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씨네토크
2024.10.11.
초청 : 이상철 감독, 김재화 배우
진행 :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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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관객과의 진행을 맡은 진명현이고요. 이상철 감독님과 김재화 배우님 바로 모시겠습니다. 금요일 밤인데 이렇게 자리 가득 채워주신 관객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먼저 축하 박수 한번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그녀에게>가 2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2만 관객 돌파 후 강릉 신영극장에 찾아주신 이상철 감독님부터 관객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상철 : 제가 영화를 한 지는 꽤 됐는데 신영극장에는 오늘 처음 왔습니다. 저희 영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양양에서 촬영했거든요. 강원도와 뜻깊은 인연이 있는 곳에서 GV를 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오늘 즐거운 대화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화 : 안녕하세요. 극 중 상연을 연기한 배우 김재화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옆동네 양양 주민이에요. 양양에 이사 온 지 이제 딱 3년 차 됐는데요. 이 건물에는 정말 많이 들어왔었는데 다른 일행이 있어서 신영 극장까지는 들르지는 못했어요. 오늘 극장에 오니까 너무 좋고요, 자주 오고 싶어요. 또 여러분들은 일부러 저희 만나시기 위해서 오늘 이 타이밍에 오신 거잖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좋은 이야기 같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진명현 : 여러분들 영화 너무 잘 보셨죠? 마음에 여운이 되게 오래 남는 영화고, 아마 보시자마자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빨리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을 거라고 확신을 합니다. 이상철 감독님과 김재화 배우님이 만들어 낸 정말 큰 울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먼저 감독님께 이 용감한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점부터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철 : 엔딩 크레딧을 보면 원작자 이름이 가장 먼저 뜨거든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이라는 에세이가 원작입니다. 제가 동네 도서관에서 책들을 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었어요. 마지막 장에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라는 글이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 후배 기자가 등장해서 장애 판정을 받은 아이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게 책에 실린 내용이었어요. 선배가 후배에게 장애 아이를 육아한 경험을 들려주는 대목에서 영화의 마지막 엔딩 같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고, 영화로 만들어서 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영화로 쓰는 독후감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님의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연락을 드렸죠. 작가님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그게 딱 3년 전이고, 2022년도 딱 이맘때 한 달간 영화를 찍었어요.
진명현 : 김재화 배우님이 나오시는 작품 볼 때마다 분량이 적건 많건 상관없이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에게>에서도 영화의 기둥이고, 모든 것들을 담당하는 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상철 감독님도 김재화 배우님과 촬영하시고, 완성된 작품을 같이 보면서 여러 차례 고맙기도, 기쁘기도 하고 여러 순간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상연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에 난이도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니까 시나리오 처음 받으시고, 감독님한테도 제안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화 : 제가 양양에 살게 된 지 3년 차 됐다고 말씀드렸는데, 제안을 받았을 때가 양양으로 막 이사 왔을 때였어요. 사실 그때 저는 일을 살짝 쉬려고 했어요. 제가 아이들을 연년생으로 낳고 정말 쉴 새 없이 작품을 해왔어요. 배우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모든 워킹맘들이 그런 마음들이 있으시겠지만 애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았어요. 아이들을 낳았을 그 무렵까지만 해도 촬영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못하는 현장이 있었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 밤새도록 촬영을 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하고 아빠는 자고 있고 그런 생활이 10년 정도가 지나고 나니까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어요. 제가 좋은 엄마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나 봐요. (웃음) 그래서 어떻게 양양까지 와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할 때, 이 대본을 받게 된 거죠. 그러니까 제가 남편한테 미안하다고, 다시 연기하러 가야겠다는 말을 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배우로서 정말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극 중 상연을 통해서 제 인생을 조금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작품을 하게 됐어요. 제가 선택했다는 생각은 안 들고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명현 : 결과적으로는 두 분이 서로를 알아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은 상연 역할에 김재화 배우님을 어떻게 떠올리시고, 같이 작업하게 되셨는지 여쭤볼게요.
이상철 : 김재화 배우님을 제가 영화 속에서 봐왔었는데, 정말 다양한 연기를 하셨거든요. 잠깐 나오는 장면이어도 장면을 볼 때마다 저 배우한테는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제가 굳이 궁금증이 안 들더라고요. 그냥 연기 자체만으로 뭔가 설명이 다 된달까. 코드가 맞는다는 느낌을 화면 속의 배우로 봤을 때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출자로서는 제가 육아 경험도 없고, 엄마 역할을 잘해줄 수 있는 배우를 찾아보니까 많이 없더라고요. 배우 분들이 미혼이신 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재화 배우는 실제로 아들 둘을 키우고 있거든요. 제가 육아의 실제적인 경험들이 부족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어렵사리 부탁을 드렸죠. 근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때 연기를 좀 쉬려고 하던 타이밍이어서 사실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어요. 극적으로 여러 가지 도움이 잘 맞아서 재화 배우가 연기를 한 <그녀에게>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진명현 :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 볼 때는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다 울었어? 그럼 일어나자.’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 엔딩이 그렇잖아요. 다음 행동을 촉구하는 영화고, 보는 사람들한테 아주 정확하게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작품을 볼 때 개인의 감상도 중요하겠지만 좀 더 널리 퍼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분들도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질문이나 소감 얘기해 주실 분 계실까요?
