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토크]<룩킹포>│ 김태희 감독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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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킹포> 씨네토크 

2024.12.07


초청 : 김태희 감독

진행 : 김성춘 감독 (MBC 강원영동 라디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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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 연출을 한 김태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성춘 : 노래가 굉장히 많이 나왔죠? 어떤 노래가 가장 좋으셨을까요?


관객 1 : 반딧불.


김성춘 : 개인적으로 김준배 배우님이 불렀던 ‘대머리가 되어가네’ 노래가 너무 와닿아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모든 노래가 재미있고, 즐거웠고, 또 꽤 볼만 한 그런 작품이었어요. 우선 시국이 어수선한데,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한 분도 안 계시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었고, 잠시 후 5시에 탄핵소추안 진행이 되잖아요. 저도 오기 전까지 뉴스만 보다가 왔거든요. 하필 날을 잡아도 이렇게 딱 좋을 때 날을 잡아서. 이게 사실 저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좀 감안해 주시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뭐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토크도 진행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 그리고 또 관객분들의 궁금증들을 여쭤보는 시간을 가질까 해요.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우리나라 영화 중에 뮤지컬 영화를 딱 세 편 봤어요. <인생은 아름다워>, <다세포 소녀> 라는 작품들을 본 이후로 이 작품을 봤습니다. 세 작품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솔직하게 <룩킹포>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다세포 소녀>는 너무 난해했었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좋긴 한데 너무 정형화 돼 있었어요. 근데 이 <룩킹포> 같은 경우는 락음악도, 취향적으로도 꽤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감독님을 좀 알아봤어요.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또 열심히 했습니다. 감독님이 원래는 뮤지컬 배우로 첫 데뷔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맞으신가요?


김태희 : 따지자면 퍼포먼스 쪽이 공식적 데뷔에요. 에딘버러페스티벌이라고 있는데, 거기서 한 연출이 제 첫 연출이었어요. 축구 같다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망했죠. 공이 너무 어렵더라고. (웃음)김성춘 : 감독님께서 굉장히 다재다능해요. 뮤지컬, 연극에서 연기랑 연출, 그리고 직접 독립 영화 감독도 하고 심지어는 무술 감독님까지! 몸 쓰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김태희 : 몸을 써야 외국어 능력이 없어도 해외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웃음) 어렸을 때는 스타 되기도 어려울 것 같았고, ‘그럼 열심히 해가지고 해외나 좀 돌아다니자’ 이렇게 생각했죠. 언어가 배제된 작품들을 하면 가능하니까 열심히 했죠. 그래서 몸이 많이 망가져 있어요. 김성춘 : 혹시 엔딩 크레딧 보셨을까요? 제작, 각본, 감독, 촬영, 편집, 다 감독님이 하셨어요. 일인다역을 하셨는데, 우선 이 작품이 2022년도에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선정이 되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으신 거잖아요. 어떻게 하게 됐는지부터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김태희 : 영화에 중식이로 나온 중식이라는 친구를 2013년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러다가 이 친구가 만드는 <나는 중식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있는데 되게 독특하고 재밌어요. 되게 용기 있게 한 거예요. 그래서 친해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워지던 중이었죠. 제가 뮤지컬도 하다 보니까 느낀 건, 노래라는 걸 만들기도 어렵지만 구하기도 어렵단 말이죠? 돈을 줘야 되니까. 사실은 중식이한테도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한 5년 전부터 했는데, 그때는 각자의 일이 있었고. 근데 시간이 가다가, 이제 좀 더 가면은 왠지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중식이한테 나이 먹으면 더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으니까 하자고 했죠. 그냥 빨리 숙제하듯이 치우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중식이와 저와의 연결고리를 빨리 치우고 싶었어요. 그래야지 새로운 것들이 또 발생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렇게 있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더더욱 이때 마무리 못 지으면은, 이상한 감정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 해서 시작하기로 했죠. 원래 배우들한테도 미리 얘기를 해놨었었고. 우선 돈 없이 찍으려다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있잖아요. 그래서 배우들한테, 만약에 선정이 안 돼도 찍겠지만, 한번 내보고 선정이 되면 배우들한테 진행비를 줄 수 있으니 좀 기다려 달라고 했죠. 그래서 좀 기다려 달라고 하고 했는데, 앞에 부분까지는 술술 잘 풀렸죠.


김성춘 : 기획부터 제작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한 2년 정도 걸렸죠?


김태희 : 따지면은 2년 정도 걸린 거죠. 중간에 안 하고 있을 때도 있는 거니까. 시작을 기점으로 한다 치면, 2년 정도를 끌어안은 거죠. 개봉이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한 거죠.


김성춘 : 저는 감독님의 패기와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뮤지컬 영화를 찾기도 힘든데, 심지어 요 근래 외국 뮤지컬 영화 2편이 개봉했습니다. <조커: 폴리 아 되>, 다행히 폭망했어요. (웃음) 그래서 꽤 안심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근데 얼마 전이죠? <위키드>. 심지어는 배우가 ‘아리아나 그란데’예요. 솔직히 신경 쓰였죠?


김태희 : 제발 좀 신경이 쓰였으면 좋겠어요. (웃음) 세상에 그 어떤 영화들이 개봉을 해도 하나도, 하나도 신경이 안 쓰여요. 왜냐하면, 저는 완전 다른 영화여서 재밌어요. 그러니까, 모든 독립영화들도 마찬가지로 제가 느꼈을 때는 우리는 경쟁의 구조 속에 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경쟁의 구조 속에는 절대 있지 않아요. 영화들 자체가 요즘은 그런 것 같아요.


김성춘 : 적어도 실험적인 느낌은 강한 거죠. 저는 이번 작품 보면서 ‘한국 뮤지컬 음악 영화 중에 이렇게 실험적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좀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작품이 됐던, 뮤지컬 영화는 장르 특성상 국내에선 한 번도 흥행이 된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뚝심과 패기, 그리고 열정 같은 게 어느새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뮤지컬이었을까요?


김태희 : 예전에 작업을 하다 보면, 주위에서 장르 영화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근데 다들 마음속에는 이런 것들을 막 찍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드라마로 더 많이 집중을 하고요. 그런데 또 보면, 드라마를 되게 잘 찍는 감독님들이 계시고 드라마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실험적인 것들이 당연히 돈이 든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는 경우를 몇 번 봤었거든요. 그래도 제가 무술 감독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해 봤다 보니까, 만약 도전해 보면 또 누군가 봐서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좀 더 나은 것들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어떠한 책임감 때문은 아니지만 뭔가를 발생시켜 보고 싶은 생각들은 또 있는 거예요. 그리고 도전해 보면 많은 영화들은 있지만, 이런 영화는 없으니까 역으로 틈새 시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성춘 : 100% 틈새시장입니다.


