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火養映畵 토크] 소셜 딜레마


[화양영화]는 매주 화요일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이번 3기는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양영화: 화요일에 영화를 즐기는 모임]

火養映畵 토크 - <소셜 딜레마>

2021.04.13.

 

진행 이마리오 감독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더 블랙> 연출)

참가 갓파도, 도완득, 몽상가, 슈나드, 에드만, 웅,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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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리오 : 잘들 보셨어요? <소셜 딜레마>는 전달하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 볼 때 힘들지만, 그래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부러운 지점이 하나 있어요. 최종 만듦새를 떠나서 그 분야에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 전문가들이 당당하게 다큐멘터리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분위기가요. 이 점이 미국 사회의 큰 장점이라고 봐요. 그런 점이 영화에 설득력을 심어주는 거죠. 한국의 경우, 나오는 순간에 매도당할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 책임자인 사람들을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인터뷰 섭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이런 다큐멘터리나 혹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를 보면 유명한 사람들에게 막 쳐들어가서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바로 카메라를 압수당하겠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기에 한국이라는 곳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느꼈어요.

지난번에 보셨던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인물 중심의 다큐멘터리고요. 오늘 보신 <소셜 딜레마>는 사건 중심의 다큐멘터리입니다. 크게 다큐멘터리를 보면 사건 중심이냐, 인물 중심이냐 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요한 등장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사건 중심인지에 따라서요.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할 때에도 이 영화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중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갈 수도 있겠죠. 그게 더 설득력 있다면요.

이 영화는 매우 많은 자료화면, 그래픽, 재연, 인터뷰가 들어갔어요. 인터뷰 장면은 제작비를 많이 투여해서 굉장히 공들여서 제작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장면 자체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창문에 들어온 빛 대부분이 조명으로 세팅되었고요. 인터뷰하는 공간도 꽤 큰 공간으로 섭외해서 공간의 깊이감을 주죠. 저도 이런 인터뷰 장면을 하나 세팅하고 철수하는 데 약 6~8시간이 걸렸어요. 100평 되는 공간을 빌리고, 조명 부르고, 카메라 여러 대 썼더니 들어간 비용만 한 번에 삼백만 원 이상이었죠. 최소한의 비용으로요. 재연이나 그래픽뿐만 아니라 인터뷰 촬영에서도 굉장히 신경 많이 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들 대부분 미국 다큐멘터리에요. 미국 다큐멘터리들 잘 보시면 여기서 사용된 인터뷰 숏이나 촬영들 많이 활용하고 있고, 그걸 굉장히 잘하죠. ‘미국식’이라 단정 지어 말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대부분 미국 다큐멘터리들이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파이 : 영화 내내 드라마 장면 아니면 인터뷰가 끊임없이 나오잖아요. 그 인터뷰도 한 마디마다 끊어서 장면을 바꾸는 느낌이었어요. 다음 구절을 말할 때 장면의 사이즈나 방향을 바꾸어서 중요한 메시지를 계속 듣게 하려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완득 : 저는 보면서 이 영화의 주제는 누구나 평소에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체 내용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다양한 정보들이 모여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낸 거 같고요. 마지막엔 이상적인 결론을 내는 점이 좋았습니다.

 

파이 : 그런 흐름을 드라마 부분과도 잘 엮어서 하는 거 같아요. 드라마 속 인물들을 우리의 일상에서 익숙한 캐릭터로 설정하는 식으로요.

 

도완득 : 영화 속 소셜미디어로 인해 부정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많잖아요. 사실 저는 소셜미디어의 좋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내 취향에 맞춰 추천되는 음악을 들을 때라던가요. 어떤 부분에서는 좋을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안 좋을 수 있고. 마지막에 나온 짧은 인터뷰들이 저는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우리는 디스토피아라 하지만 유토피아일 수 있다는 얘기요. 저는 소셜미디어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마리오 : 그런데 아마 그런 결론 없이 끝내기에는 제작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그러면 앞으로 희망이 있는 거야? 도대체?’라는 질문에서 영화 후반부에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굉장히 노력한 거죠.

