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극장의 시간들> /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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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시간들>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지금 가장 잘나가는 감독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세 감독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은 각각 다른 세대의 '극장의 시간'을 얘기한다. 영화를 좋아했던 옛 청춘들과 현재, 어린이들의 웃음과 자연스러움, 황혼의 나이에 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인연까지 무엇 하나 겹치는 게 없는 세 영화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극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바를 시사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오프닝을 영사기사와 함께한다는 점에서 '찐'이구나 싶었다. 수도 없이 극장을 쏘다닌 사람들도 모르는 공간,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며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극장의 시간들> 첫 번째 시간은 이종필 감독이 맡은 <침팬지>다. 고도(원슈타인, 김대명)라는 사람이 들려주는 '침팬지' 이야기가 극의 중심인데, 1970년대 폴란드에서 침팬지를 수입해 왔다는 얘기가 담긴 책을 읽은 게 인상 깊었는지 실제로 동물원에 방문해 물어보는 등 꽤 진심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일들을 영화로까지 제작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아무래도 공감하기 쉽지 않은 소재인 데다 당장 이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도 따라가기 힘든 전개 방식이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때 고도와 친구의 대화가 회상된다. 영화를 모르겠다는 감상과 너어무 알겠다는 감상을 낸 둘은 이해할 수 없는 강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극장에서 계속 시간을 보냈다. 그건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상통하는 말이다.


<자연스럽게>는 세 작품 중 가장 직접적으로 극장을 다루지 않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극장에서 관객이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감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며, 영화가 완성되기 이전의 시간을 드러낸다. 윤가은 감독이 <침팬지>의 바통을 받아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움'을 끌어내려는 감독(고아성)과 디렉션을 받고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면서도 인위적이고, 인위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꾸며내는 감정에도 우리는 왜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에서도 인위적인 것은 어떻게 알아채는 건지, 보는 관객들도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간략한 설정과 연출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였는지 헷갈릴 정도로 촬영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영화를 연출하는 영화임에도 관객에게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 감독과 배우들의 역량이 상당하다. 


<영화의 시간>은 앞선 두 작품과 달리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극장 안에서 모든 일이 이뤄진다. 우연히 극장을 방문한 영화(양말복)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우연(장혜진)을 만나 얼결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게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다. 어딘가 지쳐있고 힘이 없어 보였던 영화는 우연이 끊어준 영화를 보게 되는데, 그 극장 안에서 영화는 잠들어버린다. 꿈속에서 들려온 영화를 잘 보려 해도, 영화가 밀어내는 순간이 있다는 말을 들으며 영화는 꿈꾸느라 영화를 감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우연과 극장을 나설 때, 영화의 표정은 전과 달리 편안하다. 빗속을 헤매던 꿈속의 영화가 극장에서 비를 피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세 영화는 각기 다른 시간과 인물을 다루지만, 결국 모두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냄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다. 극장은 각자의 사정과 감정을 품은 채 다양한 형태의 시간을 허용하는 공간이니까. 그 시간들을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고 평범한 이야기처럼 나타내는 연출은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곳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스며드는 공간임을 잘 나타낸다.


전구도 수명이 있잖아. 영화의 시작을 열었던 영사기사의 모습은 감춰지고 그에게 일을 배우던 이가 혼자 출근해 극장을 연다. 수명이 있는 전구를 갈아도, 사람이 바뀌어도 극장은 늘 그렇듯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시간들을 선물할 것이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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