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프터 미드나잇 리마스터링>
이야기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야기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영화의 도입부부터 던지는 질문의 깊이가 심상치 않다. 낮게 깔린 실비오 올란도의 내레이션은 철학적이면서도 장난기 어린 어조로 영화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절한다. 마치 한 걸음 떨어져 인물과 이야기를 관찰하는 시선처럼 들리는 내레이션과 영화의 장면들이 잘 어우러져 이질감은커녕 오히려 시너지가 느껴진다. 과거 영화의 인서트, 아이리스 인아웃 기법으로 옛날 감성을 끌어온 것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잡는 조미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작부터 피를 흘리고 있는 엔젤(파비오 트로이아노)의 모습이 강렬한데, 내레이션은 이야기를 먼지에 비유하며 공기를 따라 원하는 곳으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엔젤을 알기 위해서는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와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들은 저마다의 복잡한 사정을 갖고 있다.
먼저 마르티노는 매우 과묵하고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으로 그의 직업 역시 토리노 국립 영화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이다. 동료와 교대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동료에게 변변찮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아만다에게 고백은커녕 말을 붙이지도 못해서 번번이 좋아하지도 않는 더플프라이 스페셜 세트를 먹는다. 그런 마르티노가 일하는 야밤의 박물관은 꿈과 현실의 중간지점이다. 허름한 공간을 꾸며 잠자고, 시간을 보내는 이 일이 행복해 변화를 꿈꾸지 않는다.
아만다는 제대로 연락이 되지도 않고, 모든 일에 가볍기만 한 엔젤과 교제하지만 그의 태도에 계속 상처를 받는다. 정작 엔젤은 아만다가 아닌 누구랑 자더라도 상관없는 바람둥이인 것도 모르고 그와 약속을 잡고, 기다리고, 실망한다. 일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데 돈은 잘 안 모이고, 그는 이대로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봐 불안하다.
엔젤은 자동차를 훔쳐와 값을 받아가는 잡범인데, 그는 흔히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남자'다. 매일같이 자동차를 훔치지만 정작 그의 손에 남는 차 한 대가 없어 버스를 타야 하고, 부하들 앞에서는 폼을 살리기 위해 어깨에 힘을 줘야 하며 잡히는 대로 쾌락을 좇아 사는 별 볼 일 없는 녀석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임한 일이 있다면 아만다가 일으킨 사고를 수습하는 때 일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아만다가 일으킨 사고를 수습하며 관계의 전환이 생긴다. 늘 막차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근무하길 강요하는 사장에게 화가 쌓인 아만다는 홧김에 그에게 펄펄 끓는 기름을 쏟아버리는 사고-굉장히 잔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유쾌하게 연출하여 분위기를 이어간다-를 치고 만다. 엔젤은 경찰이 쫓는 아만다를 위해 사장을 찾아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합의를 끌어내고, 마르티노는 자신의 직장인 박물관에 그를 숨겨주며 처음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 그리고 마음까지 내어준다.
어떤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법. 아만다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고, 마르티노는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으며 엔젤은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아만다와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만다와 마르티노는 함께 박물관에 머물면서 서로의 많은 부분이 뒤바뀐다. 혼자 있는 게 편한 마르티노는 어느새 혼자 있기 싫어하는 아만다가 곁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고, 자신이 직접 만든 영화를, 정확히는 자신이 카메라에 담은 사랑하는 아만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간접적으로 마음을 고백한다. 아만다 역시 엔젤에게서는 채워지지 못한 사랑을 충족받으며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순수한 마르티노에게 마음이 쏠린다.
<애프터 미드나잇>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혀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먼지와 같아 강물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이 이야기라고 말한 것처럼 우연과 선택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서사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되 절대 먼저 엔딩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내레이션 또한 관객이 특정 인물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시점을 끊어내고 살짝 거리를 두어 이야기를 관찰하도록 유도하며 끊임없이 생각하며 감상하게끔 유도한다.
