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숨> 리뷰 : 죽음이 가르쳐 주는 삶이라는 역설


<숨> 

죽음이 가르쳐 주는 삶이라는 역설


 2012년 즈음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문 교양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통찰을 예일대 교수인 셸리 케이건이 강의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다큐멘터리 ‘숨’을 감상하며 이전에 읽었던 이 책의 내용이 계속 떠올랐다. 해당 책의 장별 주제는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가’,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는가’,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죽음은 나쁜 것인가’,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죽음을 마주하고 산다는 것’ 등이다. 이 주제들은 다큐멘터리 ‘숨’을 감상하며 끊임없이 나의 머릿속에 던져지는 질문들과 동일했다. 그렇기에 신영극장을 나선 이후 지금까지도 스스로 계속 질문하게 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이 영화는 책과는 달리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죽음,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죽음에 대해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천천히 삶을 은유한다. 또한 영화는 끊임없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은 곧 삶 자체에 대한 고찰로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도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시작으로 영화는 찬찬히 죽음으로 무無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실존의 속성이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라는 전제를 이야기한 뒤, 자연스럽게 죽음의 필연성에 대해 역설한다.


 유재철 씨는 6명의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치르며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대한민국 대표 장례지도사이자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음에도 준비된 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유재철 씨의 내레이션은 시신을 화장하는 화면을 부감으로 스크린에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지금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저 시신은 내 육신의 마지막 모습의 정확한 미래이며, 치러지는 장례는 피할 수 없는 우리 인생의 마침표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 원리는 같은 실존을 가진 인간에게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게 실현될 예정임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우리에게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더 나아가 당신은 당신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질문이 이어질 뿐, 섣불리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한 남자는 한눈에 봐도 오랜 시간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의 집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약을 뿌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특수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이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은 관공서 컴퓨터 안에 이름 세 글자뿐’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삶의 허무함, 삶의 공허함, 삶의 무의미함에 대한 코멘트이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우리는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파지를 줍는 넝마꾼 문인산 씨. 지친 육신을 이끌고 죽음을 향해 가는 노인은 삶이라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한다. 삶은 슬프고, 나는 죽지 못해 산다는 그녀의 독백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는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까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넝마꾼 노인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 앞의 인간은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 태도는 어떠해야 마땅한지를 묻는다.

 

 영화는 결론적으로, 죽음에 비교적 가까운 노인들의 삶을 통해 죽음을 앞둔 인간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사는지 조명하고 우리가 나의 죽음은 어떠하길 바라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실재하는 죽음의 이미지는 죽음을 앞둔 노인들을 말과 행동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코멘트는 필연적으로 삶에 대한 코멘트로 전환된다. 영화의 후반에는 죽음을 대하는 것이 직업인 장례지도사가 본인의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한 번 더 깊게 사유하도록 관객을 돕는다.

 

 영화의 중반부에 한 사회학자의 말이 인용된다. ‘그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성숙을 바탕으로 더욱 깊어지고, 죽음에 대해 사려 깊어지는 우리 한국 사회를 기대해 본다.


- 관객리뷰단 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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