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탑 메이킹 센스> 리뷰 : Sight and Sound: 영화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스탑 메이킹 센스>

Sight and Sound: 영화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Sight and Sound』. 영국의 BFI에서 1932년부터 출판된 가장 저명하고 공신력 있는 영화잡지의 이름이다. 이 단순한 이름은 영화가 어떻게 출발했는지, 어떤 것을 보여주는지를 간명하게 주장한다. Sight, 곧 시각적인 측면과 Sound, 청각적인 측면. 이 두 가지는 영화의 핵심 요소이자, 사실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이자 물음이다. Sight and Sound : 영화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예술은 우리를 낯설게 하고, 동시에 자유를 느끼게 만든다. 철학자 한병철의 표현을 빌리자면 ‘예술의 집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Stop Making Sense>(1984)는 ‘다른 곳’으로 초대하는 문을 연다. 언제부터인가... 관객으로 하여금 경험하게 하는 영화가 유행이라고 한다. 그 유행 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콘서트 기록을 넘어, 시각과 청각—‘Sight and Sound’를 통해 우리에게 영화를 깊이 체험하게 한다.

 

  우리가 관객이자 방관자였던 순간, 콘서트의 현장이 생생히 눈앞으로 펼쳐질 때 영화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몸의 일부가 된다. 토킹 헤즈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지금 나는 영화관에 있고, 나는 왜 영화를 보고 있는가?”, 그리고 “영화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관객들에게는 '양들의 침묵'의 감독으로 유명한 '조나단 드미'는 영화 '양들의 침묵'이 세상에 나오기 7년 전에 전설적인 밴드 '토킹헤즈'를 만나 콘서트 현장을 다큐형식으로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1시간 30분가량 쉬지 않고 전개되는 영상은 우리가 콘서트 현장에 직접 들어가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감독 조나단 드미는 영화에 대한 답을 무대 위에서 찾아냈다. 영화는 데이비드 번의 솔로 장면—“Hi, I’ve got a tape I wanna play”라고 상징적으로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곡이 하나씩 이어질 때마다 다른 멤버들이 차례차례 무대에 올라온다.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이 순서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개인에서 시작해 공동체로 확장되는 과정, 음악과 무대가 점점 더 거대해지는 흐름이 그대로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콘서트 실황을 찍어둔 영상이 아니라, 영화적인 서사를 가진 작품이라는 얘기다. 이 연출은 “한 사람의 고독”이 “공동의 해방”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화한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보통, 관객들은 콘서트 영화를 볼 때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 나 또한 ‘현장감’이라는 것도 결국 현장에 있지 않으면 반쪽짜리가 아닌가 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이 작품은 달랐다. 드미의 카메라는 단순히 공연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그 무대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든다. 연주자들의 표정, 호흡, 조명에 비친 땀방울 하나까지 다 영화적 리듬 안에 들어가 있다. 어느 순간 관객들은 무대 위의 디테일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중에는 심지어 키보디스트의 겨드랑이에 번지는 땀까지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가 영화에서 무엇을 보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이렇게 아주 사소한 순간에 다시 고개를 든다.

 

  특히 데이비드 번의 무대는 압도적이다. 말 그대로 연기하고, 춤추고,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빅 슈트’를 입고 무대 위를 휘저을 때, 그것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그 과장된 크기 안에 인간의 불안, 동시에 해방의 에너지가 함께 담겨 있다. 연극적인 요소와 무대예술의 힘이 교차하는 순간, 영화와 연극, 그리고 음악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타난다.

 

  <Stop Making Sense>는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갈수록 점점 더 강렬해진다. 조명은 더욱 극적으로 변하고, 멤버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앙상블처럼 맞아떨어진다. 관객이 점점 더 깊숙이 빨려 들어가면서, 공연장은 하나의 거대한 몸처럼 숨을 쉰다. 보통 콘서트 영화는 ‘그날 그 순간’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만, 이 영화는 기록을 넘어 ‘경험 그 자체’를 만든다. 영화관 의자에 앉아 있는 관객은 어느새 무대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몰입감을 경험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결국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건 장면이나 음악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그 순간 거기에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걸 보면서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Stop Making Sense>는 그런 경험을 가장 영화적으로 만들어낸, 거의 유일한 콘서트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히 ‘토킹 헤즈의 공연 실황’이라 부르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공연이면서 동시에 서사이고, 기록이면서 동시에 창조다.

 

  결국,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보는가? 무대의 조명일 수도 있고, 배우 같은 뮤지션들의 움직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리듬과 비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그 현존감, 그 자유로움—야말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던 진짜 ‘Sight and Sound’ 일 것이다.


- 관객리뷰단 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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