관객 1 : 지우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은데요. 그 장면이 궁금했어요.
이상철 : 원래 시나리오에는 캠핑장에서 가족들끼리 즐겁게 캠핑을 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지우가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를 바라보면서 금방이라도 엄마라고 부를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우, 이후 암전이 된다고 시나리오에 적혀 있었어요. 사실은 영화를 완성하기 직전까지도 지우의 음성은 넣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지우의 음성은 후시 녹음을 했어요. 현장에서는 배우가 소리 없이 연기를 했거든요. 나중에 후시 녹음된 소리를 편집할 때 집어넣었는데 엔딩 장면에서 한 번 소리를 넣어볼까 하고서 배치를 시켜봤어요. 엔딩에서 뭔가 지우가 말을 한 듯한 느낌을 관객분들에게도 좀 들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막판에 소리를 넣었던 거고요. 영화의 제목이 <그녀에게>인데 가제로 생각했던 제목 중에 하나가 ‘카네이션’이었어요.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전달하는 카네이션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엔딩도 그런 마음을 담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 김재화 배우님도 조금 더 덧붙여서 이야기해 주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김재화 : 저는 그 장면에서 엄마가 되게 예뻐 보여요. 지우는 엄마를 그냥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존재로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지우가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 걸 느꼈어요. 엄마는 쌍둥이 동생을 보느라고 지우를 보지 못하지만 지우는 엄마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계속 보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 아주 좋아하고, 이어지는 수족관까지 하나의 세트로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그걸 여쭤봤거든요. 어떤 의도인지. 여러분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상철 : 개인적으로 수족관을 좋아해요. (웃음)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관객분들이 크레딧을 끝까지 좀 봐주십사 하는 마음에 저희가 쿠키 영상은 따로 없지만 그런 효과로 좀 생각을 했고요. 저희 영화 중간에 보면 지우가 수족관에서 소풍 갔다가 소동을 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엔딩크레딧에 쓰려고 따로 촬영을 했어요. 수족관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기도 해요. 비록 수족관 안이지만. 그런 의도도 있었고요. 아까 소리 부분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소리를 넣자고 결정을 했지만 스태프 중에 반대하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너무 과하고 감정적인 것 같다고 얘기를 주셨어요. 근데 제가 고집을 부려서 넣었고요. 사실은 영화제 버전에 비해서 개봉 버전에서는 소리 하나를 더 집어넣었거든요. 하나를 더 넣냐 빼냐 그것도 좀 끝까지 고민을 하면서 완성한 장면이었습니다.
진명현 : 관객 입장에서 꿈보다 해몽이라면 수족관 장면을 저는 상연과 지우가 물과 물고기 같은 존재구나,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떨어질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아름답기도 한데 영원히 떨어질 수 없고, 그게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설명이 되어서 마음 정리하는 데 좋았던 장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관객 2 :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영화 잘 봤습니다. 원작이 있긴 하지만 다루기 조심스러운 소재라서 영화로 찍을 때 부담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으셨다면 말씀을 좀 듣고 싶고요. 하나만 더 여쭙자면은 저는 영화의 중심이 아들인 지우보다는 상연이라서 더 좋았거든요. 요즘에 다양한 매체에서 발달장애인 분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끝까지 보는 게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녀에게>는 그런 점이 없어서 연출하실 때 특별히 더 신경 쓴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저도 원작을 읽기 전까지는 직접적으로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접해본 경험이 없었고 또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이 책이 저에게는 어떤 의미로 충격적으로 다가왔고요. 내 주변에 장애인 가족의 모습은 이게 현실이겠구나 그런 걸 느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저처럼 전혀 모르고 무관심했던 분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고, 그분들에게 책을 보면서 느낀 걸 영화로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배워가면서 영화를 준비했어요. 류승연 작가님이 시나리오 각색으로도 참여를 하셨거든요. 시나리오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하게 감사를 하셨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전달드렸을 때 만약에 작가님이 완성된 시나리오에 대해서 뭔가 불편하다거나 방향이 잘못됐다고 얘기해 주신다면 저는 과감하게 이 영화는 완성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작가님과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고요. 기존에 장애인 소재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는데, 장애인들이 역경을 딛고 성취를 이뤄내는 방향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걸 많이 접하다 보니까 저에게 장애인에 대한 어떤 편견 같은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발달 장애인이나 자폐 장애인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 케이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거의 대다수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장애인 가족을 모습을 영화적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엄마 상연의 시점으로 영화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의도였습니다. 지우를 보여주는 방식도 드라마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지우 역을 맡은 배우가 실제 장애인이 아니라 연기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몰입감을 깨지 않도록 출연하는 부분에 있어서 꼼꼼히 연습을 한 뒤 촬영을 했습니다.
진명현 : 덧붙여서 아역 배우가 장애인 배우이든 아니든 이렇게 많은 분량을 함께 연기한 작품은 없으셨잖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난이도 측면과 결부해서 김재화 배우님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재화 : 원작이 있고, 류승연 작가님도 여러 번 만나서 조언을 듣고, 가족들도 만나고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혹시 가족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또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돼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럴 때는 그냥 생각은 접어두고 시나리오를 다시 폈어요. 그건 류승연 작가님이고, 나는 류상연을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또 극 중 아이들이 저희 둘째 아들하고 나이가 같았어요.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애들을 바라보는 느낌 하고는 다르지 않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해 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어린이 배우의 부모님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부모님들이 더더욱 수고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진명현 : 그러면 어린이 배우들이 김재화 배우님한테 호칭을 어떻게 쓰나요?