 

갓파도 : 영화의 내용이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부분과 매우 비슷했어요. 저도 메신저를 사용하긴 하지만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알림 기능도 쓰고 있지 않아요. 제가 보고 싶을 때 보고, 뉴스 같은 것도 하루에 정해놓고 보고요. 저는 영화에서 제안하는 걸 실천하는 편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광고하고 사용자를 조종하는 방식이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한 1% 내에 있는 사람들만이 벗어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식으로 또 하나의 계급이 생기고 나누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벗어나는 사람과 벗어나지 않는 사람, 계급은 과거에도 있었고 이제는 정보를 지배하는 걸 바탕으로 해서 계급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이것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질문해 보면 사람들이 소비자운동을 하고 지역 사회운동을 하는 등 본성에 의해 하는 행동과 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물건을 살 때도 온라인에서 사면 물론 싸죠. 하지만 혼자만 살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살아간다는 걸 평소에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 관계없을 지 모르지만 다 이게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거든요.

 

웅 : 저는 영화 보는 내내 되게 무서워하면서 봤어요. 제 직업이 유튜브하고 페이스북 수익을 내야 하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영화에서 말하는 부분도 예측된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페이스북을 많이 하는데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요즘 기사들을 보면 제목은 거창한데 내용이 별거 없는 게 참 많잖아요. 심지어는 ‘쌍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해서 팩트를 왜곡하는 기사들도 매우 많아지는 추세고요. 저희 업계에서 ‘어뷰징’이라고 하는 건데 그런 현상을 보면서 이렇게 벌어먹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웃음)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그런 현상을 우리가 사는 지역, 정치하고 연결해서 볼 수 있잖아요. 여태 있던 선거에서도 그렇고, 내년에 대선에서도 소셜미디어가 도구로 많이 사용될 건데 그런 것들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남용될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 서글퍼요. 제가 하는 일이 조회수가 돈이 되는 일이고, 어떤 콘텐츠의 조회수와 수익에 대해 회사로 보고되고 그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일종의 체스판의 말처럼 도구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TV에서 저런 영화를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다루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거악’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거조차도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게 참 서글프네요. (웃음)

 

이마리오 : 넷플릭스가 무서운 게 코로나가 딱 터지자마자 코로나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전면에 쫙 추천되더라고요. 마치 코로나가 발생할 거라는 걸 예측했다는 듯이요. 그중에 저도 몇 편을 보긴 했지만 참 무서웠어요. 저는 주로 찾아서 보긴 하는데 그런데도 알고리즘이 분석하고 좋아할 만한 걸 추천해주잖아요. 이게 시간이 갈수록 더 정교해지겠죠.

 

슈나드 :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라던가 그동안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말하고 있는 작품들이 종종 있었고, 저는 그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는데요. 그 필요한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라서 저한텐 되게 새로웠던 거 같아요. 단순히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서만 끝나는 게 아니고,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SNS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으니까 내가 예상했던 흐름과 달라서 되게 흥미로웠어요.