앞으로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맞이할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레이션은 우리의 이야기가 끝났지만 당신은 이어진다고, 끝은 적당한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시네마는 영원하니까. 먼지처럼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각자의 마음에 다른 무게로 내려앉지만, 그럼에도 공기를 따라 원하는 곳으로 흘러갈 것이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애프터 미드나잇 리마스터링>
이야기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야기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영화의 도입부부터 던지는 질문의 깊이가 심상치 않다. 낮게 깔린 실비오 올란도의 내레이션은 철학적이면서도 장난기 어린 어조로 영화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절한다. 마치 한 걸음 떨어져 인물과 이야기를 관찰하는 시선처럼 들리는 내레이션과 영화의 장면들이 잘 어우러져 이질감은커녕 오히려 시너지가 느껴진다. 과거 영화의 인서트, 아이리스 인아웃 기법으로 옛날 감성을 끌어온 것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잡는 조미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작부터 피를 흘리고 있는 엔젤(파비오 트로이아노)의 모습이 강렬한데, 내레이션은 이야기를 먼지에 비유하며 공기를 따라 원하는 곳으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엔젤을 알기 위해서는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와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들은 저마다의 복잡한 사정을 갖고 있다.
먼저 마르티노는 매우 과묵하고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으로 그의 직업 역시 토리노 국립 영화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이다. 동료와 교대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동료에게 변변찮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아만다에게 고백은커녕 말을 붙이지도 못해서 번번이 좋아하지도 않는 더플프라이 스페셜 세트를 먹는다. 그런 마르티노가 일하는 야밤의 박물관은 꿈과 현실의 중간지점이다. 허름한 공간을 꾸며 잠자고, 시간을 보내는 이 일이 행복해 변화를 꿈꾸지 않는다.
아만다는 제대로 연락이 되지도 않고, 모든 일에 가볍기만 한 엔젤과 교제하지만 그의 태도에 계속 상처를 받는다. 정작 엔젤은 아만다가 아닌 누구랑 자더라도 상관없는 바람둥이인 것도 모르고 그와 약속을 잡고, 기다리고, 실망한다. 일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데 돈은 잘 안 모이고, 그는 이대로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봐 불안하다.
엔젤은 자동차를 훔쳐와 값을 받아가는 잡범인데, 그는 흔히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남자'다. 매일같이 자동차를 훔치지만 정작 그의 손에 남는 차 한 대가 없어 버스를 타야 하고, 부하들 앞에서는 폼을 살리기 위해 어깨에 힘을 줘야 하며 잡히는 대로 쾌락을 좇아 사는 별 볼 일 없는 녀석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임한 일이 있다면 아만다가 일으킨 사고를 수습하는 때 일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아만다가 일으킨 사고를 수습하며 관계의 전환이 생긴다. 늘 막차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근무하길 강요하는 사장에게 화가 쌓인 아만다는 홧김에 그에게 펄펄 끓는 기름을 쏟아버리는 사고-굉장히 잔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유쾌하게 연출하여 분위기를 이어간다-를 치고 만다. 엔젤은 경찰이 쫓는 아만다를 위해 사장을 찾아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합의를 끌어내고, 마르티노는 자신의 직장인 박물관에 그를 숨겨주며 처음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 그리고 마음까지 내어준다.
어떤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법. 아만다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고, 마르티노는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으며 엔젤은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아만다와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만다와 마르티노는 함께 박물관에 머물면서 서로의 많은 부분이 뒤바뀐다. 혼자 있는 게 편한 마르티노는 어느새 혼자 있기 싫어하는 아만다가 곁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고, 자신이 직접 만든 영화를, 정확히는 자신이 카메라에 담은 사랑하는 아만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간접적으로 마음을 고백한다. 아만다 역시 엔젤에게서는 채워지지 못한 사랑을 충족받으며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순수한 마르티노에게 마음이 쏠린다.
<애프터 미드나잇>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혀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먼지와 같아 강물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이 이야기라고 말한 것처럼 우연과 선택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서사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되 절대 먼저 엔딩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내레이션 또한 관객이 특정 인물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시점을 끊어내고 살짝 거리를 두어 이야기를 관찰하도록 유도하며 끊임없이 생각하며 감상하게끔 유도한다.
앞으로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맞이할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레이션은 우리의 이야기가 끝났지만 당신은 이어진다고, 끝은 적당한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시네마는 영원하니까. 먼지처럼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각자의 마음에 다른 무게로 내려앉지만, 그럼에도 공기를 따라 원하는 곳으로 흘러갈 것이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