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火養映畵 토크] 학교 가는 길


[화양영화]는 매주 화요일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이번 3기는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양영화: 화요일에 영화를 즐기는 모임]

火養映畵 토크 - <학교 가는 길>

2021.04.20.

 

진행 이마리오 감독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더 블랙> 연출)

참가 갓파도, 도완득, 슈나드, 오대수, 웅, 찬실,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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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리오 : 저도 사진을 봤던 기억이 나요. 워낙 포털사이트에도 많이 떴던 이미지이었고요. 주민토론회가 열리던 강당에서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었던 그 사건이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고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의 경향 중에 ‘액티비즘’이라고 있어요. 예전에 다큐멘터리가 독립영화라고 불렸던 초창기 시절부터 2000년 초중반까지는 현재 벌어지는 이슈를 굉장히 밀착해서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었죠. 근데 그 이후에 최근의 경향은 ‘기획 다큐멘터리’로 바뀌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액티비즘 다큐멘터리도 당연히 기획을 하긴 하죠. 기획 다큐멘터리는 현재 벌어지는 일을 찍는다기보다, 현장에서 한 걸음 거리를 두고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다큐멘터리라고 보시면 돼요. 저희가 다음에 보게 될 영화 <증발> 같은 경우가 그렇고요. 한편 <학교 가는 길>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해서 카메라가 쫓아가고, 카메라의 시선 또한 완벽하게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의 부모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죠. 형식적으로 보자면 액티비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방식의 다큐멘터리고요.

어떻게들 보셨나요? 2019년도에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 수업을 듣는 분 중에 삼척중학교에 있는 통합학급의 담임을 하는 분이 있었고, 그분이 <봄이 오면>(김경민, 2019)이라는 단편 다큐를 만들었어요. 그 영화에는 자폐증을 있는 중학생 아이가 나와요.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인 감독이 학교 안에서 그 아이를 찍어요. 통합학급을 통해 자폐증이 있는 아이가 바뀌지는 않아요. 대신에 그 아이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바닷가 쪽 아이들이 원래 좀 무뚝뚝하잖아요. (웃음) 그 아이들이 인터뷰 때 던지는 말들에서 ‘통합학급이 진짜 필요하구나!’라는 게 느껴질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갓파도 :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된’, ‘정상이 아닌’, 이렇게 많이들 보잖아요. 다른 관점에서 장애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를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의 모습이 다 다르듯이 각자 장애는 다 있을 건데 그게 눈에 띄고 더 드러나는 것뿐이잖아요. 다양성의 하나인 거죠. 통합학급은 다양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것 중 하나라고 봐요. 어차피 우리 모두 혼자 살아가지 못하잖아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같이 살아야 하는데 다르다고 해서 완전히 분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파이 : 전 인상 깊었던 장면이 공간, 도시 자체 이미지 숏과 음성인터뷰가 깔리는 장면이었어요. 장애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반대입장이라기보다 그 이면에 여러 사회적인 현상이 쌓여 있다고 말하는 지점이요. 사실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장애인을 향한 차별은 예전 정책들이 가진 태도의 부작용인 거죠. ‘다양하게 같이 있는 사회’가 아니라 재산, 계층에 따라서 아예 선을 긋고 나눠버린 상황이 또 다른 차별을 낳았다는 걸 영화에서 딱 짚어줘서 저는 그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슈나드 : 저는 작년에 통합학급 담임이었어요. 그때 저한테 마음 아픈 상황이 있었어요. ‘또래 도우미’라고 조금 성장이 느린 아이 옆에서 돕는 학생들을 통해서 함께 학급을 나아가길 기대하고 학교에서 지원하는 건데요. 영화 속 토론회 장면에서처럼 장애인에 대한 심한 말을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또래 도우미를 맡은 아이들이 그 아이 앞에서 도우미 일을 서로 미루는 상황이 있었다고 저희 반 학생이 제게 제보를 한 거예요. 이 갈등이 크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학급이라는 작은 곳에서도 이루어지는 거죠. 우리가 누굴 돕는 게 손해가 아니라, 통합이라는 그 단어대로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한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전 그런 고민이 많았거든요. 특수교사 선생님이랑도 얘기하고요. 어머니 인터뷰 중에서 “특수학교 설립 자체가 잘못된 거다. 사회 안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그들을 틀 안에만 가두는 제도다. 하지만 정말 특수학교가 아닌 학교에 갔을 때 장애인들에 대한 시선이나 차별들이 늘 존재하니까 본인들도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투쟁을 하고 있다”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게 참 먹먹하더라고요. 예전 저의 소극적인 태도도 돌아보게 됐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선을 긋는 이런 상황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는구나 싶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마리오 : 저는 이 영화가 장애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혐오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혐오가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잖아요. 예를 들어서 동성애, 장애, 노동, 세월호 등등 어떻게 보자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혐오’라고 하는 단어 속에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혐오를 조금씩 바꿔나가지 않으면 점점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될 거 같은데요. 그게 한순간에는 절대로 안 변하고, 굉장히 많은 시간, 사람들의 노력, 다양한 기회와 경험들이 쌓여야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변화할 거 같아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굉장히 좋은 말이잖아요. 그 다름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인정하지 않으니까 아이들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고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거 같습니다.

