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영화]는 매주 화요일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이번 3기는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양영화: 화요일에 영화를 즐기는 모임]
火養映畵 토크 - <내일>
2021.05.04.
진행 이마리오 감독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더 블랙> 연출)
참가 갓파도, 도완득, 몽상가, 시수, 에드만, 오대수, 웅, 찬실, 파이, 희경
-
이마리오 : 저는 2017년도쯤에 이 영화를 처음 봤어요. 볼 때 막 흥분이 되더라고요. ‘뭘 해볼 수 있겠다’, ‘그래, 저거 하면 좋겠다’ 혹은 ‘저런 게 가능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전문가의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과 도시의 모습을 찍어서 보여줬기 때문에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거 같고요. 그 다음에 ‘내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 자포자기할 때가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힘이 있어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게 당신만이 아니라 이미 행동하고 있는 곳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죠. 그리고 저는 이거 보면서 강릉이 가장 변화를 시도해보기 적합한 규모의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만 인구가 살고 있고, 바다와 산이 있고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 그리고 그만큼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인 거죠. 충분히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을 막 했었어요. 어떤 다큐멘터리가 교육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사례라서 이 다큐멘터리를 같이 꼭 봤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몽상가 : 제가 되게 좋았던 건 5개의 주제를 배열하는 방식이 되게 좋았어요. 당장 내가 먹는 음식같이 현실로 다가오는 문제부터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로 나아가는 식으로 순서를 되게 잘 짠 거 같고요. 어떻게 보면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정말 방대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담은 거 같아요. 이런 기획을 다큐멘터리 제작진뿐만 아니라 되게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구성해낸 느낌이 강한데 그래서 어떻게 이걸 기획했을까 궁금했어요.
이마리오 :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을 거예요. 저도 <더 블랙>이라는 영화를 할 때 제가 단행본 나온 책을 읽은 게 거의 30권 되고요. A4로 출력해서 뽑은 자료만 해도 꽤 되거든요. 그걸 다 읽고 다시 정리까지 했어요. 이런 영화를 하려면 굉장히 많은 자료를 읽고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겠지만, 결국은 제작팀에서 이야기를 짜내고 어느 지역을 갈 거냐. 가서 누구를 만날 거냐 이런 거를 다 세세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꽤 길었을 거예요. 영화 시작할 때 보면 만 명이 넘는 사람의 펀딩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표현된 게 그만큼의 사람들의 지지와 후원을 모으고, 제작진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운동을 하는 곳들과 같이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몽상가 :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었겠죠.
이마리오 : 많이 들죠. (웃음) 비행기 값에 먹고 자는 것만 해도 아마 진행비로 거의 다 쓰지 않았을까요?
에드만 : 제 생각에 이야기가 너무 다양해서 다 보고 나니까 집약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웃음) 이 영화의 구성 순서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사실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려면 먼저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야 하고, 그 교육에 의해서 민주주의라는 형태가 완성되어야 하고 민주주의에 의해서 좀 더 공정한 경제의 형태가 또 만들어져야 하고, 거기서 환경으로 넘어가는, 어떻게 보면 역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에서 핀란드의 교육을 보면 선생님들이 5년 동안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잖아요. 핀란드라는 나라가 그런 비용이 절대 싼 나라가 아닐 건데 다 복지로 커버하는 거예요. 그리고 6세부터 17세까지 무상교육에 무상급식, 사실 이게 의심이나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들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무상급식을 가지고 다시 시장이 바뀌니까 무상급식을 다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고. 그러면 교육에 사용되는 그 많은 돈들을 누가 부담할 건지가 가장 큰 문제인데요. 영화 속 핀란드에서 인터뷰를 보면 우린 자원도 없고 뭐도 없지만, 소득을 세금으로 잘 걷고 충분하게 씀으로써 가능한 거죠. 그리고 민주주의는 인도의 사례로 보여줬는데 그게 아쉬웠어요. 인도라는 거대한 국가를 놓고 보면 굉장한 일일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관련된 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근데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도 들었는데 우리는 계속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쟁취해내는 것 같지만 결과론으로 보면 이뤄지는 게 없는 거 같아요. 그게 유럽이랑 다른 이유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쟁취는 하는데 그 다음에 법적인 제도로 이어지지 않는 거죠. 아이슬란드에 나왔던 것처럼 다 뒤집어엎어서 법을 만들어버리고 그게 실효될 수 있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이 많았어요.
이마리오 : 제 생각엔 작은 단위로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이거는 대한민국 전체를 고민하면 쉽게 답이 안 나오고 방법이 없죠. 그래서 강릉이 시도하기에 적합한 규모의 도시이지 않을까 싶어요.
에드만 : 감독님이 말한 대로 시도하기 적합한 규모라는 건 동의하지만, 제 생각에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이라서 가능할까 싶네요.
파이 : 희경 씨 같은 경우, 작년에 ‘영화’와 ‘환경’이란 주제로 영화를 제작도 해봐서 감상이 어떨지 궁금해요.
