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어쌔신>의 세 번째 시리즈인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는 미야자키로 출장 겸 바캉스를 떠난 마히로(이자와 사오리)와 치사토(타카이시 아카리)가 후유무라(이케마츠 소스케)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피의 난투극(亂鬪劇)을 그린다. 도쿄 도심을 벗어나 남부 휴양지에 온 마히로와 치사토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업무를 속전속결로 완수하고 업무 외의 시간을 즐겁게 누릴 계획을 세운다. 격무에 시달려 온 자신을 위한 달콤한 보상이 있어야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충전되는 이 사회의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두 사람의 설렘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영화적 상상이 구축한 섬뜩한 설정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도 직업이라면 직업이라서 그런지 숙련된 킬러인 마히로와 치사토의 작업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고 동시에 놀라우리만큼 사무적이다. 도트 문양이 장식된 원색의 우비를 맞춰 입고 미야자키현청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은 언뜻 보면 관광객처럼 보이지만, 의뢰 대상을 찾아 나서는 신속하고 조용한 몸놀림이 너무도 유려하다. 현청 내부의 곳곳을 은밀하게 이동하며 탄환을 장전하고 서로를 엄호하며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에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어 간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두 사람이 문을 박차고 총구를 겨눈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본래 마히로와 치사토에게 배당된 처리 대상을 후유무라가 제거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
마히로와 치사토가 후유무라와 대면하는 순간, 영화에 감도는 분위기는 일순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가득 차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을 준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중복된 계약 건을 누가 담당할지 난감할 수는 있겠지만, 추후 업무처리는 차치하더라도 우선은 의뢰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하지만 후유무라의 총구는 마히로와 치사토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시리즈가 자랑하는 경쾌한 액션의 포문을 연다. 세 사람이 대치하는 틈을 노려 도주한 타깃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현청 건물 내부에서의 총격신과 격투신은 빠른 속도감으로 장면을 전환하여 스릴감을 배가하여 준다. 세 사람의 화려한 무술과 긴박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한 편의 현대무용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감동도 전해진다. 이 영화가 구성한 수많은 격투 장면 중에서 압권은 단연코 마히로와 후유무라의 결투신이다. 마히로와 후유무라의 결투는 수미쌍관 구조로 배치되어 있는데, 총술과 단검술에 이어 종장에는 맨몸으로 대결하는 두 사람의 묵직하면서도 재빠른 몸놀림에서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실제 스턴트 퍼포머인 이자와 사오리와 그녀와 합을 맞추어 대결하는 이케마츠 소스케의 타격감 높고 다채로운 움직임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과감하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감상하고 있자면 이 장면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을 배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느껴져 인간적인 감동까지 더해진다.
무투이승(無鬪以勝), ‘싸우지 않고 이긴다’라는 뜻이다. 이는 손자병법에 기록된 전략적 사고 중 하나로 단순한 힘의 대결이 아닌 상황을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자연스럽게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이다. 소모적인 충돌을 축소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기에 여러모로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화 <베이비 어쌔신> 시리즈의 두 주인공 마히로와 치사토에게는 춘추시대부터 내려온 이 동양의 지혜가 그다지 와닿는 가르침이 아닌가 보다. 여고생 킬러 콤비 마히로와 치사토에게 작전상 후퇴와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둘은 언제나 목숨을 걸고 싸운다. 무조건 싸운다. 그것도 매우 활기차게. 두 소녀의 전투 방향은 언제나 적진을 향해 앞으로만 나아간다. 거침없이 명랑한 두 소녀의 혈투(血鬪)에 협객(俠客)의 숙명이라던가 무사도(武士道)의 정신과 같은 엄숙한 가치관이 기저에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하지만 3편의 연작 영화를 전부 다 감상하고 나자 앞서 언급한 필자의 추측은 점차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시리즈물의 한계일까. 약간의 변주만 더한 식상한 전개(최후의 빌런 처리는 마히로의 무술 장면으로 정리한다와 같은)를 언제까지 반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사족(蛇足)처럼 느껴지는 주변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치사토가 보다 서사가 담겨 있는 감각적인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감독 사카모토 유고가 본인의 전작 <야쿠자 어쌔신>에서 5분 남짓 등장한 조연에 불과했던 여고생 킬러 캐릭터를 주연의 자리까지 끌어올려 이야기를 확장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감독은 두 소녀를 내세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금껏 마히로와 치사토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적진을 향한 전진이 누군가의 성장(成長)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지금보다 설득력이 있는 에피소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이 시리즈 영화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말이다.
<베이비 어쌔신> 리뷰
명랑 소녀 유혈(流血) 성장기?