김재화 : 엄마라고도 하고, 요즘 어린이 배우들이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쓰더라고요. (웃음) 안 그래도 된다고, 그냥 엄마라고 하라고 그랬어요. 극 중 아빠 역을 맡은 성도현 배우를 애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성도현 배우는 미혼인데 미리 아빠 체험을 한 것처럼 저희 가족은 실제 가족처럼 너무 친근하게 재밌게 촬영을 잘했습니다.
관객 3 : 안녕하세요. 영화 너무 잘 봤고요. 같이 일하고 있는 센터 선생님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왔어요.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장애에 대해 잘못 알고 꾸며진 듯한 내용들이 많았다면, <그녀에게>의 장면들은 저희가 치료를 하거나 학교 현장에 나가서 실제로 봤던 아이들의 행동들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와닿았고요. 발달장애인 분들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봤을 때도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될 것 같아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근데 발달장애나 ADHD 치료를 받는 비용이 사실 많이 부담스럽거든요. 제도적으로 지원이 많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계속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배우님이랑 감독님이 다큐로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실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장애인 관련 다큐멘터리를 작업하시는 감독님들이 계시고 그런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로 알고 있고요. 사실 같은 영화지만 다큐멘터리는 접근 방식이나 작업 방식이 워낙 다르고, 제가 계속 극영화를 작업해 왔기 때문에 그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더라도 아마 극영화로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어제 남양주시에서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녀에게>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어요. 그런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는데, 물론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어야 하지만 국민들도 남일이 아니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법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 제도적인 부분도 빨리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영화가 그런 면에 있어서는 다큐멘터리보다는 관객분들에게 편하게 다가가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장르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극영화로 작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재화 : 덧붙여서 류승연 작가님의 아들이 이제 중학생이 됐어요.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영화에 나왔던 시기는 귀여웠던 시기고, 그래도 편했던 시기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작가님의 두 번째 에세이가 나온 지 2주 정도 됐거든요.
진명현 : 제목이 뭔가요?
김재화 : 『아들이 사는 세계』라는 작품이고요. 발달장애인의 초등학교랑 중학교는 또 다르잖아요. 그런 얘기들을 어머니의 입장으로 쓰고 계시고 작가님께서는 3부작으로 만드실 생각이래요. 청소년기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까지. 어떻게 보면 발달장애인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책을 완성해나가시는 것 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작가님께서는 감독님께 이미 <그녀에게> 후속판을 의뢰하신 상황이에요. (웃음)
관객 4 : 영화 정말 잘 봤고요. 제가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전에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마라톤>이에요. 오늘 영화를 보면서 저한테 감명 깊은 영화가 하나 더 추가된 것 같아 좋았고요. 김재화 배우님을 <롤러코스터>에서 봤는데 코미디 역할이 아니라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하신 걸 보고 정말 새롭고, 놀라웠어요. 나오실 때마다 정말 몰입해서 영화를 봤어요. 코미디 역할을 하실 때랑 감정을 많이 이입해야 되는 연기를 하실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화 : 감사합니다. <롤러코스터> 저도 참 좋아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무 일찍 나온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 영화가 나온 지 10년 정도 됐는데 지금에서야 더욱 사랑받는 영화인 것 같고요. 제가 첫 번째로 연기한 영화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하모니>라는 작품이 있어요. 여자 교도소의 합창단 이야기인데 저는 거기서 ‘건달녀’라는 캐릭터로 나왔어요. 그 캐릭터로 시작해서 개성이 강하고 위트 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근데 많은 대중분들이 보지는 못하셨지만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서는 그 반대의 모습들도 많이 보여드리곤 했어요. 이번 영화는 장편이기도 하고 상연이 주인공이다 보니까 저도 놀랄 정도 제 얼굴이 이렇게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는 거의 처음이에요. 감독님께 무한히 감사드리죠. 사실 배우는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감독님이 맡기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실 제작자나 감독님들 입장에서 보면 전작과 비슷한 역할을 캐스팅하는 게 가장 안전하잖아요. 독립영화의 감독님들은 전작에서 봤던 면모 외에 또 다른 저의 가능성을 캐치하시고 그런 배역을 저한테 주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 배우들은 너무 감사하고 또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어떤 작품이건 감독님의 세계에 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전에 찍었던 작품들하고는 결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고, 찍으면서 배우로서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관객 5 : 2년 전에 원작을 읽고 너무 감동을 받았고, 영화로 상영된다고 해서 시간을 내서 왔어요. 아까 첫 번째 질문한 아이 엄마의 친구예요. 저희 아들도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지금 고등학생이에요. 김재화 배우님께서 엄마 역할을 너무 잘해 주신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웃을 일도 많았지만, 웃을 일보다는 속상한 일이 더 많았어요. 애들 재우고 밤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걸로 해결하고 했는데 파인애플 통조림 먹는 씬이 너무 공감이 됐거든요. 저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위로받았던 음식이 믹스 커피였거든요. 원작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파인애플 통조림 먹는 아이디어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궁금해요. 김재화 배우님이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엄마 역할을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잘 봤습니다. 장애인 가족으로서 감사합니다.