희경 : 저는 이 영화를 2번째로 보는데요. 제가 왜 다시 보게 됐냐면 요즘의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해서 내가 계속 찾아보고 맞닿아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어요. 이런 장편의 규모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까 얘기된 것처럼 제가 시도할 수 없는 영역의 방대한 자료들을 보고 담아냈을 테니까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어요.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총 5개의 챕터가 나오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환경 문제에서 교육으로 귀결되지? 이러한 순서로 짰을 때는 어떤 흐름이 있을 거잖아요. 그 당시엔 그걸 캐치하기 어려웠어요. 아까 에드만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어떻게 보면 역순일 수도 있겠다는 지점은 사실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게 매우 새로운 시선이었고요. 전에 볼 때는 어려운 환경 관련된 용어들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강릉생명의숲에서 주관한 탄소 줄이기를 위한 나무 심기 행사에 제가 기록자로 참여했었어요. 그 경험 덕분에 저번보다 이번에 이 영화를 볼 때 스스로에게 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결국에 내 일상으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영화는 개인보다 큰 어떤 범주 내에서 얘기를 많이 풀었지만 어쨌든 계속 상기하면서 실제로 실천하고 싶어요.
이마리오 : 이 영화를 봤던 몇 명의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동조합 내일이라는 단체를 강릉에 만들었어요. 거기서 ‘내일상회’를 운영해요. 포남동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인데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관련 워크숍을 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거 같아요. 대통령이 바뀌고 시스템이나 제도가 바뀐다고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각자 관심이 가는 분야로 나누어서 움직이고, 모여서 ‘강릉에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게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막 해보면 저는 그게 굉장히 큰 힘이라고 봐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는 좋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갓파도 : 이 영화에서 말하는 문제들이 개인에서 집단으로 발전하고, 지금 그 집단이 너무 거대해져서 발생하는 문제잖아요.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는 굴레에 빠지는데 그거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그걸 버리지 못하는 거죠. 성장을 멈추면 망할 거 같은 압박감. 그에 대한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어요. 로컬운동도 옛날부터 있던 일이고요. 이런 것들을 영화에서 종합적으로 집대성해서 보여준 거 같아요. 강릉에서도 이런 운동을 많이 하지 않나요? 강릉이 보수적이라 이런 변화를 만들기 힘들 수도 있지만, 전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강릉에서 그런 운동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민주주의를 경험한 게 얼마 안 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뭐냐면 투표, 선거가 다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선거만 참여하고 그다음부터 참여하지 않아요. 진짜 민주주의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투표하면 다 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좀 문제인 거 같아요.
파이 : 저 또한 ‘정치’라고 하면 무조건 후보자가 어떤 공약을 제시하는지, 그 사람의 삶에서 부정부패가 있었나 없었나 하는 그런 질문들로만 국한해서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갓파도 : 원래 배우기를 민주주의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사실 뭐가 좋고 나쁘고는 없어요. 왕정이 좋을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상황마다 다른데 그래도 제일 안전한 방법이 민주주의인 거죠.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이 판단하는 게 잘못 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에 하는 거지 민주주의가 완전히 최종적인 답안은 아니잖아요. 발전해나가는 단계에 있고,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는 거죠.
시수 : 일단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이 제 전공과 최근까지도 한 일과도 관련이 많아서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다 나온 거 같아요. 저랑 결이 맞는 느낌이고 보면서 행복했던 거 같아요. 근데 제가 살고 있는 현실이랑 비교해보면 많이 불행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왜냐면 저는 저렇게 살고 싶지만 저는 자유로운 타입인데 항상 보수적인 동네에서 살아서 항상 불행하다고 느껴왔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거주하려는 게 제가 커뮤니티를 선택해서 살 순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였어요. 제가 강릉에서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고요. 왜냐면 제가 자라난 환경에서는 저런 거에 관심을 가지면 실패자라는 주변의 인식이 있는 거죠. ‘너는 왜 그런 거에 관심을 가져?’, ‘누군가는 열심히 돌아가는데 넌 왜 그렇게 살지 않아?’라고 말하는 환경인 거죠. 저의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을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하는 다큐였어요.
에드만 : 저희 세대는 20대 때 이런 사고를 할 겨를조차도 없던 시대에 살았어요. 눈앞에는 거악이 있었고 전국민이 악을 향해서 돌을 던지고 싸우던 시절이었죠. 정신없이 대학 생활하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살다 보니까 너무나도 후회되는 게 많아요. 근데 20대에 이런 생각이 든다면 무조건 나가세요! (일동 웃음) 가능한 나이죠. 챙겨야 할 가족이나 네트워크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전혀 망설일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까 강릉이 보수적이라고 얘기했던 부분은 뭐냐면요. 사실 지역에서 자유롭고 공동체적인 삶을 만들려고 한다면 아이들을 거기다 풀어놓을 수 있어야 해요. 근데 입시를 우선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래, 가서 한번 도전해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까지는 아니지만 대다수가 못할 거에요.
