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밀리아 페레즈>
과연 보이는 게 전부인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몽환적이면서도 오싹한 합창이 쏟아져 나오듯 관객들을 덮친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는 곧바로 리타 모라 카스트로(조 샐다나)의 넘버로 이어진다. 그는 정의와 돈 사이에서 돈을 선택한 부패한 변호사,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를 외면하고 그를 죽인 남편을 옹호하는 대본을 쓰는 인물이었다. 막상 공방에 참석할 수 있는 건 리타가 아닌 그의 상사지만, 그가 승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에 리타는 치밀하게 대본을 썼다. 결국 살인자 남편은 무죄 선고를 받고, 회의감이 드는 리타에게 전화 한 통이 온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함'을 놓지 않는, 자극의 연속인 영화다. 황금 종려상 후보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비트가 빠르고 선명한 원색과 조명으로 시선 역시 사로잡혀 스크린 타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내용 역시 독특하다. 마약왕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카를로 소피아 가스콘)는 자기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온갖 범죄로 얼룩진 남자 마니타스가 아닌, 아예 다른 존재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완벽하게 뒤처리 할 수 있으면서 자신의 계획을 아무도 모르게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리타를 선택했다. 리타 역시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돈이 필요했고, 이해관계가 맞는 둘은 손을 잡았다.
이때 수술을 집도하기 전, 리타가 수술 의뢰를 위해 와서먼 박사를 만났을 때 박사는 자신은 피부와 뼈를 고치는 거지 영혼을 고칠 수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신분을 바꾸고 싶으면 성형이 정답이 아니라고, 겉모습은 바꿀 수 없어도 내면은 바꿀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리타는 몸이 바뀌면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 정신도 바뀌게 되어있다며 우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도와달라고 반박한다. 결국 박사의 도움으로 마니타스는 돈, 권력, 자신이 저지른 범죄,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버리고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새로운 인물로 다시 살아간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겉보기엔 마니타스와 다른 인물이었다. 자신, 그리고 본인의 마약 카르텔과 연루된 범죄자들로 인해 가족과 지인들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재단을 세우고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나라에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유해를 수습하고, 남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니타스'였던 본성을 버리지도 못했다. 막대한 유산을 안겨주고 아내와 자식들을 스위스 은신처로 보냈지만, 아이들이 그립다며 억지로 스위스에 적응했던 그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멕시코시티로 불러들였다. 전 아내 제시(셀레나 고메즈)가 새로운 사람과 결혼할 거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니 그의 계좌를 막고 몸으로 협박까지 하기도 했다.
에밀리아는 껍데기만 달라졌을 뿐 전혀 달라지지 않은 알맹이로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없었다. 갖고 있던 재산으로 자신의 죄로 고통을 받는 희생자들을 돕지만 정작 자신의 과거를 무엇 하나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도망쳤으니,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다. 결국 자신이 던진 부메랑을 고스란히 맞은 셈이다.
영화는 이리저리 눈과 귀를 현혹하고, 선한 사람의 표본처럼 굴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에밀리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에밀리아, 아니 마니타스의 이중성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겉모습을 바꾼다고 해서 속까지 변할 수 있는가?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로 성 정체성에 대한 소재를 가볍게 다룬 것 같다는 점은 지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음악과 이야기의 잔상이 머릿속에 맴도는 영화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에밀리아 페레즈>
과연 보이는 게 전부인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몽환적이면서도 오싹한 합창이 쏟아져 나오듯 관객들을 덮친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는 곧바로 리타 모라 카스트로(조 샐다나)의 넘버로 이어진다. 그는 정의와 돈 사이에서 돈을 선택한 부패한 변호사,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를 외면하고 그를 죽인 남편을 옹호하는 대본을 쓰는 인물이었다. 막상 공방에 참석할 수 있는 건 리타가 아닌 그의 상사지만, 그가 승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에 리타는 치밀하게 대본을 썼다. 결국 살인자 남편은 무죄 선고를 받고, 회의감이 드는 리타에게 전화 한 통이 온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함'을 놓지 않는, 자극의 연속인 영화다. 황금 종려상 후보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비트가 빠르고 선명한 원색과 조명으로 시선 역시 사로잡혀 스크린 타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내용 역시 독특하다. 마약왕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카를로 소피아 가스콘)는 자기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온갖 범죄로 얼룩진 남자 마니타스가 아닌, 아예 다른 존재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완벽하게 뒤처리 할 수 있으면서 자신의 계획을 아무도 모르게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리타를 선택했다. 리타 역시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돈이 필요했고, 이해관계가 맞는 둘은 손을 잡았다.
이때 수술을 집도하기 전, 리타가 수술 의뢰를 위해 와서먼 박사를 만났을 때 박사는 자신은 피부와 뼈를 고치는 거지 영혼을 고칠 수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신분을 바꾸고 싶으면 성형이 정답이 아니라고, 겉모습은 바꿀 수 없어도 내면은 바꿀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리타는 몸이 바뀌면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 정신도 바뀌게 되어있다며 우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도와달라고 반박한다. 결국 박사의 도움으로 마니타스는 돈, 권력, 자신이 저지른 범죄,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버리고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새로운 인물로 다시 살아간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겉보기엔 마니타스와 다른 인물이었다. 자신, 그리고 본인의 마약 카르텔과 연루된 범죄자들로 인해 가족과 지인들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재단을 세우고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나라에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유해를 수습하고, 남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니타스'였던 본성을 버리지도 못했다. 막대한 유산을 안겨주고 아내와 자식들을 스위스 은신처로 보냈지만, 아이들이 그립다며 억지로 스위스에 적응했던 그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멕시코시티로 불러들였다. 전 아내 제시(셀레나 고메즈)가 새로운 사람과 결혼할 거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니 그의 계좌를 막고 몸으로 협박까지 하기도 했다.
에밀리아는 껍데기만 달라졌을 뿐 전혀 달라지지 않은 알맹이로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없었다. 갖고 있던 재산으로 자신의 죄로 고통을 받는 희생자들을 돕지만 정작 자신의 과거를 무엇 하나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도망쳤으니,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다. 결국 자신이 던진 부메랑을 고스란히 맞은 셈이다.
영화는 이리저리 눈과 귀를 현혹하고, 선한 사람의 표본처럼 굴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에밀리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에밀리아, 아니 마니타스의 이중성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겉모습을 바꾼다고 해서 속까지 변할 수 있는가?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로 성 정체성에 대한 소재를 가볍게 다룬 것 같다는 점은 지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음악과 이야기의 잔상이 머릿속에 맴도는 영화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