<베이비 어쌔신>의 세 번째 시리즈인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는 미야자키로 출장 겸 바캉스를 떠난 마히로(이자와 사오리)와 치사토(타카이시 아카리)가 후유무라(이케마츠 소스케)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피의 난투극(亂鬪劇)을 그린다. 도쿄 도심을 벗어나 남부 휴양지에 온 마히로와 치사토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업무를 속전속결로 완수하고 업무 외의 시간을 즐겁게 누릴 계획을 세운다. 격무에 시달려 온 자신을 위한 달콤한 보상이 있어야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충전되는 이 사회의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두 사람의 설렘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영화적 상상이 구축한 섬뜩한 설정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도 직업이라면 직업이라서 그런지 숙련된 킬러인 마히로와 치사토의 작업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고 동시에 놀라우리만큼 사무적이다. 도트 문양이 장식된 원색의 우비를 맞춰 입고 미야자키현청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은 언뜻 보면 관광객처럼 보이지만, 의뢰 대상을 찾아 나서는 신속하고 조용한 몸놀림이 너무도 유려하다. 현청 내부의 곳곳을 은밀하게 이동하며 탄환을 장전하고 서로를 엄호하며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에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어 간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두 사람이 문을 박차고 총구를 겨눈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본래 마히로와 치사토에게 배당된 처리 대상을 후유무라가 제거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
마히로와 치사토가 후유무라와 대면하는 순간, 영화에 감도는 분위기는 일순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가득 차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을 준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중복된 계약 건을 누가 담당할지 난감할 수는 있겠지만, 추후 업무처리는 차치하더라도 우선은 의뢰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하지만 후유무라의 총구는 마히로와 치사토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시리즈가 자랑하는 경쾌한 액션의 포문을 연다. 세 사람이 대치하는 틈을 노려 도주한 타깃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현청 건물 내부에서의 총격신과 격투신은 빠른 속도감으로 장면을 전환하여 스릴감을 배가하여 준다. 세 사람의 화려한 무술과 긴박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한 편의 현대무용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감동도 전해진다. 이 영화가 구성한 수많은 격투 장면 중에서 압권은 단연코 마히로와 후유무라의 결투신이다. 마히로와 후유무라의 결투는 수미쌍관 구조로 배치되어 있는데, 총술과 단검술에 이어 종장에는 맨몸으로 대결하는 두 사람의 묵직하면서도 재빠른 몸놀림에서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실제 스턴트 퍼포머인 이자와 사오리와 그녀와 합을 맞추어 대결하는 이케마츠 소스케의 타격감 높고 다채로운 움직임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과감하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감상하고 있자면 이 장면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을 배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느껴져 인간적인 감동까지 더해진다.
무투이승(無鬪以勝), ‘싸우지 않고 이긴다’라는 뜻이다. 이는 손자병법에 기록된 전략적 사고 중 하나로 단순한 힘의 대결이 아닌 상황을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자연스럽게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이다. 소모적인 충돌을 축소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기에 여러모로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화 <베이비 어쌔신> 시리즈의 두 주인공 마히로와 치사토에게는 춘추시대부터 내려온 이 동양의 지혜가 그다지 와닿는 가르침이 아닌가 보다. 여고생 킬러 콤비 마히로와 치사토에게 작전상 후퇴와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둘은 언제나 목숨을 걸고 싸운다. 무조건 싸운다. 그것도 매우 활기차게. 두 소녀의 전투 방향은 언제나 적진을 향해 앞으로만 나아간다. 거침없이 명랑한 두 소녀의 혈투(血鬪)에 협객(俠客)의 숙명이라던가 무사도(武士道)의 정신과 같은 엄숙한 가치관이 기저에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하지만 3편의 연작 영화를 전부 다 감상하고 나자 앞서 언급한 필자의 추측은 점차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시리즈물의 한계일까. 약간의 변주만 더한 식상한 전개(최후의 빌런 처리는 마히로의 무술 장면으로 정리한다와 같은)를 언제까지 반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사족(蛇足)처럼 느껴지는 주변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치사토가 보다 서사가 담겨 있는 감각적인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감독 사카모토 유고가 본인의 전작 <야쿠자 어쌔신>에서 5분 남짓 등장한 조연에 불과했던 여고생 킬러 캐릭터를 주연의 자리까지 끌어올려 이야기를 확장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감독은 두 소녀를 내세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금껏 마히로와 치사토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적진을 향한 전진이 누군가의 성장(成長)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지금보다 설득력이 있는 에피소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이 시리즈 영화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말이다.
- 관객리뷰단 박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