오대수 : 중간에 도시를 옮겨가면서 찍는 스태프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재밌었고요. 내용적으로 제일 충격을 받았던 건 농업을 말하는 챕터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식물들의 다양성을 화폐의 다양성과 연관 지어 얘기하는 부분이었어요. 식물도 단일식물이 있을 때 한 가지 질병만 있어도 다 멸종해버리는 것처럼 단일 화폐 또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그렇게 연결 짓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거 한국에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영화에서 예시를 드는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적용해보면 맞을까 싶었어요. 자원으로만 생각해봐도 땅도 엄청 필요한 일인데 유럽 같은 국가들은 땅이 있으니까 시도할 수 있는 거고요. 도시에서 하는 농업도 땅이 크니까 도시에서 할 수 있다고 봐요. 근데 한국은 당장 아파트 지을 땅도 없어서 주거난을 겪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식으로 시도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갓파도 : 저는 다 가능하다고 보는데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거 같아요. 재생에너지, 태양광 이런 거를 내가 돈 들여서 암만 만들어도 한전을 통해서 팔아야지 된다는 거죠. 그런 건 제도를 먼저 해결해야지 가능한 거예요. 우리가 규정해서 요구해야지 바뀌지, 우리가 가만히 얘기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드만 : 태양광이 예전엔 비쌌거든요. 지금 이미 원자력이나 화력보다 훨씬 싸졌어요. 이게 비싸서 못한다는 게 얼마 전까지 한국 언론들의 논리였는데 이제 그런 얘긴 못하죠. 최근에 ESC라고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 기업들이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특히나 외국 기업들은 자기네한테 납품하는 부품들은 모두 다 친환경 전기를 써야 한다는 조항을 달기 시작했어요. 한국의 반도체회사가 외국 기업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써야하는 거에요. 그걸 쓰지 않으면 세금 때문에 아예 마진이 0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실제로 환경에 대한 위기는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 위험하게 느끼는 거죠. 환경이 망가지면 그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부도 없어질 거니까요.
웅 : 우리가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많은데 자기계발서의 제일 문제는 우리가 읽을 땐 좋은데 거기에 나오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잖아요.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에요. 보면 힘도 나고 좋은 다큐멘터리지만 환경 문제는 제가 봤을 때 실천이 동반된 결심이 있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거라 보고요. 이제 탄소배출권을 경제적으로 사고파는데 그 이상의 지구적인 규제가 생길 거에요. 그런 규제를 받아야 변할 거라고 저는 보거든요. 당장에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은 삶의 질을 올리고 산업화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파이 : 변화를 위해 움직이기 어려운 건 우리가 참여할 기회가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뭘 주장해볼 수 있고, 그 결과가 우리 손에 왔던 경험이 없으니까 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 같고요. 오히려 우리가 지금 힘을 어떻게 갖고 올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웅 : 제가 전에 살았던 삼척을 예로 들자면 삼척은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기 위해서 원자력 특구로 지정받았어요. 특구로 지정되면서 나오는 돈으로 삼척시의 다른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었죠. 그리고 다음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자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고 화력발전소를 유치하는 공약으로 당선됐거든요. 원자력발전소는 안 하지만 화력발전소로 그만큼의 경제적인 효과를 내겠다고요. 지금은 원자력발전소 지구 지정은 취소됐지만, 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파괴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맹방해수욕장에서 해안침식이 일어나는 사례라던가요.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나 다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이지만, 결국은 그 시장을 그 지역 주민들이 찍어준 거잖아요. 삼척시 중앙에 가보면 제일 크게 있는 건물이 시멘트회사예요. 그 자리에 시멘트회사가 80년 동안 존재했어요. 삼척시 내에서 고용인력을 유발하고 있고 그 주변 가게 이름, 부동산 이름, 길 이름에 그 회사 이름이 들어가거든요. 삼척 사람들은 폐기물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비산 먼지 등 그 회사로 인해 생긴 환경파괴 문제를 다 감내하고 살아왔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지역사회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랑 지역사회에서 다수가 원하는 변화,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해야 하기 떄문에 세상이란 게 참 바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런 다큐를 보면 화도 나요. 부러워서...
이마리오 : 저도 외국 다큐멘터리를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 유럽, 미국에서 만든 걸 보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흔히 얘기하는 과거의 제국주의의 이득을 가져갔기 때문에 지금 현재 이게 가능한 거죠. 그걸 한국의 경우로 돌려보면 한국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서 흔히 3D 업종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저희 생활이 이렇게 유지되는 거잖아요. 사실 이게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란 사회가 굉장히 부럽겠죠. 또, 무혈혁명을 해서 대통령을 쫓은 그런 사례가 거의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힘을 너무 축소해서 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 한국에서 변화를 만드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걸 시작을 못 하고 안 해서 그런 거고, 시작해도 처음부터 크게 될 수도 없고요. 그리고 커지는 순간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고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시도가 벌어지고, 그게 쌓여서 결국은 바뀔 거라고 봐요. 근데 최소한 20년 정도 걸리겠죠. 그 사이에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에드만 : 제 생각엔 그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제대로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죠. 저는 꼭 초등학교 과정부터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철학이라 해서 소크라테스, 헤겔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에 대해 가르치는 거죠. 제가 제일 대한민국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말이 ‘정치적 중립’이에요. 사실 정치적 중립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거든요. 내 이득이 나의 정치적 입장이에요. 그러면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 혹은 왜 서로 의견이 다른지, 이 다름을 어떻게 모아갈 건지를 풀어내는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면 되는데 그런 거 가르치려 하면 큰일 나죠. 선생님의 정치색, 정치적 입장에 대해 몰아갈 테니까요.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그 부분이 해결되면 아이, 어른 모두의 토론하는 태도가 바뀔 거거든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투표권을 가져선 안 되고. 언론이 정치적 중립을 가져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내 생각인데 나의 입장을 가리고 나 가운데야 그렇게 할 수 있냐는 거죠. 올바르게 자신의 태도, 입장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사실 삼척 주민들이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다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어떤 게 진짜 이득이냐 생각해보면.