김태희 : 틈새시장인데, 너무 틈새여서. (웃음) 사람들이 찾기가 너무 힘들 뿐이지, 그런 생각들도 같이 하면서 했죠. 그리고 제가 그렇게 뮤지컬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좋은 작품들은 좋아하지만, 좋은 작품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뿐인 거죠. 근데 50 먹고 뮤지컬 영화 찍긴 좀 그래 가지고. 그래서 30대 때 빨리 치우고 싶었습니다.김성춘 : 솔직히 저도 뮤지컬을 뜯어말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어요. 우선 음악을 구해야 되잖아요. 그 다음에 음반에 믹싱을 해야 되고, 사운드를 해야 되고. 제가 방송국에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화면에 그림을 입히는 일이에요. 화면과 그림을 입힌다는 건 정말 어려워요. 그림이 맞아야 되는데, 안 맞는 경우도 있고. 또 비트에 맞게 편집을 한다고 해도, 그게 또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굉장히 믹스나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부분인데, 그러려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뮤지컬 영화 한다고 하면 죽은 것 같은 거 말릴 텐데’라는 생각을 좀 했거든요.


김태희 : 이제 정중식 군도 나오지만, PD로 나온 음악 감독님께서 그분이 음악적인 모든 것들을 하셨죠. 처음에는 중식이가 많은 것들을 할 거라고 상상을 하고선 같이 했는데, 하지만 음악을 준 것만으로도 가장 큰 걸음을 했죠. 사실 기술적인 것들은 다 우주비 형님이 다 하신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까지는 제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가 없잖아요. 이 형은, 자기는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이 두 놈이 와 가지고 한다고 하니, 이거 안 할 수도 없고 그냥 했다고. (웃음) 그래서 형이 다 해 주셨죠.


김성춘 : 혹시 중식이 밴드를 이 영화 보기 전에 알고 계셨던 분 계실까요? 많이들 알고 계시죠? ‘슈퍼스타k’에서 이제 최종 4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거의 10년 전이잖아요. 락 음악이지만, 제 생각에는 중식이 밴드는 김반장과 육중한의 약간, 묘한 매칭이 있어요. 그래서 그 음악 스타일이라든가, 음악이 너무 파격적이에요. 가사나 이런 것들이 좋은 음악들도 굉장히 많죠. 그런데 이걸 이렇게 표현한다? 이 사람은 되게 특이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꽤 많이 받았어요. 이 음악이 적절하게 딱 쓰였다는 거 자체가.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노래들이 3~4곡 정도 있는데, 이번에 영화를 위해서 새로 작곡한 곡들도 있죠?


김태희 : 아니, 영화를 위해서 작업할 정도로 그렇게 친절한 인간들은… (웃음) 정하담 배우가 불렀던 ‘종말의 날’이라는 노래는 중식이가 정말 아껴놓은 노래였어요. 셋이서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자기가 무슨 노래를 만들었다고 들려주는 거예요. 좋았죠. 그러다 하담이가 노래 너무 좋다고 그러길래, 제가 “야 이거 네(정하담 배우)가 불러줘” 그랬죠. 그러니까 중식이가 “아니 아직 발매도 안 했는데 이거를…” 이러길래, 제가 “아까워?”이랬죠. 이러니까 “아니 알았어…” 이러면서 허락을 했죠. 정하담 배우였으니까 허락해 주지 않았나 싶네요.


김성춘 : 저는 사실 영화 보고 나서 OST를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OST만 따로 발매를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럼 OST는 어떻게…


김태희 : OST 전곡을 인터넷에 올려놓기는 했어요. 유튜브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가 있으니까. ‘스튜디오팔삼구’라고, 저희 여정들 찍어놓은 게 있거든요. 사실 배급도 저 혼자 하는 거예요. 배급사들이랑 계속 컨택을 안 했었었다고 해서, 한번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까지 해서 했는데… 이 노래들을 중식이조차도, 아, 나중에 관객과의 대화 때 한 분께 드리려고 책을 하나 가져왔는데요. 어쨌든, 이 음원들을 그냥 다 오픈을 해 버리더라고요. 근데 그런 것들을 좀 많이 생각해요.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지?’ 하면서. 그런 것들을 고려하면, OST 발매를 특별하게 할지, 아니면 말지는 좀 더 얘기를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일단은 유튜브에 다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김성춘 : 요즘은 피지컬이라 그러죠? CD나 바이닐 같은 걸로 발매를 하는. 그런 식으로도 생각을 살짝 해 봤습니다. 아니면 앨범 자체를 하나 발매를 해서, 그걸 판매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는 중식이 밴드와 감독님의 관계에서, 감독님이 중식이한테 살짝 숟가락을 얹고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살짝 들어요. 정중식이 우주스타 락 밴드가 된다고 했을 때, ‘이런 작품이 있겠다, 이런 영화도 있네?’라고 하는 것들. 솔직히 기대했죠?


김태희 : 별로 기대 안 했고요. (웃음) 사실 세상이 그렇게 안 돌아간다는 걸 너무 빨리 깨달았어 가지고. 이번에 ‘나는 반딧불’도 되게 많이 떴잖아요. 그래서 이걸 또 많이 또 물어봐요. “‘나는 반딧불’이 중식이 거였어?” 막 이렇게도 물어보고. 사실 그러니까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을 해요.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영화는 될 수 있겠지만, 많이 찾아본다고 해서 제 수중에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근데 해보고는 싶었죠. 얘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중식이의 노래. 저 역시도 중식이의 팬은 아닐지언정, 중식이 노래의 팬이기는 했기 때문에. 이 노래가 그 순간순간에 저한테 좋은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을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잘 돼도 내가 더 빨리 잘될 수도 있는 거고. (웃음)


