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특급>
우리의 미래는 어떤 미래
어릴 적 막연히 상상만 하던 것들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AI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어느 곳에서든 AI가 제작한 음악, 그림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SF 영화에 나오던 AI 로봇들이 서서히 발명되고 있는 가운데, 제레미 페랭 감독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라스트맨> 시리즈로 마니아층을 만든 제레미 페랭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화성특급>은 거칠지만 매끄러운 애니메이션과 거침없는 전개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는다. 첫 장면부터 학교 기숙사에서 뷔제는 경찰로 위장한 남자에게 목이 부러져 죽고, 준은 욕조에 죽은 듯이 숨어있던 덕에 목숨을 건진다. 한 편, 로봇 해방을 위해 활동하는 해커 로버타를 넘기는 데 실패한 사립 탐정 알린 루비(레아 드루케)와 파트너 카를로스 리베라(다니엘 은조 로베)는 친구이자 대기업 로이재커의 대표 크리스 로이데커에게 새로운 의뢰를 받는다.
<화성특급>의 배경은 23세기다.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화성으로 거주지를 넓혔다. 돈 많고 부자들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화성의 수도 녹티스를 배경으로, 엄청난 기술의 발달로 상상만 해오던 일들이 실현되는, 마치 유토피아 같은 세계를 연출한다.
이를테면 카를로스는 과거 전쟁으로 인해 시신도 남기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이전에 백업해 뒀던 본인의 인적 사항과 성격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가 되어 알린과 계속 함께 한다. 인간의 기억과 성격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기계인 카를로스는 간간히 본인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한다.
지구와 화성 간 우주여행은 매우 단시간에 기차 여행을 하듯 간단하게 할 수 있고 생체 나노 기계로 이뤄진 보조 장치를 이용해 말하지 않아도 생체 신호를 통해 텔레파시로 얘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 요즘 말로 고능한 세계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하다. 돈으로 위계질서가 성립된 세계는 부자와 서민의 간극이 더욱 커져 아예 사는 곳이 지구와 화성으로 나뉘었다. 성매매 등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모두 로봇에게 떠넘겨 책임을 회피한 채 끊임없이 욕망을 채우고, 로봇들은 쓰임을 다하면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폐기된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이 모든 불행을 로봇 탓으로 돌리고, 거리는 로봇 반대 시위로 가득 찼다. 희망적인 미래보다는 지금보다 더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생각나게 하는 23세기인 것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알린과 카를로스가 맡은 의뢰인 '실종된 여대생 준'을 찾는 것이지만, 그 뒤엔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준은 머리가 좋아 사립 명문대에서 인공 두뇌학을 전공할 정도의 수재였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여러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준이 했던 일 중에는 뇌 농장에서 본인의 뇌를 에너지원으로 제공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 일이 로이재커가 꾸미는 일과 연관이 된 일이었다. 로이재커는 모든 로봇을 인간으로부터 해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를 파악한 알린은 준이 단순한 가출이 아닌 음모를 피해 숨어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망을 좁힌다.
이 영화의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고 인물들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사태가 악화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주류 영화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해피엔딩을 맡는 여타 영화들과 다르다. 이는 개인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 보여준다.