시수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건 사회에서는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아요. 저는 살면서 한국, 강릉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을 분명히 봤고, 저희 부모님도 저렇게 살고 계시지만 지금 제 주변의 친구들은 굉장히 무력해요. 정치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변화를 만드는 것에서 너무 무력하고 솔직히 제 심정도 약간 포기에요. 그냥 차라리 내가 저런 데에 찾아가서 살고 싶은 상태거든요.
찬실 : 처음에 생태계, 먹을거리에 관한 영화인 줄 알고 보다가 경제, 교육 둥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면서 이 영화가 관객에서 말해주고 싶은 게 무엇일지 저 나름대로 생각해봤는데요. 결국에 건강한 지역공동체 그리고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얘기 같아요. 전에 대학교 때 수업에서 서울에 지역공동체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더라고요. 그런 사례를 다시 한번 알아보려고요. 또, 강릉에서도 아까 얘기 나온 ‘내일상회’, ‘생명의숲’처럼 움직임이 있는 데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졌어요. 큰 것보다는 그런 자그마한 움직임이 있으니까 구경 가보고 내가 직접 참여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도완득 : 되게 특이했던 게 다큐멘터리는 뭔가를 제시하고 말잖아요. 이 영화는 해결점을 계속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영화의 흐름이 어떤 논문, 한 교수의 방향과 레퍼런스를 따라갔다고 생각했어요. 챕터마다 해결방안, 사례들이 나오긴 하는데 사실은 전체적인 문제는 자본주의의 폐해이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도의 변화를 위해서 민주주의와 교육이라고 봤어요. 저는 사피엔스를 굉장히 좋아해요. 수렵 생활을 하면 자식을 낳지 않고 계속 좋은 영양분을 얻으면서 살 수 있지만, 농업을 하면서 자식을 낳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뭔가를 저장하게 되잖아요. 저는 그게 정착을 해서 저장을 하고 자식을 더 낳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까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것만 먹을 수 없으니까 거래가 시작되고, 거래가 시작되면서 시장과 자본이 생기고, 자기 자식을 잘 먹이기 위해서 다른 거래를 하고, 돈을 축적하고 계급이 형성이 되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사실은 인류애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다른 걸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인류애적인 것들을 교육해야 하는데 저는 먼저 운동을 생각했는데 ‘교육’이 얘기 나와서 멋진 의견이라고 생각했고요. (웃음) 제가 작년부터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는데 사실은 이 영화도 도시재생의 관점이거든요. 예를 들어 빈집이 많잖아요. ‘빈집을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한 고민은 사실 크게 보면 환경 문제가 연관 있다고 봐요. 저희는 죽고 우리 가족만 생각하는 게 아니면 죽고 나서 그 빈집들은 쓰레기로 처리하고 그 공간에 나무가 나면 되는 건데, 우리는 나의 가족, 주변 사람들 때문에 바로 눈앞에 보이는 빈집문제들을 고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 재생이 이게 꼭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한 면적에서 생태계가 돌아가야 하잖아요. 거기서 먹고 하면 돼요. 일본에서 도시재생의 관점으로 실험을 많이 해 가지고 물물교환으로도 그런 지역의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게 해요. 그게 지역화폐 같은 다양한 개념을 만들어낸 거 같고요. 강릉에서 도시 재생 관련해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저는 되게 희망적으로 봤어요!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중첩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강릉에서도 도시재생 활동에 대해 지원도 많이 나오고 있으니 같이 연관 지어서 뭘 하면 좋겠네요.
찬실 : 도시 재생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요?
이마리오 : 과거에는 도시재개발이라고 해서 있던 걸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는데 그 방식은 너무 폭력적이기 때문에 원래 있는 공간을 다시 고쳐 쓰고,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다시 만드는 개념인 거죠. 그게 원래 의미의 도시재생인데, 이게 새로운 형태의 투기사업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죠. 그나마 긍정적인 건 가능성을 보여주고 원래 의미에 맞는 몇몇의 사례들이 남는다는 점이죠.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 봐도 촬영을 굉장히 잘했어요. 예를 들어서 딴 도시의 도로를 딱 찍다가 다음 컷에 또 다른 도시의 도로로 이어지는 장면이라던가 사실 이런 장면이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찍어서 만들려고 하면 굉장히 어렵거든요.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촬영, 편집이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내용만 좋고 최종적으로 나온 퀄리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안 봐요. 그리고 신뢰를 안 해요. 그러니까 이런 방식을 좀 더 취했을 거 같긴 해요.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설렁설렁 늘 찍던 방식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문법을 가지고 그것도 일관되게 쭉 가고요. 제가 느낀 이 영화의 키워드는 두 개에요. 다양성. 연결. 다양해야 하고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 이게 어디에서 시작하든 상관없는 거 같아요. 그 시작이 중요하면 나머지 것들이 다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어떤 변화를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그 시작점을 각자가 관심 있는, 각자가 서 있는 영역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지, 대의나 남들이 하는 걸 좇을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내가 일단 하고 싶은, 내가 더 관심 있는 영역을 시작하는 게 변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걸 해봐라’라고 제안하는 다큐인 거죠.