김성춘 : 지난주에 중식이 밴드가 저희 라디오에 출연을 했었어요.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살짝 더 말랐더라고요. 머리도 더 길고 수염이 더 길어졌어요. 그리고 혹시 아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위어드 알 얀코빅’ 이라고 패러디 가수가 있어요. 그 가수랑 너무 똑같이 생겨 가지고 깜짝 놀랐어요. 보면 꼭 전해 주시고요. 어찌됐든 매력적이고, 또 음악들이 다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음악이 다 살려졌다는 생각도 들고. 이 스토리를 봤을 때는,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그동안 영화계나 연극계나 뮤지컬계에 있으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 혹은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들이 많이 각본에 녹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태희 : 저한테 누가 그러더라고요. 너 얘기에는 가족이 없다고. 맞아요. 가족이 없더라고요. 가족이 없대요. 제가 외아들로 자랐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도 하고 뭐도 하고 하다 보니까, 아버지랑 친한 관계도 아니었고. 혼자 이렇게 있다 보니까. 이런 관계들을 무의식이었든, 의식을 했든 생각을 했었던 게 있거든요. 사실 일을 도모하려면 옆에 사람들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다 뜻이 다르잖아요. 추구하는 것들도 다르고. 그런 것들 때문에 사실은 갈등도 많이 생길 거고, 혹은 미워지기도 할 거고. 근데 그렇게 돼서 그게 평생을 가느냐 하면, 또 그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화해도 하겠지만, 더 큰 건 화해를 하지 않더라도 각자 알아서 잘 살고 있는 거예요. 내가 생각을 해서 어떤 기준들을 세워놨지만, 그거는 내가 세워놓은 어떤 착각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어떤 관계들, 그리고 어떤 미움 때문에 다음이 없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계에 있었던 거죠. 말씀하신 대로 제 이야기이기도 할 거고. 근데 이게 내 이야기만 그런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여기 저보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계시고 여러 분이 계시겠지만, 마음속에 미워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라 몇 명쯤 있잖아요? 하지만 각자 다 잘 지내기도 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누구를 미워하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끌고 갔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미워했을 때, 그 순간에 대한 분노와 폭발은 분명히 있지만, 지나고 나서 그 사람이든 나든 잘 지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생각하고, 중요해지길 바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렇지 않다면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미워할 것 같으니까. 


김성춘 : 맞습니다. 미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주변 또래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러니까 음악 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고, 영상을 하고 싶었던 친구들이 있었고. 실제로 홍대에 가서 인디밴드 활동하는 친구들 보고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현장에서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는 창작자가 중식이가 나오고 영화감독이 나오고 그러지만, 모든 사람들이 20대에 가졌던 나만의 꿈들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거기에 대한 열정과 고대,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좌절,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마치 젊었을 때 내 주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김태희 : 그렇겠죠. 근데 미워했었던 모습들을 좀 기억해 보고 싶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기억을 하고 그게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나도 알아야 되지만, 사실은 저보다 어린 후배들은 겪게 될 거지만. 안 겪을 수 없어요. 당연히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걸 극복하는 게 사는 일의 반복일 거니까. 근데 그랬을 때, 한 번 정도 좀 기억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던 영화기도 해요. 아니면 크게 안 다칠 거니까. 생각하는 것보다 안 다칠 거니까 했으면 좋겠어요.


김성춘 : 저는 영화보면서 제 돈 떼어먹고 튄 친구가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실제로 카메라 감독이 하드디스크 가지러 오잖아요. 그거 봤어요. 분명 내가 내 돈 내고 했는데, 내 거 내놔, 하고 틀어졌을 때. 물론 그 영화에서는 하드디스크였지만, 그때는 별거 아닌 사소한 것들로 틀어지고. 미워하고 안 보다가, 시간이 10년에서 20년 지나니까 마치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보기도 하고. 그러다 또 틀어지고. 이것의 반복인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는 얼굴인 김준배 배우님이나 이런 분들 딱 보니까 ‘어떻게 소개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다 알음알음해서 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김태희 : 준배 배우님은 어렸을 때부터 팬으로서도 너무 좋아했었고, <바람의 언덕>이라는 박석영 감독님의 영화에서 같이 출연을 했지만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제가 <걸어도 걸어도>라는 단편을 찍었는데, 그때 주인공을 하셨거든요. 사실 <룩킹포>도 미적거릴 수 있었는데, 안 찍을 수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영화 찍을 때도, 후배 입장에서는 또래나 후배 눈치보다는 선배님들 눈치를 더 보게 될 거 아니에요? 


김성춘 : 딱 두 분 계셨죠.


김태희 : 근데 그 두 분이 가장, 물론 다른 배우들도 적극적이었지만 사실은 저를 좀 편하게 해 주셨기 때문에. 준배 배우님이 <걸어도 걸어도> 라는 그 단편을 너무 좋아해요. 이틀 전에도 같이 술 마시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준배 배우님하고는. 


김성춘 : <걸어도 걸어도>로 스포트라이트를 좀 받으셨어요?


김태희 : 스포트라이트까지는 아닌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좀 있으셔서. 준배 선배님이 제일 좋아하세요. 자기 영화. 자기 인생작이래. “단편 중에 내 인생작이 이거야” 이러시고.


김성춘 : 느낌이 굉장히 좋으셨구나.


김태희 : 모든 배우들이 거의 다 저랑 같이 무대를 밟은 사람들이었고, 오랫동안 알고 있었죠. 그리고 돈이 좀 있었기 때문에 페이를 줄 수가 있었잖아요? 돈으로 다 꼬신 거죠? 돈으로. (웃음) 


김성춘 : 솔직히 얼마 받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김태희 : 세금 빼면 2,700만 원이에요. 나머지는 다 인건비로 들어갔죠. 왜냐하면 촬영이랑 편집을 제가 다 했으니까. 그리고 배우들 스케쥴이나 이런 것들을 좀 러프하게 했기 때문에, 사실은 스태프들을 못 썼어요. 스태프들을 쓰기 시작하면, 배우들보다는 사실 스태프들의 일정들이나 이런 것들을 더 고려해야 하거든요. 


김성춘 : 저는 예산 관련해서 정말 궁금했었거든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서. 최소 10억부터 해서 최대 10억 정도, 혹은 1억에서부터 억 단위로 넘어가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물론 지원 사업을 통해 선정이 돼서 제작이 됐지만. 사실 영화는 다 돈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했었어요. 그리고 아까 엔딩 크레딧에서 장소 협찬을 유심히 봤는데, 김준배 배우님이 나왔던 그 집은 실제로 김준배 배우님 댁이 맞죠?


김태희 : 저도 집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MBC에도 나오고 막 이래 가지고. 집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김성춘 : 집에서 직접 찍고. 그 다음에 지하나 아니면 옥탑방 같은 느낌도 아는 사람들이나 본인들의 공간인 거죠? 