 

갓파도 : 우리가 생활할 때 보면 장애인분들을 만나기 힘들죠. 사실 그게 이상한 사회인 거잖아요. 늘 우리 주위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인데 감춰져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서 서로 자주 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거 같아요.

 

찬실 : 저는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영화 말미에 서진학교가 결국 설립되는 걸 보면서 다행히 사회가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물론 설립과정에서도 정치적인 상황이 껴있었지만요. (웃음) 예전에 신영극장에서 <소년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2019)란 영화를 본 적 있어요. 종교에 대한 극단적인 믿음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던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게 사람은 아무리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내지만 결국은 자기 일이 되어봐야지 진짜 그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이 영화에서 그렇게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만약에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가 된다면 계속 반대 입장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여튼 결국 서진학교가 세워지는 걸 보면서 우리가 모두 좋은 방향으로 잘 어우러져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마리오 : 그때 서진학교가 한창 이슈화됐을 때 조금 지나고 나서 동해에서 장애인학교가 설립됐어요. 저는 동해 출신이거든요. 굉장히 자랑스러웠어요. ‘저런 데도 있구나. 그럼 강릉은?’ 이런 생각도 하게 됐고요.

 

웅 : 동해도 사실 바로 설립된 게 아니라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죠. 서진학교만큼 이슈화되지 않은 거 같아요. 솔직히 서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든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찬성하고 좋아할 거 같지 않아요, 저도 주위에 발달장애나 소아마비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있어요. 그런 부모들을 보면 저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어요. 근데 그분들은 자기를 그렇게 볼 필요 없다고 하고요. 전에 오성학교 어머니들을 뵈었을 때도 우리 아이는 그런 특징을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그 모습 그대로 숙명처럼 키우시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부모들을 보면 측은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감정과 입장과 상황을 다른 사람들도 알고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게 다큐멘터리의 역할인 건데 그런 영화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적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TV 프로그램에서 제가 본 내용은 김성태가 그냥 나가는 것, 그것밖에 본 기억이 없어요. 이 다큐에는 김성태의 그런 모습은 안 나왔단 말이죠, 부모님들이 웃는 낯으로 김성태한테 인사하고, 악수하고, 의원님 덕분에 날씬하다고 (웃음) 말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뻔뻔하게 대응하는 거거든요.

감독님도 장기간 이 다큐를 만들었으니 앞으로 자기 작품 활동이나 인생에서 그 이슈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을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기 일처럼 그 현장 안에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취재했을 거라 보거든요.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취재하게 되는 건지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아마 저절로 사회운동가 느낌으로 되지 않았을까요? 영화를 만든 사람도요.

 