정리 김곰곰
[화양영화]는 매주 화요일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이번 3기는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양영화: 화요일에 영화를 즐기는 모임]
火養映畵 토크 - <내일>
2021.05.04.
진행 이마리오 감독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더 블랙> 연출)
참가 갓파도, 도완득, 몽상가, 시수, 에드만, 오대수, 웅, 찬실, 파이, 희경
-
이마리오 : 저는 2017년도쯤에 이 영화를 처음 봤어요. 볼 때 막 흥분이 되더라고요. ‘뭘 해볼 수 있겠다’, ‘그래, 저거 하면 좋겠다’ 혹은 ‘저런 게 가능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전문가의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과 도시의 모습을 찍어서 보여줬기 때문에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거 같고요. 그 다음에 ‘내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 자포자기할 때가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힘이 있어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게 당신만이 아니라 이미 행동하고 있는 곳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죠. 그리고 저는 이거 보면서 강릉이 가장 변화를 시도해보기 적합한 규모의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만 인구가 살고 있고, 바다와 산이 있고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 그리고 그만큼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인 거죠. 충분히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을 막 했었어요. 어떤 다큐멘터리가 교육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사례라서 이 다큐멘터리를 같이 꼭 봤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몽상가 : 제가 되게 좋았던 건 5개의 주제를 배열하는 방식이 되게 좋았어요. 당장 내가 먹는 음식같이 현실로 다가오는 문제부터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로 나아가는 식으로 순서를 되게 잘 짠 거 같고요. 어떻게 보면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정말 방대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담은 거 같아요. 이런 기획을 다큐멘터리 제작진뿐만 아니라 되게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구성해낸 느낌이 강한데 그래서 어떻게 이걸 기획했을까 궁금했어요.
이마리오 :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을 거예요. 저도 <더 블랙>이라는 영화를 할 때 제가 단행본 나온 책을 읽은 게 거의 30권 되고요. A4로 출력해서 뽑은 자료만 해도 꽤 되거든요. 그걸 다 읽고 다시 정리까지 했어요. 이런 영화를 하려면 굉장히 많은 자료를 읽고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겠지만, 결국은 제작팀에서 이야기를 짜내고 어느 지역을 갈 거냐. 가서 누구를 만날 거냐 이런 거를 다 세세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꽤 길었을 거예요. 영화 시작할 때 보면 만 명이 넘는 사람의 펀딩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표현된 게 그만큼의 사람들의 지지와 후원을 모으고, 제작진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운동을 하는 곳들과 같이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몽상가 :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었겠죠.
이마리오 : 많이 들죠. (웃음) 비행기 값에 먹고 자는 것만 해도 아마 진행비로 거의 다 쓰지 않았을까요?
에드만 : 제 생각에 이야기가 너무 다양해서 다 보고 나니까 집약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웃음) 이 영화의 구성 순서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사실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려면 먼저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야 하고, 그 교육에 의해서 민주주의라는 형태가 완성되어야 하고 민주주의에 의해서 좀 더 공정한 경제의 형태가 또 만들어져야 하고, 거기서 환경으로 넘어가는, 어떻게 보면 역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에서 핀란드의 교육을 보면 선생님들이 5년 동안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잖아요. 핀란드라는 나라가 그런 비용이 절대 싼 나라가 아닐 건데 다 복지로 커버하는 거예요. 그리고 6세부터 17세까지 무상교육에 무상급식, 사실 이게 의심이나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들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무상급식을 가지고 다시 시장이 바뀌니까 무상급식을 다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고. 그러면 교육에 사용되는 그 많은 돈들을 누가 부담할 건지가 가장 큰 문제인데요. 영화 속 핀란드에서 인터뷰를 보면 우린 자원도 없고 뭐도 없지만, 소득을 세금으로 잘 걷고 충분하게 씀으로써 가능한 거죠. 그리고 민주주의는 인도의 사례로 보여줬는데 그게 아쉬웠어요. 인도라는 거대한 국가를 놓고 보면 굉장한 일일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관련된 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근데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도 들었는데 우리는 계속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쟁취해내는 것 같지만 결과론으로 보면 이뤄지는 게 없는 거 같아요. 그게 유럽이랑 다른 이유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쟁취는 하는데 그 다음에 법적인 제도로 이어지지 않는 거죠. 아이슬란드에 나왔던 것처럼 다 뒤집어엎어서 법을 만들어버리고 그게 실효될 수 있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이 많았어요.
이마리오 : 제 생각엔 작은 단위로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이거는 대한민국 전체를 고민하면 쉽게 답이 안 나오고 방법이 없죠. 그래서 강릉이 시도하기에 적합한 규모의 도시이지 않을까 싶어요.
에드만 : 감독님이 말한 대로 시도하기 적합한 규모라는 건 동의하지만, 제 생각에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이라서 가능할까 싶네요.
파이 : 희경 씨 같은 경우, 작년에 ‘영화’와 ‘환경’이란 주제로 영화를 제작도 해봐서 감상이 어떨지 궁금해요.
