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다 린다 린다>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
누구나 하나쯤은 무언갈 가슴 벅차게 준비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기억은 우리 삶에 깊숙이 박혀 때때로 꺼내보는 추억이 된다. 지금 20년 만에 재개봉한 <린다린다린다> 역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 시절 밴드에 열과 성을 다했던 네 소녀의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지금,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시작은 쿄코(마에다 아키)가 밴드부 멤버들을 찾으러 복도를 걷는 씬이다. 카메라가 걸어가는 쿄코를 옆에서 따라가며 마치 함께 복도를 걷는 것 같은 일상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밴드부의 케이(카시이 유우)와 린코(미무라 타카요)가 다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축제가 3일 남은 상황에서 린코가 밴드부를 나가는 일이 생겨버리고, 린코와 다시 한번 말다툼하는 상황에서 케이는 충동적으로 지나가는 송(배두나)에게 밴드부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송은 교환학생으로 일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이다. 일본어가 서툴고, 반 아이들 역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므로 발음이 어려운 이름 대신 쉬운 성씨인 ‘송’으로 그를 부른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송의 일본 학교 적응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케이의 제안은 송의 고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비록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이슈로 잘 모르면서 대답부터 해버렸지만, 어쨌든 송은 밴드부의 보컬로서 합류한다. 처음 듣는 일본 노래를 불러야 하고, 친하지 않은 같은 학교 친구들과 갑자기 마음을 맞추고 합주해야 하지만 송은 최선을 다해 임했고, 기존 부원들 역시 그런 송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매진한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친구들과 일본 노래 둘 다 익숙해지는 송의 모습 역시 몰입의 한 포인트가 된다. 마치 나도 그들의 한 조각이 된 것처럼, 인물들의 열정이 감화시켜 그들의 성공적인 무대를 바라게 만든다.
영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과정’이다. 급조된 밴드부, 얼마 남지 않은 공연 날까지 주인공들에게는 1분 1초가 전부 소중했다. 어떻게든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케이는 전 남친에게까지 부탁해 가며 연습실을 빌렸고, 송은 노래방에서 일본어 가사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밤이 되면 몰래 학교에 숨어들어 소리를 거의 내지 않은 상태에서 합주를 맞췄고, 각자 반의 축제 부스 준비를 하면서도 꼭 시간을 내어 연습, 또 연습에 매진한다. 하나에 모든 걸 쏟아붓는 넷의 모습을 영화는 자연스럽게, 또 부담스럽지 않게 무게를 조율하는 연출이 탁월했다.
마냥 열정으로 극을 끌고 가지 않고 중간중간 들어간 서툰 청춘들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했다. 한국에서 온 송을 위해 직접 한국어로 준비한 멘트로 고백하는 마키의 모습은 그의 순수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록 송이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어설퍼도 선명했던 마키의 진심과 지금 당장에 충실하고 싶은 송의 마음 둘 다 이해가 돼서 귀엽게 느껴졌다. 옥상에서 밴드 이름을 두고 얘기하는 장면이나 노조미(세키네 시오리)의 집에 모여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장면도 그 나이대 학생들의 풋풋함이 돋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송의 시선에 따른 공간이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외로움이 짙게 깔린 교환학생의 시점에서 본 일본 고등학교는 묘하게 낯설다. 그러나 이 낯섦은 곧 쿄코, 케이, 노조미와 함께 밴드를 시작하면서 밝고 친근한 공간으로 변한다. 송은 더 이상 혼자 조용히 부실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송이 혼자 무대에 서서 멤버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들이 어떤 유대를 쌓아왔는지 엿볼 수 있다. 줄곧 제대로 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던 송이 텅 빈 강당에서나마 편하게 한국어로 멤버들이자 친구들인 쿄코, 케이, 노조미를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공연 당일인데, 히이라기 축제의 마지막 날은 들이치듯 폭우가 내렸고 넷은 날을 새는 연습 탓에 늦잠을 잤다. 결국 공연 시각에 일어나 허겁지겁 악기를 들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면에서, 그들의 간절함이 화면을 뚫고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된다. 잔뜩 젖은 교복을 대충 닦아내고 맨발로 무대에 선 밴드, ‘파란 마음’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뛰어난 실력도, 무대 매너도 없지만, 그들의 진심이 묘하게 오래 남는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린다린다린다>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어설프고,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푸르른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을 울린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린다 린다 린다>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