김태희 : 그렇죠. 저희 집 아니면 중식이 연습실,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그래도 좀 있었으니까 빌릴 수가 있었죠. 그런 식으로.


김성춘 : <룩킹포>와 관련된 인터뷰가 뭐가 있을까? 하고 찾아봤어요. 정하담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연기만 한 게 아니고, 사운드도 잡고 그랬다면서요?


김태희 : 사운드도 들었죠. 배고픈데 저 때문에 배고프다는 말도 못하고. (웃음) 다른 GV에 가서 “배고파도 말을 못 하겠다. 혼자(김태희 감독) 저러고 있는데 내가 배고픈 게 무슨 대수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성춘 : 아이고 그러셨구나.


김태희 : 정하담 배우랑도 이제 10년을 같이 알았으니까. 여기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하거든요. 정하담 배우는 안 오는 걸로 알고 있지만, 거기에서는 완전 또 다른 정하담 배우의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김성춘 : 그때 시간 되시면 꼭 와 주시길 바랍니다. 영화 운명도 사실은 영화 하드디스크처럼 될 뻔했잖아요. ‘배급을 할 수 있을까?’ ‘걸 수 있는 관이 있을까?’ 식으로. 지금 워낙 멀티플렉스나 대형 상영관들에서 한 작품들만 계속 열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시스템의 문제잖아요. 직접 배급을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관에 꽤 많이 걸릴 수 있을까요?


김태희 : 아뇨. 저는 이제 다 끝났죠. 저는 이제 다 끝났고, 다른 고민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공간을 더 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영상이라는 것들은, OTT든 유튜브든 너무 가깝게 있기 때문에 ‘극장이 어떻게 발전돼야 되지?’, ‘어떤 컨셉들이 있어야 되지?’ 식의 고민으로 이어지죠. 그러니까 몇몇 극장들은 자기네들의 컨셉과 이런 것들로 또 이렇게 한단 말이에요. 그럼 이제 ‘관객들은 이제 뭘 또 좋아하지?’ 하고 생각해 봤을 때, 사실 천만 영화가 되려고 하면 말이 안 되거든요. 말이 안 되죠. 극장이 많은 걸로만 되는 게 아니라, ‘영화를 어떻게 생각을 해야 관객들이 가족들과 손을 잡고 두 번 세 번을 보게 하지?’의 문제라서. 근데 독립 영화가 가는 길이 상업영화처럼 가야 되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극장 관계자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은, 올해 나온 독립 영화들이 특히 좋대요. 저도 본 영화들이 있거든요. 좋아요. ‘내가 올해 개봉했으면 안 됐겠구나’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러면 그것들을 어떻게 또 어떻게 해야 되지?’로 또 이어지고. 옛날 때처럼 극장에 가서 앉아서 보는 그런 문화들이 아니라, 다른 문화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를 가지고, 극장에 걸리는 것이 끝난 다음에 어떻게 움직여 봐야 될지가 저한테 과제인 것 같아요.


김성춘 : OTT를 생각하고 계시는건가요?


김태희 : 전혀 아니에요. OTT도 OTT지만, 기존에 있는 공동체 상영도 있고 여러 가지도 있잖아요. <룩킹포>는 공동체 상영 안에서도 약간 다른 지점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고민들을 요즘에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연극 연출도 하고, 연극도 해보고, 사실은 뭐 하다 보면은 아이들 막 300명 있는 데서도 또 한단 말이에요. ‘그럼 예술이 관객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를 생각해 보면, 이제는 단순히 보는 것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보는 것들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체험적인 것들이 분명하게 포함돼 있잖아요. 그거에 따라서 지원금의 형식들도 바뀌는 것도 있죠. 예를 들면 영화 지원금과 공연 지원금이 다른 건데. 그런 고민들을 하는 것 같아요. 


김성춘 : 감독님 말씀을 듣고 제가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요. 영화를 보시면은, 느낌이 약간 거친데 연극적인 느낌을 꽤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살짝 받았고요. 구도나 프레임, 그리고 가수들이 노래하는 요소들을 보면 ‘이 영화를 연극 무대로 올려도 되고, 뮤지컬처럼 만들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100% 확신하는 건데, <록키 호러 픽처 쇼> 같은 느낌도 살짝 나죠? 그런 얘기 들으셨어요?


김태희 : <록키 호러 픽쳐 쇼>를 흉내 냈다기보다는, 그런 느낌의 자유로움들을 넣고 싶었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자유로움들을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일단 돈이 없으니까. (웃음) 돈이 안 되니까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면서 자유로운 느낌들을 만들어 볼까’ 했죠. 근데 그게 아까 말씀하신 대로, 공연에서 많이 하는 일들이죠. 리얼한 게 안 되기 때문에, 연극적인 약속으로 ‘수작업적인 것들’을 넣어보고 싶었죠. 그렇다 해서 공연을 고민 안 한 건 아니고요. 공연도 같이 고민했었던 작품이기도 해서 그런 느낌이 난 것 같습니다. 


김성춘 : 저는 <록키 호러 픽쳐 쇼> 영화를 보고 나서 몇 가지 생각들이 딱 떠올랐어요. 그중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영화 중반부에 금붕어 씬부터 시작해서 몇몇 씬들 중에서 특수 효과로 임팩트 쫙 주는 느낌? 결국 <록키 호러 픽쳐 쇼> 는 컬트의 전설이 되어 버렸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 상영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노래도 계속 불려지고. 비록 처음에는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던 영화였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계속 상영이 됐죠. 실제로 <록키 호러 픽쳐 쇼>로 싱어롱 상영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나는 반딧불’ 같은 경우도, ‘같이 따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좀 들었어요.


김태희 : 사실 1월을 목표로 기획은 하고 있어요. 극장에서는 하기엔 저희가 민폐인 것 같아가지고. (웃음) 일단은 팬분들도 원하시고 해서. 그래서 중식이한테도 1월에는 다 돌고 나면은, 여유가 있으니까 연습실에서 한번 해 보자고 해놨죠. 중식이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으로는 팬분들한테 작은 선물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성춘 : 노래들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꽤 좋은 노래들이 많았죠? 그중에서도 본인이 가장 좋아했던 영화 OST, 예를 들어 작업하면서 이 장면은 이 노래가 딱이다, 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김태희 :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나오는 노래 있잖아요. 그 노래를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그랬는데, 마지막에 뭔가를 넣을 때 이 과정들이 딱 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것들은 원래 머릿속에서 많이 굴렸던 노래들이었고, 이 노래를 가장 적게 상상을 하고 그랬어요. 근데 편집을 하고 어느 순간에 마지막에 딱 되는데, 그게 좋더라고요.그러니까, 영화를 다 안 봐도 이 노래 하나 틀면 이 영화의 주제 같이 되는 노래였어요. 