김재화 : 감독님께서 류승연 작가님하고 인터뷰하시는 중에 파인애플 통조림을 많이 드셨다는 얘기를 듣고 그 장면을 쓰셨다고 했어요. 맞죠, 감독님? 작가님 아이들이 쌍둥이잖아요. 키우면서 식사를 제때 맞춰서 하시기가 힘드셨대요. 그래서 빨리 열량도 채울 수 있고, 상하지도 않는 파일애플 통조림을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께 들은 바로는 동원인가요? 동원에서 통조림을 협찬받아서 그렇게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웃음)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명현 : 두 분께 간단한 질문드려보고 싶은데 감독과 배우라는 직업도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럴 때 뭐 드세요?
김재화 : 저는 어디 나가서 사 먹지는 않고 집에 냉장고에 있는 걸 다 해치우는 것 같아요. 냉장고 파먹기처럼. 그래서 오늘도 채소가 많이 남아서 백종원 선생님 양념장을 사다가 넣었어요. 오늘 끝나고 가면 먹어야 됩니다. (웃음) 저는 스트레스받을 때 냉장고를 터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상철 : 저는 커피를 좋아해요. 강릉이 커피가 유명해서 내일 맛있게 먹으려고 합니다.
진명현 : 관객분이 말씀 주셨을 때 커피가 묘약이었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엄마가 쓰신 에세이가 있어요.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라는 책인데요. 영화 보시고 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또 질문이나 소감 나눠주실 분 계실까요?
관객 6 : 저도 비장애인 자녀와 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요. 힘들 때가 정말 많아요. 그리고 저는 외국인이라 동네에 아는 엄마들도 없거든요. 그래가지고 어디 얘기할 곳이 없어요. 근데 오늘 영화를 보니까 제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고요. 영화에서 선생님이 애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낸다고 했을 때 부모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돼요.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게끔 정말 정성을 쏟아주고 있지만, 내가 죽으면 우리 애가 어떻게 될까 이런 마음이 많이 커요. 동생이 있다지만은 사회에 나가면 각자 자기 생활을 하잖아요. 지금 다니는 학교는 옆에서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요즘은 부모들이 장애인들하고 놀면 영향을 받을까 봐 그런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애는 친구도 없고 맨날 방학에도 집에 혼자만 있어요. 다른 아이들은 여행 다니고 그럴 때도 집에 계속 저희 셋만 있거든요. 어디 친구라도 만들어주고 싶어서 영화에 나온 것처럼 친구를 초대하기도 했는데 그 마음을 애들이 잘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아무튼 오늘 연기 보면서 제 마음을 대변해 주신 것 같아가지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김재화 : 너무 감사드려요. 저희 영화가 발달장애인 가족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그렇지 않은 가족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으로 찍었는데요. 마음을 대변해 주셨다는 어마어마한 칭찬을 들으니까 제가 영화를 찍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보람 있어요. 그리고 동생이 언니를 너무 잘 챙겨주는 모습도 부럽고, 오늘 이렇게 극장 찾아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상철 : 사실 영화를 만들 때는 장애인 가족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제가 잘못 표현한 것들로 인해서 욕하시지는 않을까, 어떻게 보실까 걱정을 되게 많이 했어요. 개봉 이후에 장애인 가족분들이 오셔서 이 영화를 보시고는 방금 관객분이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뭔가 위로를 받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위로받는 부분들이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 스스로도 힘이 생겼던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진명현 : 너무 다행인 게 영화라는 게 있고, 극장이라는 게 있고, 또 누군가 관객과의 대화라는 걸 만들어놔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들을 수 있어서 이 모든 게 가능한 일이잖아요. 감독님과 배우님도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져서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자리에 필요를 너무 느끼셨을 것 같고, 찾아와 주셔서 길게 자기 얘기 들려주신 관객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관객과의 대화가 1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 마지막 질문 받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질문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관객 7 : 영화 재밌게 봤는데요. 에세이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에세이 말고 따로 조사하시거나 참고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저는 우선 원작과 류승연 작가에 집중을 하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워낙 모르기도 하고, 발달장애인 분들을 실제로 본 적도 사실 많지 않아서 영화 속에 보시면 활동 지원사라는 직업이 나오는데 제가 그런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영화 준비하면서 활동 지원사 자격증을 땄어요. 실습도 하고 활동 지원사분들이 어떻게 활동하시는지 알아가면서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들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관객 8 : 일단 좋은 영화 만들어주신 감독님이랑 재화 배우님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상연이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계속 사회로부터 상연이 배제받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너무 외롭겠다, 근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만약에 내가 상연의 친구라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근데 실제로 막상 그런 일이 주변에서 일어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배우님이나 감독님이 진짜 상연이라면 어떤 사회를 꿈꾸실까 궁금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결국 장애인 가정끼리 캠프를 가서 즐기시잖아요. 행복한 장면이긴 하지만 비장애인 가정이 없어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해결되지 않은 큰 문제들로 느껴지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관심을 가지면 좋을까,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서로 불편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될 건지에 대한 도구나 방법이나 마음이 전무한 것 같아요.
