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메모리> 리뷰 :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갖고 살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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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갖고 살아가야 하나


인간은 기억에 사로잡혀 산다. 기억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기억하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하는 사람, 기억하기 싫어 기록하지 않는 사람. ‘기억’에 대한 사람마다의 인식과 생각은 제각각이다. <메모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자와 기억하고 싶어 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실비아(제시카 차스테인)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 얽매여 있다. 그의 집은 항상 이중, 삼중 잠금장치로 철저히 바깥으로부터 실비아를 보호한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실비아를 칭찬하고 존경받지만 정작 본인은 과거 성폭행을 당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울한 감정에 갇혀 살아간다. 저주스러운 기억은 계속 실비아를 따라다녔고, 부모마저 그런 실비아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반면 사울(피터 사스가드)은 강제로 과거에 갇혀있다. 그가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현재의 기억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기억이 날 때도 있고, 안 날 때도 있다. 그가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과거뿐이다. 아내가 사별한 후 그의 보호자가 된 사울의 동생은 사울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이 온전하지 못한 형은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다는 게 그의 주장인데, 사울은 자신을 보살피는 그의 손길이 버겁다.

 

 누구보다 기억에 얽매여 있는 그들이 엮이는 계기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이다. 동생이 권유해 참석한 고등학교 동창 파티에서 만난 둘은 서로를 모르는 사이임에도 일방적으로 사울이 실비아를 쫓아간다. 비가 퍼붓는 밤새 집 앞을 지키던 사울 때문에 두려워했던 것도 잠시, 실비아는 곧 그가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울이 자신을 강간한 벤의 친구라는 것까지도. 이 사실만으로 실비아는 사울이 그 범죄 행각에 가담했다는 명확한 기억도 없으면서 사울에게 온갖 울분과 욕설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비아는 끔찍한 기억에 얽매여 고통받고 있었지만, 그 기억이 진실로 온전하지는 않았다.

 

 실비아가 사울에게 진실된 사과를 건네고, 왠지 모르겠지만 사울은 자신의 기억에 정확히 남겨진 실비아가 자신을 돌봐주길 바랐다. 관계의 시작은 오해였지만,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으로 거짓과 편견 없이 온전히 자신을 바라봐 주는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비아와 사울은 서로를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처를 치유하지만, 주변 상황은 그들의 핑크빛 감정만큼 긍정적이지 않다. 실비아의 딸 애나에게 실비아의 엄마는 계속 실비아의 욕을 한다. 거짓말을 일삼으며 전혀 본받을 점이 없다는 걸 강조하는 엄마의 등장으로 애나는 물론 관객들은 실비아의 과거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사울의 동생 역시 ‘제정신이 아닌’ 형과 사랑에 빠졌다는 실비아를 의심하며 그들의 사이를 강제로 갈라놓으려 한다. 이 둘의 존재는 실비아와 사울이 가진 마음의 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여기서 둘을 돕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실비아가 계속 보호의 명목으로 싸고돌던 딸 애나다.

 

 애나는 미성년자지만 실비아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에 대한 믿음이 존재했다. 외할머니가 실비아에게 말한 이야기들을 함부로 전하거나 속단하지 않았고, 실비아와 사울이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다시 재회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애나다. 사람에게 덴 상처가 큰 실비아와 사울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상처투성이 실비아에게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애나였다. 단순히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사랑을 다룬 것 역시 인상 깊었다.

 

 영화의 말미에 다다르면 실비아의 엄마는 과거의 일로 실비아를 계속 비난하며 진실을 부정하고 본인을 고립시킨다. 반면 실비아는 애나와 사울, 그리고 동생의 지지를 받으며 잔뜩 다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선다. 사울 역시 애나의 도움으로 ‘기억이 온전치 못한 환자란 자신을 정의하는 평면적인 신분에서 벗어나 감정에 충실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영화 전반에서 기억으로 고통받는 두 사람은 그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실비아의 엄마와 사울의 동생은 끝까지 본인의 기억과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억을 족쇄로 만드는 것도, 열쇠로 만드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가.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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