물론 엄청나게 방대한 정보들이 들어오니까 좀 볼 때 지치더라고요. 인터뷰하는 인물들이 계속 바뀌면서 말하고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 와중에 그걸 완화하는 장치들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이랑 재연 장면들이 없었으면 너무 영화가 숨 막혔을 것 같아요. 또한 그런 장면들이 이게 내 주변의 이야기라는 걸 인식시켜주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공을 참 많이 들였다고 느꼈던 장면이 애니메이션 장면 중에 구글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소셜미디어의 악영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초반에 메일이 날아가다가 사라지는 장면이에요. 시각적으로도 정말 좋았고요. 그 사람이 시도했던 게 회사 내부에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이 영화에 나왔구나를 알게 하는 장면이어서 상징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게 우리가 사는 사회가 바라는 지향점인데 그것에 역행하고 퇴화하고 있는 걸 우리가 느끼고 있잖아요?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이룩했지만, 자본의 논리와 기업의 권력들이 그걸 망치고 있죠. 우리를 억압하고, 규제하고, 심지어 상품화하고, 도구화하고 있는 방식으로요. 이 영화는 그 행태를 지켜보기만 하지 않고 우리가 선 자리에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아요. ‘알림 설정 끄기’처럼 작은 방법들도 있다고 말하는 게 저는 좋았거든요. 시작의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되게 의미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파이 : 직관적으로 연출된 장면이 많았어요. 인상 깊은 장면이 드라마 속 벤의 방문 앞에서 이모가 뭐하냐고 물을 때 SNS 피드가 벤의 방을 감싸듯 나오잖아요? 인물을 알고리즘에 조종당하는 좀비로 비유하는 장면도 있고요. 우리가 딱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로 연출된 장면이 많아서 좋았어요.

 

웅 : 배우들이 마치 SF영화 찍는 듯한 느낌도 들더라고요. AI 역할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이 다 유명한 배우 같은데 재연의 수준을 넘어서서 영화 한 편 본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에드만 : 저는 SNS가 생기기 이전에 영화에서 말하는 SNS의 악영향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그런 조직이나 시스템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게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죠. 물론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미국도 굉장한 정치적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언론이 매우 깨끗한 자리를 잡았어요. 깨끗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엄청난 게이트나 언론사가 망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쳤고, 적어도 이게 공정하게 양분화된 상태로 존립할 수 있는 언론들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한국 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군부독재처럼 싸워야 할 적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에 다 같이 뭉쳐서 그 사람들을 없애는 게 일단 가장 큰 일이었죠. 그때는 언론이 어쩌면 국민들과 함께 핍박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시민들과 함께 거악에 맞서서 싸웠지만요. 거악이 제거되는 과정 안에서 언론이 통폐합되면서, 일종의 ‘단물’을 받아먹게 되면서 사실 SNS가 생기기 이전에 무수한 조작을 하고 활자, 화면을 통한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의 감정이나 성향을 조종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지금 언론이 느끼는 위기감은 자기들이 빨던 단물을 SNS가 뺏어가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봐요. 저 역시 이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될지 걱정되고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우리가 쉽게 망할 것 같지도 않고요.

나이가 있는 세대들은 페이스북을 쓰는데 젊은 세대들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 같은 노땅들만 (웃음) 남아서 길게 쓰고, 길게 쓴 거 읽을 수 있는 사람들만 남아있거든요. 저도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가 페이스북에 엄청난 고수들이 많아요. 예술, 정치, 경제 여러 방면의 고수들이 많은데 그런 고수들의 비기가 담긴 글을 보기 위해서 페이스북을 이용해요. 제 취향과 다른 글들은 계속 쳐내다 보니까 물론 나도 그런 알고리즘에 빠져서 그 안에 갇혀 있는 걸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만족하는 것들만 읽고 있어요. (중략) 이번 미국 대선 때 영화에서도 언급된 ‘피자 게이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소아성애자고 애들 납치해서 피를 빨아먹는다는 내용의 음모론이었거든요. 실제 한국에서도 멀쩡하게 경제 관련해서 글을 잘 쓰던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이마리오 : SNS상에 그런 사람들이 많죠. 그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거 같아요. 페이스북이든 친구든 뭐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불편한 사람이나 나와 의견이 반대되는 사람들의 글을 굳이 의도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서 보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내 SNS 속 세상은 왜 실제와 다르지? 싶을 정도로 간극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갓파더 : 각자 자기가 만든 세상에서 사니까요.

