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 코리아>
우리는 그럼에도 나아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남은 방법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뒤를 돌아보고 싶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이미 그곳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없다. 혜선(김민하)은 사랑하는 엄마와 가족들을 위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왔지만, 돌아갈 곳은 없다. 그가 탈출한 곳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이므로.
혜선의 엄마는 그에게 독사같이 살라는 말을 남겼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네가 돌아오면 우리 모두 죽는다고. 사랑하는 딸이 더 나은 곳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긴 말들은 혜선의 모든 행동에 원동력이 되었다. '힘든 건 상관없습니다. 해내면 됩니다.'라는 말은 혜선의 입에 철석같이 붙어 앞에 놓인 문들을 열었다. 힘든 길이 될 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아픈 어머니에게 약값을 보내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세상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하나원 교육센터에서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교육과 전반적인 생활을 지원한다. 한 가지 강조한 건 여기서 뭐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책임이 따른다는 것. 그 말대로 혜선은 공부와 일을 둘 다 선택한 책임으로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며 공부하고, 조선족이라 멸시받고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성실하게 근무한다. 엄마에게 약값을 보낼 수 있다는 목표 하나를 위해 선택과 책임을 감내하는 것이다.
혜선이 엄마와 함께 봤던 남한 드라마대로라면 지금쯤 열심히 산 대가로 좋은 일이 돌아오고, 나쁜 사람들은 벌받는 권선징악 스토리가 펼쳐져야 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성희롱한 남직원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우여곡절 끝에 엄마에게 약값을 보냈지만 엄마는 이미 한 달 전 장례까지 치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좋은 일이 돌아오는 드라마 같은 일 없이 더욱 무거운 책임만이 따를 뿐이다.
그래서인지 하나원 박용철 원장(조승연)의 말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우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그 말은 뒤돌아보지 말라는 엄마의 말과 몹시 상충한다. 살아남는 것과 살아가는 것 사이의 간극, 그 어딘가에서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하는 여정.
영화는 이 여정을 요란하게 그리지 않는다. 카메라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인물의 삶을 그저 따라가겠다는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의 방식대로, 설명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그 방법이 오히려 혜선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오랜 동반자 샤론 최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해 한국 사회의 결을 더한 덕에,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임에도 어색한 구석이 없다. 김민하는 그 담백한 화면 위에서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혜선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 낸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보다 울음을 삼키는 장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배우의 공이 크다.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에 도망치는 것과 그대로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모든 사람이 후자가 옳음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행동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은, 이 결심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혜선 역시 수없이 좌절하고 힘들어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독사처럼 숨어 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엄마에게 말한 것처럼, 기어코 간호대에 들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며 또 다른 꿈을 꾼다. 우리는 이런 혜선을 어느 순간부터 탈북민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 비극을 신파로 꾸며내지 않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영화는 단순한 탈북민 영화에서 벗어나 주인공과 함께 한 단계 나아간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혜선의 삶은 전혀 예상되지 않으며 오히려 궁금하게 만든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저 일반 시민으로서의 혜선을.
-관객리뷰단 서수민
<하나 코리아>
우리는 그럼에도 나아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남은 방법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뒤를 돌아보고 싶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이미 그곳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없다. 혜선(김민하)은 사랑하는 엄마와 가족들을 위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왔지만, 돌아갈 곳은 없다. 그가 탈출한 곳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이므로.
혜선의 엄마는 그에게 독사같이 살라는 말을 남겼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네가 돌아오면 우리 모두 죽는다고. 사랑하는 딸이 더 나은 곳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긴 말들은 혜선의 모든 행동에 원동력이 되었다. '힘든 건 상관없습니다. 해내면 됩니다.'라는 말은 혜선의 입에 철석같이 붙어 앞에 놓인 문들을 열었다. 힘든 길이 될 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아픈 어머니에게 약값을 보내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세상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하나원 교육센터에서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교육과 전반적인 생활을 지원한다. 한 가지 강조한 건 여기서 뭐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책임이 따른다는 것. 그 말대로 혜선은 공부와 일을 둘 다 선택한 책임으로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며 공부하고, 조선족이라 멸시받고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성실하게 근무한다. 엄마에게 약값을 보낼 수 있다는 목표 하나를 위해 선택과 책임을 감내하는 것이다.
혜선이 엄마와 함께 봤던 남한 드라마대로라면 지금쯤 열심히 산 대가로 좋은 일이 돌아오고, 나쁜 사람들은 벌받는 권선징악 스토리가 펼쳐져야 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성희롱한 남직원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우여곡절 끝에 엄마에게 약값을 보냈지만 엄마는 이미 한 달 전 장례까지 치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좋은 일이 돌아오는 드라마 같은 일 없이 더욱 무거운 책임만이 따를 뿐이다.
그래서인지 하나원 박용철 원장(조승연)의 말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우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그 말은 뒤돌아보지 말라는 엄마의 말과 몹시 상충한다. 살아남는 것과 살아가는 것 사이의 간극, 그 어딘가에서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하는 여정.
영화는 이 여정을 요란하게 그리지 않는다. 카메라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인물의 삶을 그저 따라가겠다는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의 방식대로, 설명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그 방법이 오히려 혜선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오랜 동반자 샤론 최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해 한국 사회의 결을 더한 덕에,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임에도 어색한 구석이 없다. 김민하는 그 담백한 화면 위에서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혜선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 낸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보다 울음을 삼키는 장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배우의 공이 크다.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에 도망치는 것과 그대로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모든 사람이 후자가 옳음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행동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은, 이 결심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혜선 역시 수없이 좌절하고 힘들어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독사처럼 숨어 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엄마에게 말한 것처럼, 기어코 간호대에 들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며 또 다른 꿈을 꾼다. 우리는 이런 혜선을 어느 순간부터 탈북민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 비극을 신파로 꾸며내지 않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영화는 단순한 탈북민 영화에서 벗어나 주인공과 함께 한 단계 나아간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혜선의 삶은 전혀 예상되지 않으며 오히려 궁금하게 만든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저 일반 시민으로서의 혜선을.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