김재화 : 저는 사실은 웃음 포인트를 중간중간 넣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상연의 어떤 모습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도 몇 군데 있기는 한 것 같아요. 끝까지 상연이 힘들게만 보이지 않도록 노력을 하긴 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 낳기 전에 모습을 앞에다 넣었던 것은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넣었다고 들었어요. 작가님 기자 시절에 고개를 15도 정도 치켜들고 다니셨대요. 장애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한테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후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고 우리 가족 중에 생길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통해서 특별한 사람이 장애를 갖는 게 아니라는 걸 부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마지막 가족들이랑 캠핑하는 장면에서 다는 아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서 캠핑장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셨지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신 것만으로도 저는 어떻게 보면 한 발자국 나아갔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승연 작가님께서도 좀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가족들을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작은 소망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상철 : 영화의 엔딩 장면이 원래 캠핑 장면은 아니었고, 지우랑 상연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장면이었어요. 두 번 반복되는데 초반에는 지하철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니까 주변 분들이 지우만 쳐다보고, 불편해하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똑같은 상황이지만 지우에게만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장면으로 엔딩을 생각했거든요. 류승연 작가님도 제안을 하셨던 장면이었어요. 영화 속에 상연이가 글을 쓸 때 주변의 시선이 오히려 장애인 가족에게 더 힘들다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육아와 그 과정보다 실질적으로 더 힘든 건 주변의 어떤 편견 어린 시선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자유롭게 다니실 수 있도록,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진명현 : 개인적인 얘기긴 한데 저도 5년 전에 굉장히 아팠던 적이 있어서 다리에 장애가 생겼거든요. 병원 생활을 길게 하면서 알게 된 건 장애든 병이든 여러 가지 안 좋은 사고들이 어느 순간, 누구한테 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인과를 묻지 않게 되는 거였어요. 왜 아프게 되었는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추궁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누군가가 어떤 이유로 아프게 되었는지, 장애를 가졌는지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는 서로에게 많이 다가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아마 감독님과 배우님 그리고 영화 만드신 많은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을 말씀 들으면서 해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늦은 시간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마지막으로 두 분의 짧은 끝인사 듣고서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재화 : 오늘 이렇게 일부러 GV가 있는 날 극장에 와주신 관객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신영극장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자주자주 와서 관람하겠습니다. 지금 찍고 있는 작품들 그리고 상영되고 있는 작품들로 계속 만나 뵙고 항상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들에게 좋은 연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녀에게> 아직 상영하고 있는 극장이 있는데 오늘 잘 보셨다면 주변에 좋은 말씀 많이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돌아가시는 길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상철 : 저도 오늘 너무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저희 영화가 이제 전국에서 10개 내외의 극장에서 상영을 하고 있는데요. 극장에서 보시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라고 말씀 많이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늦게까지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녀에게> 씨네토크
2024.10.11.
초청 : 이상철 감독, 김재화 배우
진행 :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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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관객과의 진행을 맡은 진명현이고요. 이상철 감독님과 김재화 배우님 바로 모시겠습니다. 금요일 밤인데 이렇게 자리 가득 채워주신 관객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먼저 축하 박수 한번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그녀에게>가 2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2만 관객 돌파 후 강릉 신영극장에 찾아주신 이상철 감독님부터 관객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상철 : 제가 영화를 한 지는 꽤 됐는데 신영극장에는 오늘 처음 왔습니다. 저희 영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양양에서 촬영했거든요. 강원도와 뜻깊은 인연이 있는 곳에서 GV를 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오늘 즐거운 대화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화 : 안녕하세요. 극 중 상연을 연기한 배우 김재화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옆동네 양양 주민이에요. 양양에 이사 온 지 이제 딱 3년 차 됐는데요. 이 건물에는 정말 많이 들어왔었는데 다른 일행이 있어서 신영 극장까지는 들르지는 못했어요. 오늘 극장에 오니까 너무 좋고요, 자주 오고 싶어요. 또 여러분들은 일부러 저희 만나시기 위해서 오늘 이 타이밍에 오신 거잖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좋은 이야기 같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진명현 : 여러분들 영화 너무 잘 보셨죠? 마음에 여운이 되게 오래 남는 영화고, 아마 보시자마자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빨리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을 거라고 확신을 합니다. 이상철 감독님과 김재화 배우님이 만들어 낸 정말 큰 울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먼저 감독님께 이 용감한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점부터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철 : 엔딩 크레딧을 보면 원작자 이름이 가장 먼저 뜨거든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이라는 에세이가 원작입니다. 제가 동네 도서관에서 책들을 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었어요. 마지막 장에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라는 글이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 후배 기자가 등장해서 장애 판정을 받은 아이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게 책에 실린 내용이었어요. 선배가 후배에게 장애 아이를 육아한 경험을 들려주는 대목에서 영화의 마지막 엔딩 같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고, 영화로 만들어서 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영화로 쓰는 독후감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님의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연락을 드렸죠. 작가님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그게 딱 3년 전이고, 2022년도 딱 이맘때 한 달간 영화를 찍었어요.