김성춘 : 솔직히 마지막 곡 잘 안 듣잖아요. 노래를 잘 안 듣게 되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김태희 : 그래서 일부러 영상도 더 찍어놓고 에필로그처럼 연출했어요. 그러니까 영화를 만들 때도 이 노래였지만, 이 노래를 선택하지는 않았었거든요. ‘지금 노래는 뭐가 들어가야 좋을까?’ 이렇게 하다가, 이 노래로 딱 했어요. 그러고 보니까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랑 맞아 떨어진거죠.


김성춘 : 그리고 수많은 곡이 있어야, 스토리에 녹여낼 수 있는 거잖아요? 계속 시나리오를 바꾸는 걸 반복했다는 얘기를 제가 들었거든요. 곡도 바꾸고 순서도 바꾸고 이랬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김태희 : 이야기는 기본적인 틀로 가는데 계속 그 안에서 싸우는 거죠. 좋은 게 있으면 그냥 또 빨리 바꾸거나, 아니다 싶으면 좀 과감하게 버리고. 그런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쓸 때는, 공통적으로 감정 같은 요소들을 공유해야 되니까 쓸 때는 좀 길게 써요. 근데 연기시킬 때는, 노래도 있는데 언어까지 너무 많으면 또 그런 거죠. 영화라는 게 사실은 어떤 텍스트로 전달이 된다기보다는 이미지로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어들을 과감하게 좀 지워내려고 해요. 배우들의 연기로 좀 은유적으로 표현이 됐을 때 명확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노래도 마찬가지잖아요. 은유성들이 모이는 거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은유성들을 통해 나한테 들어오는 어떤 감정들로 되는 것을 계속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언어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좀 하고요.


김성춘 : 보통 영화 보면 자막이 달리잖아요. 사실 자막을 달면 그걸 쫓아서 읽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좀 더 쓸 수밖에 없었겠어요.


김태희 : 노래 들을 때는 더더욱 그렇죠. 노래 가사는 처음에 안 내려고 했는데 싱어롱의 가능성을 위해 그렇게 했어요.


김성춘 : 그건 잘하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존에 중식이 밴드가 발표한 노래들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잖아요. ABBA 노래만 가지고 만든 영화 <맘마미아>가 대표적인 사례고, 이런 것들을 흔히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들 얘기를 하는데요. 만약 중식이 밴드의 노래들이 더 많이 알려져 있었더라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또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중식이 밴드의 노래들이 영화 속 장면 장면에 적절한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김태희 :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고 싶었으면 애초에 얘랑 같이 안 했죠. 애초에 더 유명한 사람이랑… (웃음)


김성춘 : 그렇죠. 확실합니다. (웃음)


김태희 : 사실은 그런 욕망들하고도 싸우는 게 살면서 겪는 일인 것 같아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계속 증명해야 되는 싸움들이 너무 힘들잖아요. 인생이 마냥 재밌기만 하면 좋겠지만. 사실은 <룩킹포>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안 넣고 싶어서 안 넣었겠지만요. 저도 그런 모습들을 여기 있으면서 많이 봤잖아요. 무엇이 사람을 괴롭게 만들고, 무엇이 저 사람들을 저렇게까지 하게 만드는지, 혹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와 가지고 관계가 이렇게 된 거지를 생각하면 근본적으로는 그런 어떤 것들이 같이 있는 거죠. 사실 내가 욕망을 이겨나가면서 해보고 싶었던 건데. 다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지 더 용감하게 뭔가를 하고 그럴 텐데.


김성춘 : 그렇죠. 실험도 할 수 있고. 저 혼자 궁금한 것만 여쭤본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한데, 이제 관객분들의 질문을 많이 받아 봐야 될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생각했을 때, 감독님에게 궁금해했던 것들. 예를 들어 ‘영화 보면서 이건 왜 이랬을까?’ ‘저 장면을 왜 넣었을까요?’ 아니면 ‘이 노래는 뭔가요?’와 같은 질문들이 있다면 여쭤봐 주시길 바랍니다.


김태희 : 놀라운 질문을 해 주신 분께 제가 책 한 권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많이 안 오실 줄 알아 가지고 한 권밖에 없습니다.