 

이마리오 : 이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그게 소셜미디어가 하나의 원인이라는 게 이 영화가 말하는 핵심 중 하나인 거 같은데 굉장히 위험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

 

파이 : 저는 그런 디지털,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책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나요. 예전에는 싸우는 대상이 있다면 사람들이 그에 맞서서 대항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느꼈는데 이제는 ‘혐오’라는 감정이 더 크게 느낀다는 내용이었어요. 어쩌면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쪽의 정보만 받아들이니까 그 반대입장의 사람에게 ‘맞서 싸우자’, ‘얘기 좀 하자’가 아니라 그냥 혐오하고, 쳐내고, 분류한다는 거죠.

 

몽상가 : 보통 한국의 경우 공영방송들이 탐사보도 방식의 시사 다큐를 많이 하잖아요. 표상적으로, 현상적으로 다루고 전문가들이 잠깐 몇 마디 하는 정도로 나오는데요. 이 영화는 이렇게 깊고 표상적인 현상 아래 심층적인 부분도 얘기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주제이다 보니까 재연이란 방식을 통해서 좀 더 임팩트 있게 특정 부분들을 강조하는 점이 좋았어요. 한국은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드는지 의문이 들고요. 되게 놀라운 게 이 영화 제작비가 꽤 많은 금액으로 투여됐다고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이 장르의 영화를 많이 본다는 거잖아요 한국은 다큐를 사실 그렇게 많이 안 보는 것에 반해서요. 미국의 경우, 다큐를 관람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 자체로 부러운 거 같아요.

저도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만나면 결국 대화의 주제가 이런 SNS라던지 웹사이트 뉴스이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고 느껴졌어요. SNS를 안 하니까 상관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나도 그 주제 속에 어느 정도 계속 같이 가게 되는 거죠. 아까 특히 장면 중에 주인공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결정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마치 트루먼 쇼 주인공처럼 계속 조종되어가는 그런 부분들을 잘 표현한 게 인상 깊은 장면이었고요. 특히 미국에서 전문가분들이 나와서 내부자의 얘기를 하고, 그 분야에서 그대로 밥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마리오 : 밥 먹고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인터뷰한 거죠. (웃음)

 

몽상가 : 한국에서 그렇게 한다면 이 바닥에서 아마 쫓겨날 거에요. 절대 저런 커밍아웃을 못 할 거예요. 분명 문제 있다는 걸 알지만 얘기를 하고 싶은데 말 못 해요. 말하는 순간 그 분야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요. 미국의 저런 분위기가 너무 부러워요. 저걸 얘기하고도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그 분야에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한국은 절대 안 돼요, 제가 보기에는. (웃음)

 

이마리오 : 미국 다큐들을 보면 현역 장군, 현역 정치인, 현역 경찰 이런 사람도 인터뷰 다 해요. 얼굴 드러내면서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당당하고 책임을 진다는 태도로요. 한국은 카메라 들이대면 초상권 위반 이유를 써요. 화나더라고요. 나는 사생활에 관심이 없고 당신의 공적인 업무에 대해서 찍는 건데 ‘초상권 침해’라는 식으로 반응하니까요. 말이 안 되는 얘기거든요 개인적인 걸 찍으면 초상권 침해가 맞죠. 근데 이 사람은 공무원으로서 공적인 자격인 행위를 하는 거고 그걸 찍는 건 전혀 초상권 침해가 아닌데 뭔가 잘못 알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황당한 경우들이 매우 많죠.

 