진명현 : 김재화 배우님이 나오시는 작품 볼 때마다 분량이 적건 많건 상관없이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에게>에서도 영화의 기둥이고, 모든 것들을 담당하는 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상철 감독님도 김재화 배우님과 촬영하시고, 완성된 작품을 같이 보면서 여러 차례 고맙기도, 기쁘기도 하고 여러 순간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상연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에 난이도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니까 시나리오 처음 받으시고, 감독님한테도 제안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화 : 제가 양양에 살게 된 지 3년 차 됐다고 말씀드렸는데, 제안을 받았을 때가 양양으로 막 이사 왔을 때였어요. 사실 그때 저는 일을 살짝 쉬려고 했어요. 제가 아이들을 연년생으로 낳고 정말 쉴 새 없이 작품을 해왔어요. 배우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모든 워킹맘들이 그런 마음들이 있으시겠지만 애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았어요. 아이들을 낳았을 그 무렵까지만 해도 촬영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못하는 현장이 있었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 밤새도록 촬영을 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하고 아빠는 자고 있고 그런 생활이 10년 정도가 지나고 나니까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어요. 제가 좋은 엄마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나 봐요. (웃음) 그래서 어떻게 양양까지 와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할 때, 이 대본을 받게 된 거죠. 그러니까 제가 남편한테 미안하다고, 다시 연기하러 가야겠다는 말을 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배우로서 정말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극 중 상연을 통해서 제 인생을 조금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작품을 하게 됐어요. 제가 선택했다는 생각은 안 들고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명현 : 결과적으로는 두 분이 서로를 알아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은 상연 역할에 김재화 배우님을 어떻게 떠올리시고, 같이 작업하게 되셨는지 여쭤볼게요.
이상철 : 김재화 배우님을 제가 영화 속에서 봐왔었는데, 정말 다양한 연기를 하셨거든요. 잠깐 나오는 장면이어도 장면을 볼 때마다 저 배우한테는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제가 굳이 궁금증이 안 들더라고요. 그냥 연기 자체만으로 뭔가 설명이 다 된달까. 코드가 맞는다는 느낌을 화면 속의 배우로 봤을 때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출자로서는 제가 육아 경험도 없고, 엄마 역할을 잘해줄 수 있는 배우를 찾아보니까 많이 없더라고요. 배우 분들이 미혼이신 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재화 배우는 실제로 아들 둘을 키우고 있거든요. 제가 육아의 실제적인 경험들이 부족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어렵사리 부탁을 드렸죠. 근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때 연기를 좀 쉬려고 하던 타이밍이어서 사실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어요. 극적으로 여러 가지 도움이 잘 맞아서 재화 배우가 연기를 한 <그녀에게>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진명현 :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 볼 때는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다 울었어? 그럼 일어나자.’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 엔딩이 그렇잖아요. 다음 행동을 촉구하는 영화고, 보는 사람들한테 아주 정확하게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작품을 볼 때 개인의 감상도 중요하겠지만 좀 더 널리 퍼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분들도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질문이나 소감 얘기해 주실 분 계실까요?
관객 1 : 지우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은데요. 그 장면이 궁금했어요.
이상철 : 원래 시나리오에는 캠핑장에서 가족들끼리 즐겁게 캠핑을 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지우가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를 바라보면서 금방이라도 엄마라고 부를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우, 이후 암전이 된다고 시나리오에 적혀 있었어요. 사실은 영화를 완성하기 직전까지도 지우의 음성은 넣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지우의 음성은 후시 녹음을 했어요. 현장에서는 배우가 소리 없이 연기를 했거든요. 나중에 후시 녹음된 소리를 편집할 때 집어넣었는데 엔딩 장면에서 한 번 소리를 넣어볼까 하고서 배치를 시켜봤어요. 엔딩에서 뭔가 지우가 말을 한 듯한 느낌을 관객분들에게도 좀 들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막판에 소리를 넣었던 거고요. 영화의 제목이 <그녀에게>인데 가제로 생각했던 제목 중에 하나가 ‘카네이션’이었어요.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전달하는 카네이션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엔딩도 그런 마음을 담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 김재화 배우님도 조금 더 덧붙여서 이야기해 주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김재화 : 저는 그 장면에서 엄마가 되게 예뻐 보여요. 지우는 엄마를 그냥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존재로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지우가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 걸 느꼈어요. 엄마는 쌍둥이 동생을 보느라고 지우를 보지 못하지만 지우는 엄마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계속 보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 아주 좋아하고, 이어지는 수족관까지 하나의 세트로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그걸 여쭤봤거든요. 어떤 의도인지. 여러분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상철 : 개인적으로 수족관을 좋아해요. (웃음)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관객분들이 크레딧을 끝까지 좀 봐주십사 하는 마음에 저희가 쿠키 영상은 따로 없지만 그런 효과로 좀 생각을 했고요. 저희 영화 중간에 보면 지우가 수족관에서 소풍 갔다가 소동을 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엔딩크레딧에 쓰려고 따로 촬영을 했어요. 수족관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기도 해요. 비록 수족관 안이지만. 그런 의도도 있었고요. 아까 소리 부분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소리를 넣자고 결정을 했지만 스태프 중에 반대하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너무 과하고 감정적인 것 같다고 얘기를 주셨어요. 근데 제가 고집을 부려서 넣었고요. 사실은 영화제 버전에 비해서 개봉 버전에서는 소리 하나를 더 집어넣었거든요. 하나를 더 넣냐 빼냐 그것도 좀 끝까지 고민을 하면서 완성한 장면이었습니다.
