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아픈, 사랑 이야기>
가벼운 거짓말, 무거운 아픔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나의 아픈 사랑 이야기>가 한국에 상륙했다. 겉으로 볼 땐 그냥 단순한 사랑이야기 같은데, 막상 파헤쳐보니 생각보다 볼거리가 꽤 많았다는 개인적인 후기다.
우선 스토리는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암에 걸린 척해서 편하게 학교를 다니는 남주와 진짜 아픈 줄 알고 돕는 백혈병 환자 여주의 이야기다. 여기 두 주인공 이름이 둘 다 예쯔제라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두 사람은 계속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엮이지만 생김새, 성격, 하다못해 성적까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선 그보다 많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짜를 진실로 만들기란 어렵고, 떨어진 신뢰를 올리기 역시 힘들다는 말이다. 거짓은 너무나도 가벼워 말하기 쉽지만, 거기에 덧붙여지는 감정의 무게와 뒤따라오는 진실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거짓말이라는 건 가장 무거운 것이기도 하다. 당연한 이 사실을 남자 예쯔제(첨회운)(이하 남쯔제)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남쯔제는 늘 뒤에서 친구와 낄낄거리며 놀기에 바빴다.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이모로부터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에 지나지 않았다. 남쯔제가 미래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죽이며 살아가는 이유는 그에게 더 이상 '앞으로'라는 말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의 즐거운 하루를 꿈꾸며 기차에서 잠든 그는 모두가 죽은 기차 안에서 홀로 살아남아 병실에서 깨어난 경험이 있다. 어릴 때 꿈꿨던 희망적인 미래가 처참하게 짓밟힌 적이 있으니 '앞으로'가 기대되지도 않았다.
반면 여자 예쯔제(강제)(이하 여쯔제)는 늘 선생님들로부터 우등생이라 불리며 반장으로서 친구들 사이에 평판도 좋았다. 강단도 있고, 사교성도 좋은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 온전히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혼자 철저히 관리하며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숨기며 지냈다. 그래서 선생님의 부탁으로 암에 걸렸다는 남쯔제의 식단과 공부를 도와주려 애쓰지만 이 모든 게 거짓말인 남쯔제는 자신을 도우려는 여쯔제가 거슬리기만 하다.
영화는 남쯔제가 여쯔제에게 트라우마를 털어놓으며 짜증 나기만 했던 여쯔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로맨스 물의 모습을 띤다. 함께 소아 환자들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하며 여쯔제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남쯔제의 다정한 일면을 보고 그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면서 둘은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지만, 남쯔제의 커다란 거짓말 역시 털어놓지 못하고 그대로라 관계는 위태롭기만 하다.
남쯔제의 이모는 '거짓말은 더 많은 거짓말을 부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영화를 통틀어 전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남쯔제는 여쯔제가 자신에게 실망할 게 무서워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숨기려 했고, 그것은 계속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점점 털어놓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 결국 남쯔제는 여쯔제를 따로 불러내 진실을 고한다.
'아프다'라는 제목의 형용사는 여러 의미가 있다. 가짜 '아픔'을 연기하며 마음의 흉터를 숨긴 남쯔제, 진짜 '아픔'을 숨기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던 여쯔제.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첫사랑이란 풋풋한 감정으로 버무려진 두 예쯔제의 아픔이 유독 잘 전달된 이유는 청춘의 감점을 여느 로맨스 영화보다도 입체적이고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하나씩은 있고, 비밀을 숨기려다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으며 성장한다. 어린 두 예쯔제의 첫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 식상해 보이는 설정들을 넣었음에도 사랑받은 이유는 적어도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숨기고 싶었을지언정 외면하지 않는 예쯔제들의 사랑이 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나의 아픈, 사랑 이야기>
가벼운 거짓말, 무거운 아픔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나의 아픈 사랑 이야기>가 한국에 상륙했다. 겉으로 볼 땐 그냥 단순한 사랑이야기 같은데, 막상 파헤쳐보니 생각보다 볼거리가 꽤 많았다는 개인적인 후기다.
우선 스토리는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암에 걸린 척해서 편하게 학교를 다니는 남주와 진짜 아픈 줄 알고 돕는 백혈병 환자 여주의 이야기다. 여기 두 주인공 이름이 둘 다 예쯔제라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두 사람은 계속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엮이지만 생김새, 성격, 하다못해 성적까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선 그보다 많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짜를 진실로 만들기란 어렵고, 떨어진 신뢰를 올리기 역시 힘들다는 말이다. 거짓은 너무나도 가벼워 말하기 쉽지만, 거기에 덧붙여지는 감정의 무게와 뒤따라오는 진실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거짓말이라는 건 가장 무거운 것이기도 하다. 당연한 이 사실을 남자 예쯔제(첨회운)(이하 남쯔제)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남쯔제는 늘 뒤에서 친구와 낄낄거리며 놀기에 바빴다.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이모로부터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에 지나지 않았다. 남쯔제가 미래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죽이며 살아가는 이유는 그에게 더 이상 '앞으로'라는 말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의 즐거운 하루를 꿈꾸며 기차에서 잠든 그는 모두가 죽은 기차 안에서 홀로 살아남아 병실에서 깨어난 경험이 있다. 어릴 때 꿈꿨던 희망적인 미래가 처참하게 짓밟힌 적이 있으니 '앞으로'가 기대되지도 않았다.
반면 여자 예쯔제(강제)(이하 여쯔제)는 늘 선생님들로부터 우등생이라 불리며 반장으로서 친구들 사이에 평판도 좋았다. 강단도 있고, 사교성도 좋은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 온전히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혼자 철저히 관리하며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숨기며 지냈다. 그래서 선생님의 부탁으로 암에 걸렸다는 남쯔제의 식단과 공부를 도와주려 애쓰지만 이 모든 게 거짓말인 남쯔제는 자신을 도우려는 여쯔제가 거슬리기만 하다.
영화는 남쯔제가 여쯔제에게 트라우마를 털어놓으며 짜증 나기만 했던 여쯔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로맨스 물의 모습을 띤다. 함께 소아 환자들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하며 여쯔제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남쯔제의 다정한 일면을 보고 그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면서 둘은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지만, 남쯔제의 커다란 거짓말 역시 털어놓지 못하고 그대로라 관계는 위태롭기만 하다.
남쯔제의 이모는 '거짓말은 더 많은 거짓말을 부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영화를 통틀어 전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남쯔제는 여쯔제가 자신에게 실망할 게 무서워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숨기려 했고, 그것은 계속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점점 털어놓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 결국 남쯔제는 여쯔제를 따로 불러내 진실을 고한다.
'아프다'라는 제목의 형용사는 여러 의미가 있다. 가짜 '아픔'을 연기하며 마음의 흉터를 숨긴 남쯔제, 진짜 '아픔'을 숨기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던 여쯔제.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첫사랑이란 풋풋한 감정으로 버무려진 두 예쯔제의 아픔이 유독 잘 전달된 이유는 청춘의 감점을 여느 로맨스 영화보다도 입체적이고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하나씩은 있고, 비밀을 숨기려다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으며 성장한다. 어린 두 예쯔제의 첫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 식상해 보이는 설정들을 넣었음에도 사랑받은 이유는 적어도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숨기고 싶었을지언정 외면하지 않는 예쯔제들의 사랑이 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