희경 : 저는 이 영화를 2번째로 보는데요. 제가 왜 다시 보게 됐냐면 요즘의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해서 내가 계속 찾아보고 맞닿아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어요. 이런 장편의 규모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까 얘기된 것처럼 제가 시도할 수 없는 영역의 방대한 자료들을 보고 담아냈을 테니까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어요.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총 5개의 챕터가 나오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환경 문제에서 교육으로 귀결되지? 이러한 순서로 짰을 때는 어떤 흐름이 있을 거잖아요. 그 당시엔 그걸 캐치하기 어려웠어요. 아까 에드만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어떻게 보면 역순일 수도 있겠다는 지점은 사실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게 매우 새로운 시선이었고요. 전에 볼 때는 어려운 환경 관련된 용어들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강릉생명의숲에서 주관한 탄소 줄이기를 위한 나무 심기 행사에 제가 기록자로 참여했었어요. 그 경험 덕분에 저번보다 이번에 이 영화를 볼 때 스스로에게 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결국에 내 일상으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영화는 개인보다 큰 어떤 범주 내에서 얘기를 많이 풀었지만 어쨌든 계속 상기하면서 실제로 실천하고 싶어요.
이마리오 : 이 영화를 봤던 몇 명의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동조합 내일이라는 단체를 강릉에 만들었어요. 거기서 ‘내일상회’를 운영해요. 포남동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인데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관련 워크숍을 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거 같아요. 대통령이 바뀌고 시스템이나 제도가 바뀐다고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각자 관심이 가는 분야로 나누어서 움직이고, 모여서 ‘강릉에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게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막 해보면 저는 그게 굉장히 큰 힘이라고 봐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는 좋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갓파도 : 이 영화에서 말하는 문제들이 개인에서 집단으로 발전하고, 지금 그 집단이 너무 거대해져서 발생하는 문제잖아요.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는 굴레에 빠지는데 그거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그걸 버리지 못하는 거죠. 성장을 멈추면 망할 거 같은 압박감. 그에 대한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어요. 로컬운동도 옛날부터 있던 일이고요. 이런 것들을 영화에서 종합적으로 집대성해서 보여준 거 같아요. 강릉에서도 이런 운동을 많이 하지 않나요? 강릉이 보수적이라 이런 변화를 만들기 힘들 수도 있지만, 전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강릉에서 그런 운동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민주주의를 경험한 게 얼마 안 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뭐냐면 투표, 선거가 다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선거만 참여하고 그다음부터 참여하지 않아요. 진짜 민주주의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투표하면 다 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좀 문제인 거 같아요.
파이 : 저 또한 ‘정치’라고 하면 무조건 후보자가 어떤 공약을 제시하는지, 그 사람의 삶에서 부정부패가 있었나 없었나 하는 그런 질문들로만 국한해서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갓파도 : 원래 배우기를 민주주의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사실 뭐가 좋고 나쁘고는 없어요. 왕정이 좋을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상황마다 다른데 그래도 제일 안전한 방법이 민주주의인 거죠.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이 판단하는 게 잘못 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에 하는 거지 민주주의가 완전히 최종적인 답안은 아니잖아요. 발전해나가는 단계에 있고,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는 거죠.
시수 : 일단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이 제 전공과 최근까지도 한 일과도 관련이 많아서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다 나온 거 같아요. 저랑 결이 맞는 느낌이고 보면서 행복했던 거 같아요. 근데 제가 살고 있는 현실이랑 비교해보면 많이 불행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왜냐면 저는 저렇게 살고 싶지만 저는 자유로운 타입인데 항상 보수적인 동네에서 살아서 항상 불행하다고 느껴왔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거주하려는 게 제가 커뮤니티를 선택해서 살 순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였어요. 제가 강릉에서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고요. 왜냐면 제가 자라난 환경에서는 저런 거에 관심을 가지면 실패자라는 주변의 인식이 있는 거죠. ‘너는 왜 그런 거에 관심을 가져?’, ‘누군가는 열심히 돌아가는데 넌 왜 그렇게 살지 않아?’라고 말하는 환경인 거죠. 저의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을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하는 다큐였어요.
에드만 : 저희 세대는 20대 때 이런 사고를 할 겨를조차도 없던 시대에 살았어요. 눈앞에는 거악이 있었고 전국민이 악을 향해서 돌을 던지고 싸우던 시절이었죠. 정신없이 대학 생활하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살다 보니까 너무나도 후회되는 게 많아요. 근데 20대에 이런 생각이 든다면 무조건 나가세요! (일동 웃음) 가능한 나이죠. 챙겨야 할 가족이나 네트워크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전혀 망설일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까 강릉이 보수적이라고 얘기했던 부분은 뭐냐면요. 사실 지역에서 자유롭고 공동체적인 삶을 만들려고 한다면 아이들을 거기다 풀어놓을 수 있어야 해요. 근데 입시를 우선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래, 가서 한번 도전해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까지는 아니지만 대다수가 못할 거에요.