진명현 : 관객 입장에서 꿈보다 해몽이라면 수족관 장면을 저는 상연과 지우가 물과 물고기 같은 존재구나,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떨어질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아름답기도 한데 영원히 떨어질 수 없고, 그게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설명이 되어서 마음 정리하는 데 좋았던 장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관객 2 :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영화 잘 봤습니다. 원작이 있긴 하지만 다루기 조심스러운 소재라서 영화로 찍을 때 부담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으셨다면 말씀을 좀 듣고 싶고요. 하나만 더 여쭙자면은 저는 영화의 중심이 아들인 지우보다는 상연이라서 더 좋았거든요. 요즘에 다양한 매체에서 발달장애인 분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끝까지 보는 게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녀에게>는 그런 점이 없어서 연출하실 때 특별히 더 신경 쓴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저도 원작을 읽기 전까지는 직접적으로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접해본 경험이 없었고 또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이 책이 저에게는 어떤 의미로 충격적으로 다가왔고요. 내 주변에 장애인 가족의 모습은 이게 현실이겠구나 그런 걸 느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저처럼 전혀 모르고 무관심했던 분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고, 그분들에게 책을 보면서 느낀 걸 영화로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배워가면서 영화를 준비했어요. 류승연 작가님이 시나리오 각색으로도 참여를 하셨거든요. 시나리오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하게 감사를 하셨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전달드렸을 때 만약에 작가님이 완성된 시나리오에 대해서 뭔가 불편하다거나 방향이 잘못됐다고 얘기해 주신다면 저는 과감하게 이 영화는 완성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작가님과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고요. 기존에 장애인 소재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는데, 장애인들이 역경을 딛고 성취를 이뤄내는 방향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걸 많이 접하다 보니까 저에게 장애인에 대한 어떤 편견 같은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발달 장애인이나 자폐 장애인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 케이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거의 대다수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장애인 가족을 모습을 영화적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엄마 상연의 시점으로 영화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의도였습니다. 지우를 보여주는 방식도 드라마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지우 역을 맡은 배우가 실제 장애인이 아니라 연기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몰입감을 깨지 않도록 출연하는 부분에 있어서 꼼꼼히 연습을 한 뒤 촬영을 했습니다.
진명현 : 덧붙여서 아역 배우가 장애인 배우이든 아니든 이렇게 많은 분량을 함께 연기한 작품은 없으셨잖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난이도 측면과 결부해서 김재화 배우님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재화 : 원작이 있고, 류승연 작가님도 여러 번 만나서 조언을 듣고, 가족들도 만나고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혹시 가족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또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돼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럴 때는 그냥 생각은 접어두고 시나리오를 다시 폈어요. 그건 류승연 작가님이고, 나는 류상연을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또 극 중 아이들이 저희 둘째 아들하고 나이가 같았어요.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애들을 바라보는 느낌 하고는 다르지 않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해 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어린이 배우의 부모님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부모님들이 더더욱 수고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진명현 : 그러면 어린이 배우들이 김재화 배우님한테 호칭을 어떻게 쓰나요?
김재화 : 엄마라고도 하고, 요즘 어린이 배우들이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쓰더라고요. (웃음) 안 그래도 된다고, 그냥 엄마라고 하라고 그랬어요. 극 중 아빠 역을 맡은 성도현 배우를 애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성도현 배우는 미혼인데 미리 아빠 체험을 한 것처럼 저희 가족은 실제 가족처럼 너무 친근하게 재밌게 촬영을 잘했습니다.
관객 3 : 안녕하세요. 영화 너무 잘 봤고요. 같이 일하고 있는 센터 선생님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왔어요.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장애에 대해 잘못 알고 꾸며진 듯한 내용들이 많았다면, <그녀에게>의 장면들은 저희가 치료를 하거나 학교 현장에 나가서 실제로 봤던 아이들의 행동들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와닿았고요. 발달장애인 분들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봤을 때도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될 것 같아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근데 발달장애나 ADHD 치료를 받는 비용이 사실 많이 부담스럽거든요. 제도적으로 지원이 많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계속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배우님이랑 감독님이 다큐로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실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장애인 관련 다큐멘터리를 작업하시는 감독님들이 계시고 그런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로 알고 있고요. 사실 같은 영화지만 다큐멘터리는 접근 방식이나 작업 방식이 워낙 다르고, 제가 계속 극영화를 작업해 왔기 때문에 그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더라도 아마 극영화로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어제 남양주시에서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녀에게>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어요. 그런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는데, 물론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어야 하지만 국민들도 남일이 아니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법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 제도적인 부분도 빨리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영화가 그런 면에 있어서는 다큐멘터리보다는 관객분들에게 편하게 다가가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장르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극영화로 작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재화 : 덧붙여서 류승연 작가님의 아들이 이제 중학생이 됐어요.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영화에 나왔던 시기는 귀여웠던 시기고, 그래도 편했던 시기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작가님의 두 번째 에세이가 나온 지 2주 정도 됐거든요.