김성춘 : 혹시 궁금한 거 있으신 분 질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관객 2 : 혹시 좋은 점만 얘기해야 되는 건 아니죠? 무술 감독님 출신이시라니까 또 무서워 가지고. (웃음) 일단 잘 봤고요. 저는 올해부터 독립영화에 흠뻑 빠져 있는데, 큰 기대 없이 보는 관점이거든요. 왜냐하면 이 영화를 <위키드>랑 같은 시각에서 보지는 않으니까요. 궁금했던 건 두 가지에요. 첫 번째로는 음악의 사운드나 나오는 타이밍이나 배우들이 표현해 내는 양식은 리허설을 많이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서사도 매우 좋았는데 앞뒤로 편집이 약간 튄다고 해야 하나요? 예를 들어 ‘나는 반딧불’도 끝나자마자 갑자기 중식이 밴드 연습실로 확 넘어간다든지. 그런 부분이 혹시 일부러 좀 여운을 안 남기시고 빠르게 커트를 하신 건지 궁금했고요. 두 번째로는, 저는 중식이 밴드를 알지만 곡을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근데 가사나 완성도가 좋아서 노래도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느낀 점은, ‘중식이 밴드가 계속 그렇게 나왔어야 됐나?’ 라는 생각을 좀 가졌거든요. ‘오히려 마지막에 옥탑방 라이브 같은 곳에서 딱 나왔을 때 좀 더 짠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중식이 밴드가 연기력이 완성도가 없음에도 계속 나왔던 이유. 이렇게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김태희 : 일부러 툭 끊으면서 장면 전환하는 거는 맞고요. 저도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셋이서 그 얘기를 같이 했대요. 이걸 툭 끊자. 툭 끊고 뒤로 이렇게 넘어가자. 그러니까 우리가 노래를 들을 때 가장 좋은 건, 3분이나 5분 사이 동안 내 감정의 깊은 곳까지 딱 건드려주고선 감정을 한 번 해소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음악이 되게 좋은 지점들이 있잖아요. 별다른 고민하지 않고 음악으로 내 감정을 샤워하는 느낌인 거죠. 근데 중식이 노래들 중에 그런 노래들이 엄청 많아요. 사실 저도 뭐 팬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새로운 관점들을 줘보고 싶었어요. 이 노래가 다른 관점으로 봤을 때 기존과 다른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대부분의 노래들이 다 그렇게 툭- 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고. 특히 ‘나는 반딧불’이 가장 사랑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노래를 더 그렇게 철저하게 끊어버릴 이유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중식이를 계속 출연시킨 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식이보다도 ‘중식이 밴드’분들이 같이 이 길을 걸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중식이도 맨날 “우리가 왜 나와야 돼” 하면서 부끄러워한단 말이에요. 근데 그런 이유는, 사실 이 영화엔 중간이 없잖아요.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이 뭐 만들려다가 “저 새끼 나쁜 놈” “이 새끼 나쁜 놈” 이렇게 된 거고. 우주비가 처음에 나오는 건,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서죠. 둘의 힘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처음을 시작하는 느낌과, 처음에 시작했었을 때 어떤 기대감과 그리고 이것들을 다 하고 나서 기대가 다 꺼진 사람들. 이렇게 대치시켜 놓고 싶었어요. 근데 그걸 처음부터 일일이 쭉 가는 방식은 제가 안 좋아하니까. 오히려 안 이어질 것 같은데 툭툭 떨어뜨려 놓고서는 섞어 오는거죠. 옛날에 강릉에서 서로 얘기하다가, 터널 한쪽에서 막 싸우게 하고 앞에서 뮤직비디오 만들자는 얘기들을 했었는데요. 그 얘기들이 머릿속에 되게 오랫동안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장면을 또 구현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랬던 거죠. 되게 동떨어진 세계인데, 한 카메라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김성춘 :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보니까? 또 다른 질문이나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신 분 계실까요? 몇 분 안 되니까, 한 분씩 돌아가면서 이야기 좀 해보죠. 


관객 3 : 먼저 터널 씬 너무 좋았고요. 강릉 노암동에 터널이 있거든요. ‘거기서 했으면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생각도 잠깐 했어요. 어쨌든 굉장히 인상 깊은 장면이었고요.


김태희 : 다음에 거기서 찍을게요. (웃음)


관객 3 : 그리고 저는 <걸어도 걸어도>가 감독님 전 작품인 줄은 모르고 그게 계속 눈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저기다가 배치하신 건가?’ 그게 제일 궁금했고요. 또 한 가지는, 배우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노래를 너무 잘하는 거예요. 뮤지컬인 걸 알고 왔는데, ‘뭐 중식이 밴드가 그냥 나와서 노래하겠지’ 이 정도 생각하고 왔어요. 근데 배우들이 노래를 너무 잘해서, 이분들을 도대체 어떻게 섭외한 건지 그게 궁금합니다.


김태희 : 일단 저랑 다 오래 했었던 배우들인데, 뮤지컬 배우들은 아니에요. 사실 저도 뮤지컬도 하고 그랬지만, 기술적으로는 뛰어나기는 좀 힘들어요. 그러니까 뮤지컬 노래라기보다는,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가 추구해야 되는 저만의 철학이 있잖아요? 맨 처음에 막 바이브레이션도 하고 막 그러려고 했는데, 제가 “하지 마라. 절대 바이브레이션 하지 말고 그냥 말했으면 좋겠어” 식으로 지시를 했죠. 그리고 “그냥 감정에만 맞게끔 하자. 음치여도 괜찮으니까 그렇게만 가자”고 했죠. 마치 오페라의 유령처럼 “(뮤지컬 발성으로) 나는 내 빛난~” 이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사실 그런 감정들은 우리가 음악에서 얻었던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좋아했었던 모든 음악들은, 나와 온도가 같았기 때문에 좋아했던 거죠. 배우들 중에서도 스스로를 되게 노래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들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뮤지컬을 안 해봤으니까. 근데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너의 연기는 어떠한 것들을 좋아했었던 거고. 음악은 맞춰질 수 있는 거니까, 그 정도 안에서만 하고 노래를 제발 잊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노래라는 걸 잊었으면 좋겠다는 걸 가장 많이 부탁을 했었어요. “노래를 듣고 나서 대사하듯이 하자” 식으로. 저도 사실은 겁이 났죠. 왜냐면 뮤지컬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게 있으니까. 근데 노래 실력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걸, 저는 믿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죠. 근데 당연히 겁나죠. 만약 이렇게 해서 반응이 안 좋으면, 물론 배우들도 상처겠지만 나도 실패한 거잖아요. 


김성춘 : 영화 스토리처럼 될 수도 있었겠네요. (웃음)


김태희 : 영화 스토리는 저게 아니어도 항상 열려 있는 거니까. (웃음) 근데 다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인 거죠. <걸어도 걸어도>가 있었던 건, 사운드 감독 작업실이니까 당연히 작품들이 있어야죠. 작품들이 있어야 되니까 포스터 만들어 놓은 것들, 집에 걸려 있었던 것들을 걸어놨어요. 거의 다 제가 했었던 작업들을 걸어놓은 거죠.


김성춘 : 영화 속 사운드 감독님 방 자체가 조명이 약간 어둡긴 했지만, 그래도 사운드 감독님의 실제 방 같은 느낌이었어요.


김태희 : 거기가 원래는 중식이 연습실이거든요.


김성춘 : 딱 작업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또 궁금하신 거 있을까요? 한 번씩 물어볼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지금 늦지 않았습니다. (웃음) 저기 모자 쓰신 분 어떻게 보셨는지, 그리고 감독님에게 궁금한 점 여쭤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관객 4 : 일단 잘 봤습니다.


김태희 : 아유 다행이십니다.


관객 4 : 갑자기 이렇게 말씀을 드리게 될 줄 몰랐는데 긴장이 많이 되네요. 독립영화를 본 게 <룩킹포>가 두 번째여서, 뭐가 궁금하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도 아직 감이 안 잡히는 그런 레벨이에요. 


김태희 : 영화를 하시는 분은 아니신 거죠?


관객4 : 네네. 전혀 아닙니다. 씨네토크라는 게 뭔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김태희 : 첫 경험을 잘못하셨네. (웃음)


관객4 : 아뇨,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궁금한 점을 생각해 보니까, 김준배 배우님이 갑자기 하모니카를 부시면서 클레멘타인이 나오는 그 이유가 궁금하긴 했어요.


