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리뷰 :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노력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노력


 점점 잊혀져 가는 걸 지키는 자의 마음은 어떨까. 한때 찬란한 영광과 인기를 누렸던 여성국극은 미디어의 발달로 점차 그 힘을 잃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아는 이가 드문 장르가 된 지 오래다. 카메라는 여성국극 제작소의 박수빈, 황지영 배우를 중심으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여성국극과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아냈다. 여성국극에서 사용하는 니바이(주연), 삼마이(조연) 등 간단한 용어 설명부터 여성국극의 역사를 가볍게 알려주며 시작해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박수빈, 황지영 배우는 무형유산이자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선생님의 배움 아래 3세대 여성국극 일원으로서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변변한 연습실, 탈의실이 없어 캠핑카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무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부르기만 하면 어디든 달려가 공연한다. 이렇게 백스테이지에서는 고난과 힘듦이 가득하지만, 무대 위에 올라서기만 하면 둘의 노래에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단단하고 힘 있는 그들의 에너지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서 좀 더 멋있는 이 둘이, 여성국극이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생겨난다.

 

 영화는 박수빈, 황지영 배우가 함께 '레전드 춘향전' 무대를 기획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된다. 전반부는 일본의 여성국극과 비슷한 '다카라즈카' 공연을 보며 공연 스케일을 부러워하고, 과거 1950년대 여성국극의 전성기와 현재를 비교하며 아쉬워하는 모습 등으로 채워졌다면 후반부는 적극적으로 공연을 위해 땀을 쏟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아흔 줄을 맞은 조영숙 선생님께, 더 늦기 전에 한 번이라도 큰 무대에 서실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목적 하나로 둘은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내가 이걸 놓지 못하는 이유는 날 닮아서. 평생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나와 닮아서, 이걸 기억해 주는 이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박수빈 배우의 말대로 두 배우가 함께라면 못 해낼 것이 없었다. 과거 활동하던 1, 2세대 선배 배우들을 섭외하고, 투자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들을 접대하며 끝내 그들을 설득하는 장면은 처절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모든 일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현실은 그들에게 차갑고 아팠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형태가 희미하던 팀은 점점 구색을 갖췄다. 섭외한 명인들과 연출 부분에서 마찰을 빚거나, 각본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기보다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관점에 부딪칠 때도 어떻게든 두 배우는 해결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다.

 

 우울감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황지영 배우는 남자 역을 하는 배우가 살려면 여자 역을 맡은 배우가 누구보다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춘향 역을 따낸다. 박수빈 배우 역시 대외적으로 투자자, 감독들과 미팅을 하며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모든 노력과 시간들을 모두 관람하며 관객 역시 23년 공연된 '레전드 춘향전'을 마주했을 때 그동안 영화에 나왔던 어떤 무대보다 더 크게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배우, 그리고 모든 여성국극에 몸담은 이들의 바람대로 여성국극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여성국극을 주제로 사랑을 받은 웹툰 <정년이>가 드라마화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국극이라는 장르를 알리고, 박수빈, 황지영 배우 역시 춘향전 무대를 성공리에 마치며 오는 7월엔 1,200석 규모의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대 춘향전' 공연을 앞두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끊어질 듯 가냘픈 예술을 이어 결국 빛을 보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꽃이 피길 바라본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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