이마리오 : 다큐를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렇게 되죠. 제가 다큐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중 하나도 다큐를 통해서 굉장히 다양한 걸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볼 때마다! 내가 관심 있는 영역이 아니어도 영화를 보면서 저럴 수 있구나라고 많이 배우는 거 같아요. 극영화는 뭘 배운다는 느낌은 아니고 뭔가 좀 다르잖아요. 다큐는 볼 때 겸손해지고 그런 장점이 확실히 있지만 힘들죠. 제작자도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걸 정면으로 응시해서 찍기 때문에 에너지가 굉장히 많이 들어요.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제작해보세요. 왜냐하면 내가 제작하는 건 영화를 볼 때와 뭔가 다른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하고 나면 그다음에 영화를 볼 때 영화에 대한 이해나 보는 시선이 생겨서 좀 더 새로운 것들이 보일 수 있거든요. 자신이 꼭 계속 영화를 만들진 않더라도 그런 계기들은 한 번쯤 꼭 경험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도완득 : 저도 비슷한 다큐 사진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창작자의 입장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굉장히 제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였어요. 개인적으로 제 주변에 장애인들이 없으니까 겪게 되는 차별이나 상황을 잘 체감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대신 알려줘서 제 인생에서 큰 영향을 하나 받은 느낌이 들어요. 막연하게 ‘장애인들이랑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은 받아들였는데 그 뒤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고 알려줘서 되게 감명받았고요. 장애인 부모의 입장뿐만 아니라 다른 입장과 부분을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러한 문제가 앞에서 혐오, 편견도 얘기했는데 전 솔직하게 인간 본성의 차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 게 크게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데 아직 크게 성숙하지 않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본능이 악하건 선하건 공동체를 위해 교육을 통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어렵네요.

 

갓파도 : 이건 영화와 관계없는 제 생각인데 처음에 인간이 되기 전에 우린 다 짐승이라고 생각해요. 짐승들은 다친 게 있으면 죽여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인간도 사실 그게 남아있는 거죠. 우리가 짐승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짐승이었다가 성장을 통해서 인간이 되는 거예요.

 

오대수 : 결국에 학부모회에서 주장하는 게 단순히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을 통해 어울려 사는 게 목표인 거 같은데요. 그게 맞지만 실현되려면 단순히 통합반을 하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들, 선생님들 대상의 교육이 잘 되어있어야 가능한 거 같아요. 저도 초등학교 때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애들이 그 애를 엄청나게 괴롭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말리지 않은 것부터가 잘못이었는데요. 지금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에는 몰랐거든요. 선생님들도 학생들 간의 괴롭힘을 보면 말릴 뿐이지, 왜 괴롭히면 안 되고 이 아이는 그저 다를 뿐이라는 것들을 가르쳐주시진 않았어요. 지금은 이제 그래선 안 되는 걸 알고, 이런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공감이 되겠지만요. 결국엔 얘기 나온 것처럼 그 나이 때에는 짐승이잖아요. 교육을 받기 전에는 더 본능적으로 행동할 테고요. 교육을 받고 처음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깔려있어야지 ‘통합’이 된다고 봐요. 단순히 통합반만 만들어놓으면 오히려 더 상처만 주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슈나드 : 저도 통합학급의 담임을 맡았었지만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냥 투입돼서 통합학급의 담임이 되었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특수교사 선생님한테 상담해서 배우라는 게 지금의 현실이거든요. 저는 특수교사에 대한 영화가 나오면 좋을 거 같아요. 왜냐면 지금 통합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수교사분들이 너무 힘드시거든요. 최근에 어떤 선생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일어났어요. 그 정도로 특수교사라는 직함이 가진 무게감이 너무 커요. 이걸 덜어낼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결국은 일반 교사들이잖아요. 그분들 개인의 어떤 인식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솔직히 작년에 통합학급에 있을 때 특수학생은 특수교사 선생님께서 알아서 해주실 거라는 마음이 되게 컸어요. 학급 안에서 어울리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는 아이가 있어도 제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없었거든요. 지금 이 영화를 봐서 느끼는 게 ‘내가 정말 무지했기 때문에 힘이 없었다’는 거에요. 학교가 건립되고 그 과정 안에서 학부모님들의 피, 땀, 눈물이 서려 있는 과정을 보았으니 그 안에 있는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왜 특수교육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교육이 왜 필요한가를 알려줄 수 있는 어떤 작품이 있으면 세상이 더욱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마리오 : 사실 학교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공기관 중에 찍기가 진짜 어려워요. 카메라가 아예 교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봄이 오면>의 경우엔 선생님이 직접 찍으셨으니까 제작이 가능했죠. 그게 아니면 사실은 학교에 대한 건 찍기가 어려워요.

 

슈나드 : 공문이나 학부모 동의서도 필요하겠네요.

 

이마리오 : 영화 도입부에 있는 타이틀 시퀀스는 진짜 공들여서 잘 만들었다고 느꼈어요. 여고괴담 느낌 나잖아요. 교실 장면에 효과도 들어가면서요. 그리고 영화 마지막쯤 학교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들을 드론을 통해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요. 설립까지의 긴 시간을 압축해서 잘 보여줬고 촬영 구성 또한 좋았습니다.

