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리뷰 : 돈과 희망이 난무하는 이방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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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돈과 희망이 난무하는 이방인들의 도시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세상에서 돈은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는 척도로 기능한다. 지금이야말로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에 크게 수긍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과학자, 작가, 대통령 등등 다채로운 장래 희망을 품어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고, (우스갯소리일 테지만) 건물주, 돈 많은 백수를 한 번 정도 꿈꾸는 게 당연한 시대를 요즘 사람들은 살아내고 있다. 이런 시류 앞에 인간의 존엄을 두고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격언은 이미 힘을 잃은 지 오래다. 그저 숫자를 새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것에만 그토록 목메는 시대라니, 서글프고 버거울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30여 년 전, 이와이 슌지가 그린 가상의 미래는 현재 우리 사회의 풍조를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제적인 경제 공황의 여파로 일본의 화폐 ‘옌(Yen)’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가 된 가상의 근미래. 옌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든 다국의 이주민들이 형성한 도시 외곽의 빈민가 ‘옌타운(Yen Town)’. 무국적의 이방인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무질서를 이루는 이 공간에서 어미를 잃은 한 소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신보관소에서 모친의 시신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에서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모친의 장례를 마친 후, 무감각해 보이는 소녀는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매춘부 그리코(차라)에게 거두어진다. 그리코는 자기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에서 소녀에게 아게하(이토 아유미)라를 이름을 붙여준다. 아게하는 그리코를 따라 ‘푸른 하늘’이라는 간판이 무색한 허름하기 짝이 없는 작업장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페이홍(미카미 히로시)과 란(와타베 아츠로)은 온갖 잡일과 불법을 저지르며 돈을 벌고 있다. 아게하는 이들을 따라 폐기물을 수집하여 되팔고, 한밤의 주점을 연 ‘푸른 하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점차 생기를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퍼붓던 한밤중 그리코를 품으러 온 중년 남성이 행패를 부리다가 그만 그리코의 방에서 떨어져 죽어버린다. 페이홍과 란은 남자의 시신을 트럭에 실어 공동묘지에 파묻던 중 남자의 복부에서 의문의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한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가 흘러나오는 카세트테이프에는 위조지폐를 제작할 수 있는 자기 코드가 기록되어 있다. 페이홍과 그의 일당은 이를 이용해 지폐 교환기가 1,000엔 지폐를 10,000엔 지폐로 인식하게 속여 일확천금을 얻는다. 엄청난 돈이 생기자 페이홍은 그리코와 아게하와 함께 시내로 나가 건물을 매입해 라이브 클럽을 연다.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클럽에서 그리코는 옌타운 밴드의 보컬이 되어 그토록 꿈꾸던 가수로서의 재능을 마음껏 표출하고, 페이홍은 무대 위의 그리코를 보며 기뻐한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아게하는 왠지 모를 평안함을 느끼는 듯 보인다.

 

그러나 행복이란 감정은 언제나 삶의 제동을 걸어온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삶의 행운은 한낮의 꿈처럼 금세 자취를 감춘다. 그리코는 유명 기획사와 계약하며 라이브 클럽과 밴드를 떠나고, 페이홍은 그리코를 독점하려는 회사의 술수에 휘말려 강제 추방 위기를 겪는다. 설상가상 인기 가수가 된 그리코는 창녀로 살던 과거가 까발려지기 직전이고, 강제 추방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페이홍은 구치소를 나오자마자 카세트테이프를 찾으려는 류량키(에구치 요스케)의 타깃이 된다. 철거 작업 중 추락하여 처참히 부서진, 한때 찬란하게 빛나던 클럽의 간판처럼 페이홍과 그리코의 미래는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영화는 밑바닥 인생에서 한 줄기의 빛을 쥔 이들이 조금씩 키워온 희망찬 내일을 가차 없이 뭉개버린다. 물질에 현혹되어 탐욕스럽게 부를 축적한 것도 아닌데, 일생의 꿈을 이루고자 작은 욕심을 부린 대가는 너무 가혹할 따름이다.

 

페이홍과 그리코의 희망찬 내일이 허물어가는 가운데, 아게하는 여느 때보다 강인한 소녀의 면모를 보인다. 시비를 걸어오는 골목대장 사내를 주먹 한 번에 제압하고, 라이브 클럽을 되찾으려 거리의 아이들을 이용해 위조지폐를 도시 곳곳에 뿌려 또 한 번 돈을 모은다. 아게하의 대범한 면모는 아마도 옌타운에서 함께 생활한 어른들과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던 소녀가 이름을 부여받고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서 소녀의 내면에 살아가는 의미가 움텄으리라.

 

I've lived a life that's full (난 충만한 삶을 살았고)

I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많은 것을 경험하며 돌아다녔지만)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I did it my way (내 방식대로 했다는 거야)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온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와 엔타운 라이브 클럽에서 그리코의 목소리로 울려 퍼진 <마이웨이(My Way)>의 가사가 엔타운을 살아간 이들의 삶을 위로하듯 느껴진다. 필자에게 이 영화의 상징은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나비’이다. 아게하가 가슴에 나비 문신을 새기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라 생각한다. 아게하가 떠올린 유년의 기억에서 나비는 너무나도 욕심나는 매혹적인 존재이자 허망하게 날개가 부서진 연약한 존재이다. 앞으로의 삶에서 자신이 욕망을 쟁취하는 자가 될지 파멸하는 자가 될지, 손을 뻗어 잡는 위치에 있을지 아름다운 비행을 하는 위치에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기에 그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맛보았다.


-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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