오대수 : 중간에 도시를 옮겨가면서 찍는 스태프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재밌었고요. 내용적으로 제일 충격을 받았던 건 농업을 말하는 챕터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식물들의 다양성을 화폐의 다양성과 연관 지어 얘기하는 부분이었어요. 식물도 단일식물이 있을 때 한 가지 질병만 있어도 다 멸종해버리는 것처럼 단일 화폐 또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그렇게 연결 짓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거 한국에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영화에서 예시를 드는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적용해보면 맞을까 싶었어요. 자원으로만 생각해봐도 땅도 엄청 필요한 일인데 유럽 같은 국가들은 땅이 있으니까 시도할 수 있는 거고요. 도시에서 하는 농업도 땅이 크니까 도시에서 할 수 있다고 봐요. 근데 한국은 당장 아파트 지을 땅도 없어서 주거난을 겪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식으로 시도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갓파도 : 저는 다 가능하다고 보는데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거 같아요. 재생에너지, 태양광 이런 거를 내가 돈 들여서 암만 만들어도 한전을 통해서 팔아야지 된다는 거죠. 그런 건 제도를 먼저 해결해야지 가능한 거예요. 우리가 규정해서 요구해야지 바뀌지, 우리가 가만히 얘기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드만 : 태양광이 예전엔 비쌌거든요. 지금 이미 원자력이나 화력보다 훨씬 싸졌어요. 이게 비싸서 못한다는 게 얼마 전까지 한국 언론들의 논리였는데 이제 그런 얘긴 못하죠. 최근에 ESC라고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 기업들이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특히나 외국 기업들은 자기네한테 납품하는 부품들은 모두 다 친환경 전기를 써야 한다는 조항을 달기 시작했어요. 한국의 반도체회사가 외국 기업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써야하는 거에요. 그걸 쓰지 않으면 세금 때문에 아예 마진이 0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실제로 환경에 대한 위기는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 위험하게 느끼는 거죠. 환경이 망가지면 그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부도 없어질 거니까요.
웅 : 우리가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많은데 자기계발서의 제일 문제는 우리가 읽을 땐 좋은데 거기에 나오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잖아요.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에요. 보면 힘도 나고 좋은 다큐멘터리지만 환경 문제는 제가 봤을 때 실천이 동반된 결심이 있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거라 보고요. 이제 탄소배출권을 경제적으로 사고파는데 그 이상의 지구적인 규제가 생길 거에요. 그런 규제를 받아야 변할 거라고 저는 보거든요. 당장에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은 삶의 질을 올리고 산업화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파이 : 변화를 위해 움직이기 어려운 건 우리가 참여할 기회가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뭘 주장해볼 수 있고, 그 결과가 우리 손에 왔던 경험이 없으니까 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 같고요. 오히려 우리가 지금 힘을 어떻게 갖고 올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웅 : 제가 전에 살았던 삼척을 예로 들자면 삼척은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기 위해서 원자력 특구로 지정받았어요. 특구로 지정되면서 나오는 돈으로 삼척시의 다른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었죠. 그리고 다음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자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고 화력발전소를 유치하는 공약으로 당선됐거든요. 원자력발전소는 안 하지만 화력발전소로 그만큼의 경제적인 효과를 내겠다고요. 지금은 원자력발전소 지구 지정은 취소됐지만, 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파괴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맹방해수욕장에서 해안침식이 일어나는 사례라던가요.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나 다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이지만, 결국은 그 시장을 그 지역 주민들이 찍어준 거잖아요. 삼척시 중앙에 가보면 제일 크게 있는 건물이 시멘트회사예요. 그 자리에 시멘트회사가 80년 동안 존재했어요. 삼척시 내에서 고용인력을 유발하고 있고 그 주변 가게 이름, 부동산 이름, 길 이름에 그 회사 이름이 들어가거든요. 삼척 사람들은 폐기물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비산 먼지 등 그 회사로 인해 생긴 환경파괴 문제를 다 감내하고 살아왔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지역사회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랑 지역사회에서 다수가 원하는 변화,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해야 하기 떄문에 세상이란 게 참 바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런 다큐를 보면 화도 나요. 부러워서...
이마리오 : 저도 외국 다큐멘터리를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 유럽, 미국에서 만든 걸 보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흔히 얘기하는 과거의 제국주의의 이득을 가져갔기 때문에 지금 현재 이게 가능한 거죠. 그걸 한국의 경우로 돌려보면 한국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서 흔히 3D 업종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저희 생활이 이렇게 유지되는 거잖아요. 사실 이게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란 사회가 굉장히 부럽겠죠. 또, 무혈혁명을 해서 대통령을 쫓은 그런 사례가 거의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힘을 너무 축소해서 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 한국에서 변화를 만드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걸 시작을 못 하고 안 해서 그런 거고, 시작해도 처음부터 크게 될 수도 없고요. 그리고 커지는 순간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고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시도가 벌어지고, 그게 쌓여서 결국은 바뀔 거라고 봐요. 근데 최소한 20년 정도 걸리겠죠. 그 사이에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에드만 : 제 생각엔 그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제대로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죠. 저는 꼭 초등학교 과정부터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철학이라 해서 소크라테스, 헤겔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에 대해 가르치는 거죠. 제가 제일 대한민국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말이 ‘정치적 중립’이에요. 사실 정치적 중립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거든요. 내 이득이 나의 정치적 입장이에요. 그러면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 혹은 왜 서로 의견이 다른지, 이 다름을 어떻게 모아갈 건지를 풀어내는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면 되는데 그런 거 가르치려 하면 큰일 나죠. 선생님의 정치색, 정치적 입장에 대해 몰아갈 테니까요.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그 부분이 해결되면 아이, 어른 모두의 토론하는 태도가 바뀔 거거든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투표권을 가져선 안 되고. 언론이 정치적 중립을 가져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내 생각인데 나의 입장을 가리고 나 가운데야 그렇게 할 수 있냐는 거죠. 올바르게 자신의 태도, 입장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사실 삼척 주민들이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다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어떤 게 진짜 이득이냐 생각해보면.
