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쩌면 해피엔딩> 리뷰 : 모호함을 뒤집어쓴 사랑


<어쩌면 해피엔딩>

모호함을 뒤집어쓴 사랑


‘어쩌면’이란 불확실한 의미의 부사와 해피엔딩이란 단어의 조합은 조금 모순적이기도, 가장 적절하게도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당사자에겐 꽤나 괜찮은 해피엔딩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올리버(신주협)와 클레어(강혜인)의 이야기가 그렇다. 인간들의 시선이 아닌 철저히 ‘헬퍼봇’이라는 두 휴머노이드 간의 일은 과연 해피엔딩인가, 배드엔딩인가.

 

 본 영화는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필자는 뮤지컬을 관람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를 감상했다. 원작과의 비교보단 영화 자체에 집중해서 관람했는데, 초저예산 영화라는 감독의 인터뷰대로 영화의 배경이나 자잘한 소품들에서는 어설픈 느낌이 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부분들은 이야기 몰입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실제 뮤지컬 역할을 맡았었던 신주협, 강혜인 배우의 노래와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로봇이라는 감정 표현의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두 배우의 연기는 보는 이들에게 무언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조금 독특하게도, 인간이 아닌 로봇들의 이야기다.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했다. 올리버는 7년 전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주인 제임스를 기다리며 그의 집에서 계속 머물렀다. 그러나 기다리던 제임스의 소식 대신 갑자기 헬퍼봇의 부품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말과 함께 더는 수리할 부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로봇에게는 치명적인 소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클레어가 충전기를 빌려달라며 찾아오는데, 제임스가 떠난 후 늘 혼자 시간을 보냈던 올리버에게 연달아 찾아오는 일들은 그의 근사한 하루를 뒤흔들어 놓는다.

 

 영화에 신선한 점이 있다면 인간의 출연이 극도로 낮다는 점이다. 그나마 비중 있는 인간 캐릭터인 두 로봇의 주인 역시 과거의 인물이기에 영화에 비치는 시간은 정말 짧다. 인간이 아닌 로봇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차갑게도, 때로는 따뜻했다. 인간과 똑같이 생겼으나 그들 사이에서 섞이기는 너무나 어려웠고, 둘을 바라보는 인간들은 대부분 싸늘한 시선을 던졌지만 반딧불이와 자연은 둘에게 다시없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다.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될 수 없는 존재, 냉랭한 인간 사회에서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점점 서로에게 스며든다.

 

제임스에게 사랑을 배운 올리버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클레어. 두 로봇은 인간을 생각하는 견해부터 달랐다. 올리버는 제임스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으며 인간들은 좋은 존재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제임스를 찾아 떠난다. 클레어는 충전기를 핑계로 그와 동행하면서 그가 인간의 이면을 알아채길,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올리버를 알게 모르게 보호하려 든다. 배터리가 다 되어 기능이 꺼진 클레어를 다시 충전시킨 것처럼, 올리버가 제임스의 죽음을 안 뒤에도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클레어의 모습이 그토록 불신하던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모순적인 이 상황 속에서 사랑을 느낄 수 없도록 설계됐던 두 로봇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분명 인지할 수 없는 것임에도 둘은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어 갔다. 늘 혼자인 게 익숙했던 서로가 점점 함께인 게 익숙해지고, 아주 잠시 피었다가 금세 흩어지고 마는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약속을 깨트려버렸다. 하지만 더 이상 부품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클레어의 신체는 하나둘씩 고장 나고 있었고, 올리버를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클레어는 메모리를 지우자고 말한다.

 

 둘의 사랑은 어떤 엔딩을 맞았을까? 정말로 기억을 지웠던, 그렇지 않았든 간에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에게 최선을 택했다. 그걸 두고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그래도 둘에게만큼은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막이 올라가고 곱씹어볼 때, 비로소 제목이 입가에 맴돈다. 어쩌면 해피엔딩.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이 끝나더라도, 그 마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해피엔딩일지 모른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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