김태희 : 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저희는 음악 영화잖아요. 준배 선배님을 제가 오래 봤어도 뭘 하고 뭘 하는지 잘 몰라요. 낫질을 잘하면 낫을 시키는 거고 하는데, 자랑을 하시는 거 같아. 제가 춤도 알려드리고 그랬는데 잘 못 외우세요. 사실 안 외우세요. 왜냐하면 감정이 먼저 와야 되니까. 그러면 저는 가가지고 옆에서 한숨 쉬면서 이러고 있으면 “눈치 주지 마라” 이런단 말이에요. 근데 어느 날에 갔더니만, 하모니카를 막 하셔서 “이거 뭐예요?” 그러니까 “요즘 나가 가지고 아줌마들이랑 아저씨들 사이에서 좀 배우고 있어” 그러세요. 그래서 “좋은데요? 이거 하세요” 그러더니 “좋아” 이러시고. 어제는 갑자기 숟가락 두 개를 갖고 계시길래, “이건 또 뭐예요?” 그러니까 숟가락 난타를 배우고 있다고 막 보여주는 거예요. “어? 괜찮다”고 그러니까, 또 “좋아? 이거 배운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러시고. 우리는 뮤지컬 영화니까 뭐라도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웃음) 그게 원래 없었던 장면이에요. 없었던 장면인데, 하모니카 연습을 앞에서 하고 있으니까 “그럼 해라” 이렇게 된 거고. 그래서 사실 뒤에 액션 장면도 숟가락으로 한 거예요. 사실 다 불안불안해요. 왜냐하면 저게 정공법들이 아니잖아요.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 뒤에 숨어서 과하게 해본 거였죠. 그리고 그게 있어요. 저는 준배 선배님이 깡패가 아닌 새로운 모습들을 좀 계속 보고 싶은 거예요. 근데 요즘에는 준배 선배님을 많이 좋아해 주시는 다른 감독님들이나 PD님들이 계셔가지고. 로맨스도 막 만들어 달라고 하고. 그래서 그랬죠.


김성춘 : 김준배 배우님은 영화 <강릉>에서 최고 빌런으로 나오시죠? 그때 참 연기 인상 깊었는데, 딱 하나 단점이 있어요. 강릉 사투리를 너무 못 하셨어요.


김태희 : 강릉 사람이 아니라서. (웃음) 사투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으신 분이죠.


김성춘 : 당연히 그러셨을 것 같아요. 다음 질문 한번 받아보죠. 마이크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5 : 영화 너무 잘 봤고요. 우선 가장 좋았던 노래는, 두 남녀 배우가 불렀던 노래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가사도 너무 좋았고, 정말로 그 노래 듣고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궁금한 건 제가 올해 강릉에서 ‘강원 영화 워크숍’을 통해서 14분짜리 단편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그래가지고 이 영화를 보니까, 너무 공감이 되는 거예요. 제가 영화를 찍으면서 제일 걱정이었던 게, ‘외장하드를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 내가 떨어뜨려서 힘들게 촬영한 거를 다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하면서 되게 불안하고 무서웠거든요? 근데 오늘 영화 주제가 그거여가지고.


김성춘 : 트라우마 생기셨겠네요. (웃음)


관객 5 : 되게 짧은 단편인데, 제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이걸 정말 잃어버린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김태희 : 저는 잃어버린 사람도 있었다고 들었고, 누군가의 음해로 지워 버렸다는 사람도 제가 봤고. 


관객 5 : 제가 듣기로는, 어떤 분은 자살한 분도 계실 정도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듣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처음 찍게 되면서 알았는데, 그 이야기들이 너무 다 공감이 됐어요. 근데 저도 편집하면서 원망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 이렇게 얘기를 못 했지?’ 이러고, ‘아, 이게 왜 이러지?’ 하면서 자꾸 남 탓을 하게 되고. 이런 요소들이 공감이 돼서 너무 재미있게 봤고요. 근데 궁금한 건,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했어요.


김태희 : 영화 찍으면서 많이 힘드셨잖아요. 저는 진짜로 저주했었어요. (웃음) 그래가지고 몸에 지금 상처도 있어요. 그라인더로 그려가지고.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분노를 여기에 다 담지는 않았어요. 근데 넘어가고 싶었어요. 영화가 도대체 뭐지? 예술이 도대체 뭐지? 하면서 예술하는 사람들끼리 되게 치열하게 얘기를 해요. 근데 저는 가벼움을 다시 찾고 싶었어요. 자유로움을 다시 찾고 싶었고. 그래야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많은 것들을… 아까 말씀하신 대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얘기가 들려요. 계속 계속 들리는데, 최근에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그럼 도대체 우리가 하는 일이 뭐냐는 거죠. 뭐였는데 이렇게까지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지, 분명 좋아서 했었던 건데 미워하는 게 더 많아지는 순간들이 온단 말이에요. 근데 이걸 계속 벗어나야지. 벗어나는 걸 주문처럼 못 만들어 놓으면, 가면 갈수록 내가 원하는 상황들은 안 일어날 텐데 영화도 싫어지고 그리고 사람도 싫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이걸 왜 했지?’까지 들어가면서 모든 걸 저주하고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것들보다, ‘내가 예술을 통해서 나는 뭘 처음에 얻었지?’라고 돌이켜보면 상상력이었던 거죠. 상상력으로 내가 이걸 다 버텨 왔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룩킹포>를 만든 거예요. 가벼움과 자유로움, 그리고 상상력을 다시 찾고 싶었어요. 좋은 영화들은 되게 많은데, 그걸 보는 것들과 같이 만드는 것들의 과정 안에서 짓눌리는 게 사실은 같이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 이겨내고 싶었어요. <룩킹포>도 가볍게 보이고 가볍게 만들기는 했지만, 과정 속에서는 이런 게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사실은 많은 생각들이 들겠죠. 저 같은 경우에는 자체 배급을 하잖아요. 배급사들이랑… 그렇기 때문에 생기는 많은 마음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다 이겨내려고 했었던 거죠. ‘처음이 뭐였지?’ 이 생각들 때문에, 사실 뮤지컬 영화는 완전 틈새예요. 너무 틈새에요.


