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처음으로 느낀 감상이다. 사실 필자는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영화 <노스페라투>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걸작 고딕 호러 영화’라며 앞다투어 평을 내놓는 평론가들의 극찬에도 구미가 그리 당기지는 않았다고 할까.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융성했던 공포와 로맨스가 결합된 문학장르를 일컫는 고딕이라는 근대 문예사조에 관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발현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극장 벽면에 게시된 영화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포스터 상단에 새겨진 ‘기이하고 매력적인 클래식 공포’라는 문구가 당시 필자가 매료되었던 오묘한 상황을 대변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극도로 무서웠지만 동시에 너무도 아름다웠다. 끈적한 역청의 온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듯한 불쾌감이 상영 시간 내내 감도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거북스러운 그 상황에서 이상야릇한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오랜 세월 벗어날 수 없는 강한 힘에 현혹되어 악몽과 불안에 시달린 엘렌(릴리로즈 뎁)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의 말로를 지켜보는 과정이 그녀에게는 서글픈 현실이겠지만 관객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필자의 감정에서 인간의 무정함을 발견하고야 만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필자가 뮤지컬 장르로 경험했던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인간의 피를 갈급하는 뱀파이어가 운명의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갈등과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결말이라는 서사의 골격은 매우 유사하지만, 필자가 이전에 본 뮤지컬(을 비롯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다수의 작품)과 <노스페라투스>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동안 대중문화에서 표현된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는 창백한 피부와 붉은 눈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라는 특성으로 대표되는 종족이다. 인간을 홀려 피를 빨아먹는 잔인한 흡혈귀에게 대중들이 익숙함과 나아가 호감까지 느끼는 연유에는 그들의 출중한 미모와 자태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스페라투스>의 뱀파이어 백작 올록(빌 스카스가드)은 꿈에 나타날까 무서울 정도로 괴상망측하다.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체구와 울룩불룩한 피부, 뼈가 튀어나올 듯한 깡마른 손가락과 날카롭고 긴 손톱 그리고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것 같은 매서운 눈빛. 화면에 올록이 등장할 때면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올록이 지닌 강렬한 악한 기운으로 인해 그가 당도하는 지역마다 재앙이 덮쳐온다. 영화에서는 그의 등장이 초래한 후과를 전염병의 창궐로 표현한다. 쥐가 들끓는 거리와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며 구토와 고열을 앓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참극 속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으리라.
영화는 올록을 불러들인 엘렌에게 (올록이 자행한) 난리(亂離)의 책임을 묻는다. 영화의 초반, 전희의 쾌감을 느끼는 듯한 엘렌의 신음 직후 나타난 흉측한 올록의 나체와 이어지는 엘렌이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은 마치 그녀의 (어리석은) 성적 욕망이 초래할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을 예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 탓에 올록과 관계를 맺은 엘렌의 행동은 우매함으로 치부된다. 그래서일까. 엘렌은 불길한 기운을 몰고 다니는 정신이 불안정한 여인으로 여겨지며 그녀의 예견을 그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엘렌의 남편 토마스(니콜라스 홀트)가 올록성에서 고초를 겪고 산송장이 다 되어 돌아와서야 그녀의 예감이 정신착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약간의 여지를 내비칠 뿐이다. 그런 엘렌에게 신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올록을 처단할 과업을 떠맡기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난감할 따름이다. 애초에 여성의 성적 욕구와 전염병의 창궐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 이러한 결말에 다다르는지 약간 화가 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영화의 마지막, 아침 해가 떠오르고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올록에게 피를 내어주고 숨을 거둔 엘렌의 가녀린 몸뚱아리는 올록의 주검에 짓눌려 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며 삶과 죽음, 선과 악, 구원과 저주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매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 앞에서 결국 가장 약한 존재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아닐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스페라투>
기괴하고 섬뜩한 관능우화(官能寓話)
아, 이런 작품을 두고 ‘고딕(gothic)’적이라고 하는구나.