시수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건 사회에서는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아요. 저는 살면서 한국, 강릉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을 분명히 봤고, 저희 부모님도 저렇게 살고 계시지만 지금 제 주변의 친구들은 굉장히 무력해요. 정치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변화를 만드는 것에서 너무 무력하고 솔직히 제 심정도 약간 포기에요. 그냥 차라리 내가 저런 데에 찾아가서 살고 싶은 상태거든요.
찬실 : 처음에 생태계, 먹을거리에 관한 영화인 줄 알고 보다가 경제, 교육 둥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면서 이 영화가 관객에서 말해주고 싶은 게 무엇일지 저 나름대로 생각해봤는데요. 결국에 건강한 지역공동체 그리고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얘기 같아요. 전에 대학교 때 수업에서 서울에 지역공동체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더라고요. 그런 사례를 다시 한번 알아보려고요. 또, 강릉에서도 아까 얘기 나온 ‘내일상회’, ‘생명의숲’처럼 움직임이 있는 데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졌어요. 큰 것보다는 그런 자그마한 움직임이 있으니까 구경 가보고 내가 직접 참여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도완득 : 되게 특이했던 게 다큐멘터리는 뭔가를 제시하고 말잖아요. 이 영화는 해결점을 계속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영화의 흐름이 어떤 논문, 한 교수의 방향과 레퍼런스를 따라갔다고 생각했어요. 챕터마다 해결방안, 사례들이 나오긴 하는데 사실은 전체적인 문제는 자본주의의 폐해이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도의 변화를 위해서 민주주의와 교육이라고 봤어요. 저는 사피엔스를 굉장히 좋아해요. 수렵 생활을 하면 자식을 낳지 않고 계속 좋은 영양분을 얻으면서 살 수 있지만, 농업을 하면서 자식을 낳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뭔가를 저장하게 되잖아요. 저는 그게 정착을 해서 저장을 하고 자식을 더 낳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까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것만 먹을 수 없으니까 거래가 시작되고, 거래가 시작되면서 시장과 자본이 생기고, 자기 자식을 잘 먹이기 위해서 다른 거래를 하고, 돈을 축적하고 계급이 형성이 되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사실은 인류애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다른 걸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인류애적인 것들을 교육해야 하는데 저는 먼저 운동을 생각했는데 ‘교육’이 얘기 나와서 멋진 의견이라고 생각했고요. (웃음) 제가 작년부터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는데 사실은 이 영화도 도시재생의 관점이거든요. 예를 들어 빈집이 많잖아요. ‘빈집을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한 고민은 사실 크게 보면 환경 문제가 연관 있다고 봐요. 저희는 죽고 우리 가족만 생각하는 게 아니면 죽고 나서 그 빈집들은 쓰레기로 처리하고 그 공간에 나무가 나면 되는 건데, 우리는 나의 가족, 주변 사람들 때문에 바로 눈앞에 보이는 빈집문제들을 고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 재생이 이게 꼭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한 면적에서 생태계가 돌아가야 하잖아요. 거기서 먹고 하면 돼요. 일본에서 도시재생의 관점으로 실험을 많이 해 가지고 물물교환으로도 그런 지역의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게 해요. 그게 지역화폐 같은 다양한 개념을 만들어낸 거 같고요. 강릉에서 도시 재생 관련해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저는 되게 희망적으로 봤어요!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중첩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강릉에서도 도시재생 활동에 대해 지원도 많이 나오고 있으니 같이 연관 지어서 뭘 하면 좋겠네요.
찬실 : 도시 재생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요?
이마리오 : 과거에는 도시재개발이라고 해서 있던 걸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는데 그 방식은 너무 폭력적이기 때문에 원래 있는 공간을 다시 고쳐 쓰고,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다시 만드는 개념인 거죠. 그게 원래 의미의 도시재생인데, 이게 새로운 형태의 투기사업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죠. 그나마 긍정적인 건 가능성을 보여주고 원래 의미에 맞는 몇몇의 사례들이 남는다는 점이죠.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 봐도 촬영을 굉장히 잘했어요. 예를 들어서 딴 도시의 도로를 딱 찍다가 다음 컷에 또 다른 도시의 도로로 이어지는 장면이라던가 사실 이런 장면이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찍어서 만들려고 하면 굉장히 어렵거든요.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촬영, 편집이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내용만 좋고 최종적으로 나온 퀄리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안 봐요. 그리고 신뢰를 안 해요. 그러니까 이런 방식을 좀 더 취했을 거 같긴 해요.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설렁설렁 늘 찍던 방식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문법을 가지고 그것도 일관되게 쭉 가고요. 제가 느낀 이 영화의 키워드는 두 개에요. 다양성. 연결. 다양해야 하고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 이게 어디에서 시작하든 상관없는 거 같아요. 그 시작이 중요하면 나머지 것들이 다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어떤 변화를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그 시작점을 각자가 관심 있는, 각자가 서 있는 영역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지, 대의나 남들이 하는 걸 좇을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내가 일단 하고 싶은, 내가 더 관심 있는 영역을 시작하는 게 변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걸 해봐라’라고 제안하는 다큐인 거죠.
정리 김곰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