김성춘 : 제가 얘기했죠? 최초의 한국 뮤지컬은 <다세포 소녀>라는 실험적인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2000년도 작이에요. 지금이 2024년인데, 그동안 몇 편이 있었을지 제가 한번 찾아봤어요. 그런데 대중적인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 쪽.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이런 게 더 많아요. 어린이 작품들. 그러니까 굉장히 희소한 거죠. 저는 근 몇 년 사이에 국내 한국 뮤지컬 영화는 거의 없었다고 단언할 것 같아요.김태희 : 저는 딱 그런 거예요. ‘왜 만들어 이걸?’ 하면서 다시 좀 가벼워지고 싶었어요. 가벼워져야 그다음에 또 할 수 있으니까. 지금 다음 영화도 찍고 있는데 룩킹포보다 더 열악하게 찍고 있거든요. 지금 한 95% 찍었는데, 그거는 다 일반인들이에요.


김성춘 : 다큐인가요?


김태희 : 다큐 아니에요. 제가 다큐는 한동안 안 찍겠다고 마음먹었어 가지고. 다큐는 너무 어려워요. 지금 찍는 건 주제도 <룩킹포>랑 완전 다르고. 근데 저는 이걸 좀 오래 해보고 싶거든요. 근데 이걸 오래 하고 싶으면, 무언가 더 정리를 하면서 가기는 해야 되는 것 같더라고요. 


김성춘 : 아, 다음 영화도 뮤지컬인가요?


김태희 : 전혀 아니에요. 뮤지컬은 앞으로 한 10년 동안은… (웃음) 알잖아요? 노래도 없고. 근데 공연으로는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김성춘 : 저도 실제로도 그런 걸 방송국에서도 많이 봐요. 예를 들어 1시간 녹화했는데 알고보니 메모리 카드 안 받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든가. 그러니까 녹화를 장시간에 걸쳐서 했는데 사운드 버튼 안 눌러가지고 녹음이 하나도 안 되는 거죠. 이러한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저도 작업하면서 욕해요. ‘왜 말을 저렇게 해?’ ‘아 저 화면 제대로 못하나?’ 이런 식으로 얘기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질문 한번 받아보겠습니다. 


관객 6 : 먼저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영화를 잘 몰라서 질문은 따로 없고요. 사실은 제가 요즘 직무 변경을 고민 중이었어요. 근데 주인공이 하는 대사랑 노래 가사들 보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거를 할 수 있는 선에서 해내려고 한다는 게 참 멋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김태희 : 감사합니다.

김성춘 : 오늘 정말 역사적인 날 같아요. 역사적인 날에, 역사적인 씨네토크. 사실 저도 한 10년 전에 여기서 한 번 씨네토크를 했었는데요. 몇 년 만에 초청을 받아서 이렇게 진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2 : 하나만 더 짧게 여쭤봐도 될까요? 영화를 보면서, B급과 병맛을 참 사랑하시는 포인트가 많다고 느껴졌거든요. 다음 작품은 이런 느낌이 아닐 것 같은데, 혹시 그런 쪽으로도 펼치실 생각이 있으신지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김태희 : 제가 배우로 있을 때는 B급과 병맛을 선호하지는 않죠. 근데 B급과 병맛을 좋아하죠. 정확히는 코미디를 좋아하죠. 그리고 보면, 뮤지컬 영화도 없지만 코미디 영화도 적어요. 이때 코미디는 좋은 코미디를 말하는 거죠. 단순히 웃기는 걸 좀 넘어서는 코미디. 좋은 코미디는 계속 고민을 해야되고, 왜냐하면 안 찍으니까. 아마 다음 영화는 아니지만, 그다음 영화는 액션이 될 것 같기는 해요. 왜냐하면 지금 그런 식으로 팀들이 꾸려져 있거든요. 계속 압박을 하니까. 두 번 다시 안 찍고 싶은데, 계속 압박을 하니까. (웃음) 그걸 또 내가 카메라 들고 또 이렇게 하고… 물론 배우들도 똑같이 다 마이크 들었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숙제처럼 한 번 또 털고 가야 되나?’ 이런 생각도 들죠. 왜냐하면 그렇게 찍는 게 좋은 게 아닌데. 근데 또 그 사람들이 나를 여기까지 있게끔 해 준 사람들이니까. 우리들만의 어떤 기록을 만들기도 했고. 되게 좋은 팀들이어서요. 무술 감독으로는 되게 좀 유명하신 분들이랑 같이 해요. 옛날에 영화 <아저씨>, 드라마 <각시탈> 만드셨던 분들이여서. 


김성춘 : 그렇다고 하니까 기대가 되는데요? 김준배 배우님도 나오시겠네요?


김태희 : 안 그래도 그 얘기를 잠깐 드렸더니, 빨리 찍으래요. 자기 나이 더 먹기 전에, 내가 언제 같이 하자는 소리도 안 해줬는데… (웃음) 근데 그렇게 또 재미있게 하려면, B급이랑 병맛 같이 해야죠. 그래야 안 지칠 것 같아요. 근데 사실은 그렇죠. 그다음에 이제 다 털어내면… 근데 털어내도 코미디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여담으로 준배 선배님이 저기 걸려져 있는 <아침바다 갈매기는> 을 보시고서는, “내 인생 작품이니까 꼭 봐라”라고 하셨거든요. 보시면 좋을 거예요.


김성춘 : 알겠습니다. 영화 <룩킹포>는 단지 잃어버린 하드디스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하드디스크는 각자 다를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있는 하드디스크는 또 다른 것일 수도 있고, 감독님의 하드디스크는 다른 것일 수도 있고. 결국 하드디스크를 찾았지만, 김준배 배우님이 마지막에 찢어 밟아버리잖아요. 그때 그 명대사를 남깁니다. “뭘 기대했어?” 적어놓긴 했는데, 암튼 “사랑, 영화, 기대 따위 접은 지 오래됐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사실은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각자의 하드디스크에 대해 다시 각인시켜주는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그냥 가는 거지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냥 ‘Show must go on’ 식의 그런 느낌 같아요.


김태희 : 제가 뭔가를 같이 하면서 기대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는 이런 것들을 생각하죠. 내가 외동아들이어서, 그리고 혼자여서. 관계에 대한 어떤 것들을… 근데 지나다 보니까, 이제 걱정하는 것도 좀 줄이려고요. 상대에 대한 걱정도 좀 줄이고, 각자가 ‘그 시절에 만나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것’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나한테도 건강하고 상대한테도 건강할 거니까. 물론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거를 계속 잊지 않으려고 증거처럼 찍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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