알린은 대기업 로이재커로부터 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준은 결국 총을 맞고 죽는다. 하지만 아직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기에 범죄자지만 유능했던 해커 로버타와 손을 잡고 준의 복사 로봇으로부터 증거를 채집하려 하나 로이재커의 막강한 자본과 인력으로 실패하고, 종국엔 로이재커를 막는 데 실패해 알린은 죽고 실의에 빠진 카를로스와 해방된 모든 로봇과 함께 화성, 즉 인류를 떠나 실체가 없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인류는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것을 이뤘지만, 그것들을 온전히 누리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들뿐이었다. 단순히 기술 진보만이 정답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사회 시스템 정비와 윤리 의식이 함께 성장했다면 이런 베드 엔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뻔한 SF영화로 위장한 <화성특급>은 그 어느 작품보다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 관객리뷰단 서수민
<화성특급>
우리의 미래는 어떤 미래
어릴 적 막연히 상상만 하던 것들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AI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어느 곳에서든 AI가 제작한 음악, 그림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SF 영화에 나오던 AI 로봇들이 서서히 발명되고 있는 가운데, 제레미 페랭 감독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라스트맨> 시리즈로 마니아층을 만든 제레미 페랭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화성특급>은 거칠지만 매끄러운 애니메이션과 거침없는 전개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는다. 첫 장면부터 학교 기숙사에서 뷔제는 경찰로 위장한 남자에게 목이 부러져 죽고, 준은 욕조에 죽은 듯이 숨어있던 덕에 목숨을 건진다. 한 편, 로봇 해방을 위해 활동하는 해커 로버타를 넘기는 데 실패한 사립 탐정 알린 루비(레아 드루케)와 파트너 카를로스 리베라(다니엘 은조 로베)는 친구이자 대기업 로이재커의 대표 크리스 로이데커에게 새로운 의뢰를 받는다.
<화성특급>의 배경은 23세기다.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화성으로 거주지를 넓혔다. 돈 많고 부자들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화성의 수도 녹티스를 배경으로, 엄청난 기술의 발달로 상상만 해오던 일들이 실현되는, 마치 유토피아 같은 세계를 연출한다.
이를테면 카를로스는 과거 전쟁으로 인해 시신도 남기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이전에 백업해 뒀던 본인의 인적 사항과 성격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가 되어 알린과 계속 함께 한다. 인간의 기억과 성격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기계인 카를로스는 간간히 본인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한다.
지구와 화성 간 우주여행은 매우 단시간에 기차 여행을 하듯 간단하게 할 수 있고 생체 나노 기계로 이뤄진 보조 장치를 이용해 말하지 않아도 생체 신호를 통해 텔레파시로 얘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 요즘 말로 고능한 세계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하다. 돈으로 위계질서가 성립된 세계는 부자와 서민의 간극이 더욱 커져 아예 사는 곳이 지구와 화성으로 나뉘었다. 성매매 등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모두 로봇에게 떠넘겨 책임을 회피한 채 끊임없이 욕망을 채우고, 로봇들은 쓰임을 다하면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폐기된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이 모든 불행을 로봇 탓으로 돌리고, 거리는 로봇 반대 시위로 가득 찼다. 희망적인 미래보다는 지금보다 더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생각나게 하는 23세기인 것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알린과 카를로스가 맡은 의뢰인 '실종된 여대생 준'을 찾는 것이지만, 그 뒤엔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준은 머리가 좋아 사립 명문대에서 인공 두뇌학을 전공할 정도의 수재였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여러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준이 했던 일 중에는 뇌 농장에서 본인의 뇌를 에너지원으로 제공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 일이 로이재커가 꾸미는 일과 연관이 된 일이었다. 로이재커는 모든 로봇을 인간으로부터 해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를 파악한 알린은 준이 단순한 가출이 아닌 음모를 피해 숨어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망을 좁힌다.
이 영화의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고 인물들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사태가 악화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주류 영화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해피엔딩을 맡는 여타 영화들과 다르다. 이는 개인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 보여준다.
알린은 대기업 로이재커로부터 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준은 결국 총을 맞고 죽는다. 하지만 아직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기에 범죄자지만 유능했던 해커 로버타와 손을 잡고 준의 복사 로봇으로부터 증거를 채집하려 하나 로이재커의 막강한 자본과 인력으로 실패하고, 종국엔 로이재커를 막는 데 실패해 알린은 죽고 실의에 빠진 카를로스와 해방된 모든 로봇과 함께 화성, 즉 인류를 떠나 실체가 없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인류는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것을 이뤘지만, 그것들을 온전히 누리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들뿐이었다. 단순히 기술 진보만이 정답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사회 시스템 정비와 윤리 의식이 함께 성장했다면 이런 베드 엔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뻔한 SF영화로 위장한 <화성특급>은 그 어느 작품보다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