영화가 끝나고 처음으로 느낀 감상이다. 사실 필자는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영화 <노스페라투>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걸작 고딕 호러 영화’라며 앞다투어 평을 내놓는 평론가들의 극찬에도 구미가 그리 당기지는 않았다고 할까.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융성했던 공포와 로맨스가 결합된 문학장르를 일컫는 고딕이라는 근대 문예사조에 관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발현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극장 벽면에 게시된 영화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포스터 상단에 새겨진 ‘기이하고 매력적인 클래식 공포’라는 문구가 당시 필자가 매료되었던 오묘한 상황을 대변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극도로 무서웠지만 동시에 너무도 아름다웠다. 끈적한 역청의 온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듯한 불쾌감이 상영 시간 내내 감도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거북스러운 그 상황에서 이상야릇한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오랜 세월 벗어날 수 없는 강한 힘에 현혹되어 악몽과 불안에 시달린 엘렌(릴리로즈 뎁)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의 말로를 지켜보는 과정이 그녀에게는 서글픈 현실이겠지만 관객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필자의 감정에서 인간의 무정함을 발견하고야 만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필자가 뮤지컬 장르로 경험했던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인간의 피를 갈급하는 뱀파이어가 운명의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갈등과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결말이라는 서사의 골격은 매우 유사하지만, 필자가 이전에 본 뮤지컬(을 비롯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다수의 작품)과 <노스페라투스>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동안 대중문화에서 표현된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는 창백한 피부와 붉은 눈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라는 특성으로 대표되는 종족이다. 인간을 홀려 피를 빨아먹는 잔인한 흡혈귀에게 대중들이 익숙함과 나아가 호감까지 느끼는 연유에는 그들의 출중한 미모와 자태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스페라투스>의 뱀파이어 백작 올록(빌 스카스가드)은 꿈에 나타날까 무서울 정도로 괴상망측하다.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체구와 울룩불룩한 피부, 뼈가 튀어나올 듯한 깡마른 손가락과 날카롭고 긴 손톱 그리고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것 같은 매서운 눈빛. 화면에 올록이 등장할 때면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올록이 지닌 강렬한 악한 기운으로 인해 그가 당도하는 지역마다 재앙이 덮쳐온다. 영화에서는 그의 등장이 초래한 후과를 전염병의 창궐로 표현한다. 쥐가 들끓는 거리와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며 구토와 고열을 앓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참극 속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으리라.
영화는 올록을 불러들인 엘렌에게 (올록이 자행한) 난리(亂離)의 책임을 묻는다. 영화의 초반, 전희의 쾌감을 느끼는 듯한 엘렌의 신음 직후 나타난 흉측한 올록의 나체와 이어지는 엘렌이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은 마치 그녀의 (어리석은) 성적 욕망이 초래할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을 예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 탓에 올록과 관계를 맺은 엘렌의 행동은 우매함으로 치부된다. 그래서일까. 엘렌은 불길한 기운을 몰고 다니는 정신이 불안정한 여인으로 여겨지며 그녀의 예견을 그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엘렌의 남편 토마스(니콜라스 홀트)가 올록성에서 고초를 겪고 산송장이 다 되어 돌아와서야 그녀의 예감이 정신착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약간의 여지를 내비칠 뿐이다. 그런 엘렌에게 신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올록을 처단할 과업을 떠맡기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난감할 따름이다. 애초에 여성의 성적 욕구와 전염병의 창궐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 이러한 결말에 다다르는지 약간 화가 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영화의 마지막, 아침 해가 떠오르고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올록에게 피를 내어주고 숨을 거둔 엘렌의 가녀린 몸뚱아리는 올록의 주검에 짓눌려 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며 삶과 죽음, 선과 악, 구원과 저주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매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 앞에서 결국 가장 약한 존재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아닐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관객리뷰단 박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