누구나 하나쯤은 무언갈 가슴 벅차게 준비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기억은 우리 삶에 깊숙이 박혀 때때로 꺼내보는 추억이 된다. 지금 20년 만에 재개봉한 <린다린다린다> 역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 시절 밴드에 열과 성을 다했던 네 소녀의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지금,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시작은 쿄코(마에다 아키)가 밴드부 멤버들을 찾으러 복도를 걷는 씬이다. 카메라가 걸어가는 쿄코를 옆에서 따라가며 마치 함께 복도를 걷는 것 같은 일상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밴드부의 케이(카시이 유우)와 린코(미무라 타카요)가 다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축제가 3일 남은 상황에서 린코가 밴드부를 나가는 일이 생겨버리고, 린코와 다시 한번 말다툼하는 상황에서 케이는 충동적으로 지나가는 송(배두나)에게 밴드부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송은 교환학생으로 일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이다. 일본어가 서툴고, 반 아이들 역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므로 발음이 어려운 이름 대신 쉬운 성씨인 ‘송’으로 그를 부른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송의 일본 학교 적응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케이의 제안은 송의 고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비록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이슈로 잘 모르면서 대답부터 해버렸지만, 어쨌든 송은 밴드부의 보컬로서 합류한다. 처음 듣는 일본 노래를 불러야 하고, 친하지 않은 같은 학교 친구들과 갑자기 마음을 맞추고 합주해야 하지만 송은 최선을 다해 임했고, 기존 부원들 역시 그런 송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매진한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친구들과 일본 노래 둘 다 익숙해지는 송의 모습 역시 몰입의 한 포인트가 된다. 마치 나도 그들의 한 조각이 된 것처럼, 인물들의 열정이 감화시켜 그들의 성공적인 무대를 바라게 만든다.
영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과정’이다. 급조된 밴드부, 얼마 남지 않은 공연 날까지 주인공들에게는 1분 1초가 전부 소중했다. 어떻게든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케이는 전 남친에게까지 부탁해 가며 연습실을 빌렸고, 송은 노래방에서 일본어 가사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밤이 되면 몰래 학교에 숨어들어 소리를 거의 내지 않은 상태에서 합주를 맞췄고, 각자 반의 축제 부스 준비를 하면서도 꼭 시간을 내어 연습, 또 연습에 매진한다. 하나에 모든 걸 쏟아붓는 넷의 모습을 영화는 자연스럽게, 또 부담스럽지 않게 무게를 조율하는 연출이 탁월했다.
마냥 열정으로 극을 끌고 가지 않고 중간중간 들어간 서툰 청춘들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했다. 한국에서 온 송을 위해 직접 한국어로 준비한 멘트로 고백하는 마키의 모습은 그의 순수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록 송이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어설퍼도 선명했던 마키의 진심과 지금 당장에 충실하고 싶은 송의 마음 둘 다 이해가 돼서 귀엽게 느껴졌다. 옥상에서 밴드 이름을 두고 얘기하는 장면이나 노조미(세키네 시오리)의 집에 모여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장면도 그 나이대 학생들의 풋풋함이 돋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송의 시선에 따른 공간이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외로움이 짙게 깔린 교환학생의 시점에서 본 일본 고등학교는 묘하게 낯설다. 그러나 이 낯섦은 곧 쿄코, 케이, 노조미와 함께 밴드를 시작하면서 밝고 친근한 공간으로 변한다. 송은 더 이상 혼자 조용히 부실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송이 혼자 무대에 서서 멤버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들이 어떤 유대를 쌓아왔는지 엿볼 수 있다. 줄곧 제대로 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던 송이 텅 빈 강당에서나마 편하게 한국어로 멤버들이자 친구들인 쿄코, 케이, 노조미를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공연 당일인데, 히이라기 축제의 마지막 날은 들이치듯 폭우가 내렸고 넷은 날을 새는 연습 탓에 늦잠을 잤다. 결국 공연 시각에 일어나 허겁지겁 악기를 들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면에서, 그들의 간절함이 화면을 뚫고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된다. 잔뜩 젖은 교복을 대충 닦아내고 맨발로 무대에 선 밴드, ‘파란 마음’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뛰어난 실력도, 무대 매너도 없지만, 그들의 진심이 묘하게 오래 남는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린다린다린다>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어설프고,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푸르른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을 울린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