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미비아의 사막>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있니?
카나(카와의 유미)는 어떤 인물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카나의 감정은 널을 뛴다. 기분이 좋아보이는가 하면 지독히 공허한 표정을 짓고, 슬픔의 감정은 금방 화로 변질되어 주변을 초토화로 만들어 버린다. 본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죄 털어버리고 나면 자신도 이 감정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여러모로 기묘한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아미코>로 무려 19살의 나이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최연소 장편 감독 야마나카 요코의 두 번째 장편 <나미비아의 사막>은 수많은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다. 특히 현재 20대에 포커스를 맞춰 주인공인 카나도 21살의 나이로 어른이라기엔 어리고, 청소년이라기엔 나이가 든 애매한 포지션의 인물이다.
카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만, 그렇다고 현재에 대한 불만은 없다. 그저 지금 일하는 뷰티 에스테틱 일이 지루하고, 남자 친구 혼다(간이치로) 몰래 만나고 있는 하야시(가네코 다이치)의 부탁으로 혼다와 어떻게 헤어질지 고민하는 게 그의 큰 이슈다. 삿포로에서 출장을 다녀온 혼다가 가기 전 단호하게 유흥업소에 가지 않겠다고 한 말을 어겼다며 이실직고 용서를 구하자, 그 빌미로 카나는 미련 없이 헌신적으로 굴던 혼다와 이별을 고한다.
하야시와 집을 합치고 난 직후 하야시는 "우리 둘이 있으면,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관계가 될 것 같다"라고 말한다. 카나 역시 그렇다고 대답하나 막상 하야시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고 난 후 초반에 보여주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졌다. 툭하면 짜증 내고, 물건을 던지고, 하야시를 정말 사정없이 때리며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본인을 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기도 한다.
상담에서 카나는 행동하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건 무섭다고 말했다. 감독이 과거 언급했던 분인(分人)의 개념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다양한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는 여러 모습 또한 나라는 한 존재라는 해당 개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일면임에도 카나는 이를 두려워한다.
카나는 자주 초점 없이, 그저 공허하게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는 했다. 배경음악 또한 카나의 감정 변화에 따라 높고 빠른 박자의 멜로디가 되기도 하고, 깊고 어딘가 잠겨 있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정적 순간이 영화의 대부분을 채운다. 이따금 풀벌레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 바람에 나무가 나부끼는 일상 소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카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 계속 허공을 응시한다. 그는 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 자신이 지금 무얼 원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함에도 카나는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현실과의 경계가 무너진다.
갑자기 분홍색의 공간에서 러닝머신을 타며 하야시와 싸우는 본인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실재하는지도 모를 이웃은 갑자기 카나와 오밤중에 불멍을 때리며 "이해한다는 하는 말은 듣기도 싫고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기쁘죠?" 라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응, 이라 대답한 카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중에도 여전히 하야시와 개떼처럼 싸우고, 화해하는 걸 반복한다.
"팅부동", 하야시는 카나가 가르쳐 준 이 중국어로 카나를 표현한다. 모르겠다, 카나를 비롯한 이 영화는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 카나가 나미비아 사막의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유도, 그 사막에서 묘한 안정을 얻는 것도, 카나가 모든 것에 갖는 감정들과 그에 따른 그의 행동들까지 우리는 전부 이해할 수 없다.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면, 이대로 있어도 괜찮지 않냐고 되묻는 게 바로 <나미비아의 사막>이다. 긴 인생의 한 토막을 포착해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감독의 말대로, 우리는 답을 찾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나미비아의 사막>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있니?
카나(카와의 유미)는 어떤 인물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카나의 감정은 널을 뛴다. 기분이 좋아보이는가 하면 지독히 공허한 표정을 짓고, 슬픔의 감정은 금방 화로 변질되어 주변을 초토화로 만들어 버린다. 본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죄 털어버리고 나면 자신도 이 감정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여러모로 기묘한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아미코>로 무려 19살의 나이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최연소 장편 감독 야마나카 요코의 두 번째 장편 <나미비아의 사막>은 수많은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다. 특히 현재 20대에 포커스를 맞춰 주인공인 카나도 21살의 나이로 어른이라기엔 어리고, 청소년이라기엔 나이가 든 애매한 포지션의 인물이다.
카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만, 그렇다고 현재에 대한 불만은 없다. 그저 지금 일하는 뷰티 에스테틱 일이 지루하고, 남자 친구 혼다(간이치로) 몰래 만나고 있는 하야시(가네코 다이치)의 부탁으로 혼다와 어떻게 헤어질지 고민하는 게 그의 큰 이슈다. 삿포로에서 출장을 다녀온 혼다가 가기 전 단호하게 유흥업소에 가지 않겠다고 한 말을 어겼다며 이실직고 용서를 구하자, 그 빌미로 카나는 미련 없이 헌신적으로 굴던 혼다와 이별을 고한다.
하야시와 집을 합치고 난 직후 하야시는 "우리 둘이 있으면,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관계가 될 것 같다"라고 말한다. 카나 역시 그렇다고 대답하나 막상 하야시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고 난 후 초반에 보여주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졌다. 툭하면 짜증 내고, 물건을 던지고, 하야시를 정말 사정없이 때리며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본인을 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기도 한다.
상담에서 카나는 행동하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건 무섭다고 말했다. 감독이 과거 언급했던 분인(分人)의 개념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다양한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는 여러 모습 또한 나라는 한 존재라는 해당 개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일면임에도 카나는 이를 두려워한다.
카나는 자주 초점 없이, 그저 공허하게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는 했다. 배경음악 또한 카나의 감정 변화에 따라 높고 빠른 박자의 멜로디가 되기도 하고, 깊고 어딘가 잠겨 있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정적 순간이 영화의 대부분을 채운다. 이따금 풀벌레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 바람에 나무가 나부끼는 일상 소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카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 계속 허공을 응시한다. 그는 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 자신이 지금 무얼 원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함에도 카나는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현실과의 경계가 무너진다.
갑자기 분홍색의 공간에서 러닝머신을 타며 하야시와 싸우는 본인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실재하는지도 모를 이웃은 갑자기 카나와 오밤중에 불멍을 때리며 "이해한다는 하는 말은 듣기도 싫고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기쁘죠?" 라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응, 이라 대답한 카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중에도 여전히 하야시와 개떼처럼 싸우고, 화해하는 걸 반복한다.
"팅부동", 하야시는 카나가 가르쳐 준 이 중국어로 카나를 표현한다. 모르겠다, 카나를 비롯한 이 영화는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 카나가 나미비아 사막의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유도, 그 사막에서 묘한 안정을 얻는 것도, 카나가 모든 것에 갖는 감정들과 그에 따른 그의 행동들까지 우리는 전부 이해할 수 없다.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면, 이대로 있어도 괜찮지 않냐고 되묻는 게 바로 <나미비아의 사막>이다. 긴 인생의 한 토막을 포착해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감독의 말대로, 우리는 답을 찾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