이마리오 : 알고리즘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있어요. <알고리즘의 편견>(2020)이라는 작품이고요. <소셜 딜레마>와 비슷해요. ‘과연 알고리즘이 윤리적일 수 있는 거냐? 인간적일 수 있는 거냐?’에 대한 걸 다루는 다큐멘터리예요. 이 다큐에 등장했던 사람들도 몇 명 나오기도 하고요.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고 그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가에 대한, <소셜 딜레마> 속 한 챕터를 더 깊숙하게 다루고 있어서 추천 드립니다. 또 다른 영화로 <거대한 해킹>(2019)이라는 다큐가 있어요. 그 영화는 2016년 트럼프 당선됐던 시기에 대한 다큐멘터리고요. 그 시기에 큰 스캔들이 하나 생겨요. 아까 나왔던 페이스북이 연관된 ‘케일브릿지 에널리테카 정보 유출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실제로 그 사건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한번 찾아보시면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파이 : 제 생각에는 이 SNS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도구’라는 지점이 더 큰 거 같아요.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참 좋아하는데요. (웃음) 외국 군인 남성의 계정으로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만 나누다가 정신적인 사랑의 관계까지 발전해서 허무맹랑한 사기로 돈을 뜯어내는 범죄 사례가 방송에서 나오는데요. 소셜미디어가 범죄를 저지를 때 활용하기에 법적인 제재가 없고 누구나 너무 쓰기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에서 나왔다시피 한국 사람들에게 특정한 생각을 심겠다는 의도로 누군가가 명령어로 SNS를 이용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질 주제들이 많잖아요. 반일감정처럼요. 특정 주제를 꺼냈을 때 우린 쉽게 선동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무서워요.

 

이마리오 : 소셜미디어의 문제 뒤에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가 있긴 한데 이걸 그냥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리면 굉장히 일반화시켜버리는 거라서 영화는 그렇게 가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럼 자본주의를 바꾸면 돼.’ 사실 그런 얘기는 오히려 쉬운 이야기인 거죠. 뭔가 사회 체계를 완전히 바꾸자고 다큐를 만들었다기보다 현재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소셜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고 어떻게 현재 사회를 부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제작된 거라서요. 아마 자본주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방식의 전개로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은 한편 들기도 하고요.

 

슈나드 : 영화에서 소셜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이면에 관해 얘기했지만, 자본주의의 폐해 혹은 기업들의 독과점 같은, 그 이면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그리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거 같아요. 옳고 그름을 단정 짓기보다 그것이 영화의 기능이고 역할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파이 : 제가 이 영화에서 주목하는 다른 지점은 특정 세대가 SNS의 악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영화 속에 아이가 거울을 보는 장면도 그렇고, 최근 10대 소녀의 자해/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SNS와 관련되어있다는 내용도요. 지금의 10대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게 무엇일까 찾아보면 유튜브가 그들에게 블로그처럼 됐고, 틱톡이 재밌는 놀잇거리라는 건데 그걸 보면서 나도 그 세대에서 멀어지고,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결국 그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에 대한 SNS의 악영향이 이어지는 동안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영향이나 결과들을 상상하니까 참 무섭네요.

 

이마리오 : 십 년 전쯤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민주화운동이 막 벌어지던 시기가 있었어요. ‘자스민 혁명’이라고 해서 중동국가에 엄청난 오랜 독재들이 무너졌던 일이었죠. 지금은 인터넷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라는 게 생겼고, 그 시험대 중의 하나가 제 생각에 버마, 미얀마 관련된 일 같아요. 얼마 전에 홍콩과 관련된 사안도 있었고요. 사회는 달라지고 있고 시스템, 체계에 맞서는 사람들의 저항방식 또한 과거에는 화염병을 들고 시위를 하는 방식에서 점차 다른 형태로 바뀌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 10대, 20대가 새로운 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그런 저항방식의 변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좀 더 부정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고 봐요.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아마 우리나라도 내년 대선 시기에 분명히 소셜 네트워크와 관련된 엄청난 액션들이 생길 것 같아요. 그전에는 매크로 서버를 통해 댓글을 조작했던 킹크랩 사례가 있었다면 내년엔 또 다른 방식의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고요. 그런 현상들을 누군가 유심히 보고 한국에서도 <소셜 딜레마>와 비슷한 다큐멘터리 작업이 이뤄지면 좋겠네요. 쉽지 않겠지만요. 다큐멘터리의 순기능 중 하나를 보여주는 영화가 이런 영화인 것 같아요. 우리가 잘 모르는 영역의 깊숙한 이야기들을 전문가들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요. 다큐멘터리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무언가 행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조금씩 바꿔나가는 역할이 다큐멘터리 장르가 가진 순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김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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