제가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초창기에 일할 때 ‘강릉자립 생활센터’라는 단체를 알게 돼서 장애인 대상의 미디어 교육, 영상 제작 강의를 진행했었어요. 지금도 수업을 들었던 몇 분은 영상을 만들고 있고요. 그분들이 찍었던 영화 중에 <태영, 센터가는 길>(김태영‧배성진‧이한규, 2010)이라고 있어요. 집이 주공2단지인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에서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사무실까지 오는 과정을 찍은 영화인데요. 영화 보면서 진짜 이거는 와... 저는 촬영 도움 주러 간 적도 있어요. 카메라를 휠체어에 매달아서 가는 길을 찍은 건데 이건 거의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이더라고요. 이게 그냥 보는 거랑 느낌이 굉장히 달랐죠.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질 기회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기회들이 많이 존재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런 점이 아쉽고 그런 역할들을 한국 사회에서 공영방송이나 언론의 역할이라고 보는데 장애인의 날에만 반짝할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동계올림픽 때문에 저상버스들이 많아져서 노약자들이나 장애인들이 그나마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어요. 근데 여전히 장애인 콜택시 문제는 심각한 것 같더라고요. 대수가 너무 모자란 거예요. 그래서 전화하고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이동할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얘기되어야 하는 거 같아요.

 

갓파도 : 선진국이 되면 나아지겠죠. (웃음) 선진국의 기준이 제 나름대로지만, 후진국은 잘 사는 사람만 잘살고 선진국 되면 모두가 잘살 수 있게 되는 거라고 봐요. 아직은 우리가 거기까지는 못 가는 거 같아요.

 

슈나드 :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와 관련해서 어떤 분이 “우리의 소원은 늘 자기 자식보다 먼저 죽는 것인데 우리가 먼저 죽을 수 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음 한다”고 발언하셨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생각은 못 했거든요. 단순히 모성, 부성으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희생으로만 포장해왔던 그 과정을 국가가 책임을 지어주면 다들 일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국가의 역할이 뭘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 다큐에서 그 메시지가 가장 좋았어요.

 

이마리오 : 작품 내적인 면으로 보자면 아쉬운 지점들이 있어요. 지난주에 봤던 미국 다큐를 한 번 떠올려보자고요. 이 영화도 부모님들의 인터뷰 중심으로 끌고 가잖아요. <소셜 딜레마>를 떠올려보면 인터뷰 촬영할 때 공간, 조명, 촬영이 굉장히 다른 거죠. 그렇게까지 못하더라도 좀 더 인터뷰했던 공간이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 서진학교 같아요. 어떤 경우엔 인터뷰하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생각보다 클 수 있어요. 그러면 이건 완성된 작품 보고 난 후에 하는 얘기인 거죠. 예를 들어 인터뷰하다가 끝에 카메라 사이즈가 멀리 빠지면 서진 학교 교실이 보이는 거죠. 이러면 말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느낌들이 훨씬 더 올 수도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요. 굉장히 고민했을 거예요. 여기서 선택한 건 ‘자막’을 선택했죠. 그게 나쁜 선택은 아닌데 자막의 양이 생각보다 매우 많죠. 팩트와 관련된 영역이다 보니까 전달방식을 정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좀 더 영화적일 수 있을지, 좀 더 영화적이면서 정보가 쏙쏙 전달될 수 있을지에 그런 관점으로 볼 때 정보 전달은 잘 됐지만, 영화적으로 봤을 때 잘 된 방식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편 들어요.

 

파이 : 영화 후반부에 어머니들을 인터뷰하는 내용 중에서 오히려 이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자신이 배우고, 사람이 되는 거 같다고 하신 부분이 저는 사실 너무 좋았거든요. 그 마음이 어머니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느껴져서 좋았는데요. 이후에 어머니들 각자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인터뷰로 마무리된 건 오히려 이 어머니들의 모성으로, 사랑으로 그 원동력의 이유를 다르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차라리 아까 인터뷰로 끝났다면 내가 더 여운을 가지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중간중간에 삽입된 음악들이 영화를 너무 감정적으로 끌고 가는 점 또한 저한텐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정리 김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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