‘훌라 걸스’ 공연은 영화의 대미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무대 위에 오른 ‘훌라 걸스’는 이전에 엉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유려하고 아름다운 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소녀들의 춤사위에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영화의 안팎에서 소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공연을 준비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슬픔과 절망에 압도되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때마저 소녀들은 끝끝내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경쾌한 춤사위를 펼쳐 나간다. 그렇기에 무대 위에서 뜨거운 태양처럼 빛나는 소녀들을 바라보는 관객이 느끼는 감동에는 가슴 벅찬 환희와 가슴 저릿한 위로와 응원이 한데 섞여 있다. 더불어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찬란하게 빛났던 꿈을 서서히 잃어가는 우리에게 ‘훌라 걸스’의 춤은 잠시간, 아주 잠시간 잃어버린 꿈을 향해 날아오를 용기를 건네고 있다.
-관객리뷰단 박유나
<훌라 걸스>
잿빛 마을에 아름드리 수 놓인 소녀들의 춤사위
사람이 꿈을 꾸는 행위에는 언제나 낭만이 깃든다. 삶이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꿈을 꾸는 사람은 꿈에 가닿는 모든 순간을 즐거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달콤한 이상의 세계를 부유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를 머금으면서 동시에 가슴이 시큰해지곤 한다. 잿빛으로 가득한 탄광촌에서 태양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화사한 하와이안 댄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훌라 걸스>는 꿈꾸는 자의 여정이 왜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는지 보여준다. 에너지 사업의 전환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탄광 마을에는 100년의 역사가 무색하게도 당장 내일 먹고살 걱정에 시름이 한가득 쌓여있다. 생존 앞에 투쟁을 불사하는 어른들의 눈에는 물색없이 춤이나 추겠다는 소녀들이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가운 탄광 마을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며 춤사위를 익혀 나가는 소녀들의 열정은 결코 한철 지나갈 장난스러운 마음이 아님을 영화는 소녀들의 성장을 통해 항변하고 있다.
영화는 자신들의 꿈을 지켜나가는 ‘훌라 걸스’의 일원들을 주목한다. 그중 키미코(아오이 유우)가 보여준 꿈 꾸는 소녀의 강인함이 인상적이다. 영화 속 중심인물인 키미코는 단짝 친구 사나에(토쿠나가 에리)의 권유로 함께 훌라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다. 영화의 초반, 연습을 시작하는 장면을 보면 키미코는 단원들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태도로 춤을 배워 나간다. 훌륭한 댄서가 되겠다는 엄청난 포부가 키미코에게는 애초부터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도쿄에서 온 훌라 댄서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의 춤에 매료된 탓인지, 아니면 춤을 익혀갈수록 재능을 느낀 탓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키미코는 훌라 댄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때 그 사람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을 키미코의 춤사위를 보며 느낀다. 소포를 건네주러 연습장에 온 엄마 치요(후지 스미코)를 보고도 키미코는 인사 대신 공연에 올릴 춤 연습을 이어나간다. (치요의 강력한 반대에 맞서 키미코는 집을 뛰쳐나온 상태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치요의 시선을 통해 키미코의 춤을 감상한다. 처음의 엉성한 춤사위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능숙하고 현란한 키미코의 독무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철없는 막내딸이 언제 저렇게 아름답게 컸는지 놀랍고도 대견스러웠으리라.
하지만 소녀들을 둘러싼 탄광촌의 현실은 여전히 시리도록 차갑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평생 탄광에서 일한 광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하고, 남은 이들도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갱도에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한다. 광부의 아픔은 고스란히 그들의 딸인 소녀들에게 녹아들어 간다. 사나에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꿈에 그리던 훌라 걸스 공연을 함께 오르지 못하고, 사유리는 광산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소녀들이 함께 이러한 아픔들을 이겨내고 서로를 지탱해 왔음을 지켜보았기에 웃음과 눈물이 가득한 훌라 걸스의 공연을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대신 춤을 추겠다는 사유리의 의지(아버지가 그것을 바랄 것이라는 확신으로)를 함께 짊어지고 공연에 올랐던 동료들은 다시금 무대에 올라 서로 미소를 나누며 춤을 춘다. 독무를 장식하는 키미코는 사나에가 선물한 꽃핀을 머리에 꽂고 무대에 올라 그녀(사나에)와 함께 춤을 추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조반 하와이안 센터 개장행사의 ‘훌라 걸스’ 공연은 영화의 대미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무대 위에 오른 ‘훌라 걸스’는 이전에 엉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유려하고 아름다운 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소녀들의 춤사위에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영화의 안팎에서 소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공연을 준비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슬픔과 절망에 압도되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때마저 소녀들은 끝끝내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경쾌한 춤사위를 펼쳐 나간다. 그렇기에 무대 위에서 뜨거운 태양처럼 빛나는 소녀들을 바라보는 관객이 느끼는 감동에는 가슴 벅찬 환희와 가슴 저릿한 위로와 응원이 한데 섞여 있다. 더불어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찬란하게 빛났던 꿈을 서서히 잃어가는 우리에게 ‘훌라 걸스’의 춤은 잠시간, 아주 잠시간 잃어버린 꿈을 향해 날아오를 용기를 건네고 있다.
-관객리뷰단 박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