진명현 : 제목이 뭔가요?
김재화 : 『아들이 사는 세계』라는 작품이고요. 발달장애인의 초등학교랑 중학교는 또 다르잖아요. 그런 얘기들을 어머니의 입장으로 쓰고 계시고 작가님께서는 3부작으로 만드실 생각이래요. 청소년기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까지. 어떻게 보면 발달장애인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책을 완성해나가시는 것 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작가님께서는 감독님께 이미 <그녀에게> 후속판을 의뢰하신 상황이에요. (웃음)
관객 4 : 영화 정말 잘 봤고요. 제가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전에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마라톤>이에요. 오늘 영화를 보면서 저한테 감명 깊은 영화가 하나 더 추가된 것 같아 좋았고요. 김재화 배우님을 <롤러코스터>에서 봤는데 코미디 역할이 아니라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하신 걸 보고 정말 새롭고, 놀라웠어요. 나오실 때마다 정말 몰입해서 영화를 봤어요. 코미디 역할을 하실 때랑 감정을 많이 이입해야 되는 연기를 하실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화 : 감사합니다. <롤러코스터> 저도 참 좋아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무 일찍 나온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 영화가 나온 지 10년 정도 됐는데 지금에서야 더욱 사랑받는 영화인 것 같고요. 제가 첫 번째로 연기한 영화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하모니>라는 작품이 있어요. 여자 교도소의 합창단 이야기인데 저는 거기서 ‘건달녀’라는 캐릭터로 나왔어요. 그 캐릭터로 시작해서 개성이 강하고 위트 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근데 많은 대중분들이 보지는 못하셨지만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서는 그 반대의 모습들도 많이 보여드리곤 했어요. 이번 영화는 장편이기도 하고 상연이 주인공이다 보니까 저도 놀랄 정도 제 얼굴이 이렇게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는 거의 처음이에요. 감독님께 무한히 감사드리죠. 사실 배우는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감독님이 맡기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실 제작자나 감독님들 입장에서 보면 전작과 비슷한 역할을 캐스팅하는 게 가장 안전하잖아요. 독립영화의 감독님들은 전작에서 봤던 면모 외에 또 다른 저의 가능성을 캐치하시고 그런 배역을 저한테 주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 배우들은 너무 감사하고 또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어떤 작품이건 감독님의 세계에 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전에 찍었던 작품들하고는 결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고, 찍으면서 배우로서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관객 5 : 2년 전에 원작을 읽고 너무 감동을 받았고, 영화로 상영된다고 해서 시간을 내서 왔어요. 아까 첫 번째 질문한 아이 엄마의 친구예요. 저희 아들도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지금 고등학생이에요. 김재화 배우님께서 엄마 역할을 너무 잘해 주신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웃을 일도 많았지만, 웃을 일보다는 속상한 일이 더 많았어요. 애들 재우고 밤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걸로 해결하고 했는데 파인애플 통조림 먹는 씬이 너무 공감이 됐거든요. 저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위로받았던 음식이 믹스 커피였거든요. 원작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파인애플 통조림 먹는 아이디어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궁금해요. 김재화 배우님이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엄마 역할을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잘 봤습니다. 장애인 가족으로서 감사합니다.
김재화 : 감독님께서 류승연 작가님하고 인터뷰하시는 중에 파인애플 통조림을 많이 드셨다는 얘기를 듣고 그 장면을 쓰셨다고 했어요. 맞죠, 감독님? 작가님 아이들이 쌍둥이잖아요. 키우면서 식사를 제때 맞춰서 하시기가 힘드셨대요. 그래서 빨리 열량도 채울 수 있고, 상하지도 않는 파일애플 통조림을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께 들은 바로는 동원인가요? 동원에서 통조림을 협찬받아서 그렇게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웃음)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명현 : 두 분께 간단한 질문드려보고 싶은데 감독과 배우라는 직업도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럴 때 뭐 드세요?
김재화 : 저는 어디 나가서 사 먹지는 않고 집에 냉장고에 있는 걸 다 해치우는 것 같아요. 냉장고 파먹기처럼. 그래서 오늘도 채소가 많이 남아서 백종원 선생님 양념장을 사다가 넣었어요. 오늘 끝나고 가면 먹어야 됩니다. (웃음) 저는 스트레스받을 때 냉장고를 터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상철 : 저는 커피를 좋아해요. 강릉이 커피가 유명해서 내일 맛있게 먹으려고 합니다.
진명현 : 관객분이 말씀 주셨을 때 커피가 묘약이었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엄마가 쓰신 에세이가 있어요.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라는 책인데요. 영화 보시고 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또 질문이나 소감 나눠주실 분 계실까요?
관객 6 : 저도 비장애인 자녀와 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요. 힘들 때가 정말 많아요. 그리고 저는 외국인이라 동네에 아는 엄마들도 없거든요. 그래가지고 어디 얘기할 곳이 없어요. 근데 오늘 영화를 보니까 제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고요. 영화에서 선생님이 애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낸다고 했을 때 부모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돼요.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게끔 정말 정성을 쏟아주고 있지만, 내가 죽으면 우리 애가 어떻게 될까 이런 마음이 많이 커요. 동생이 있다지만은 사회에 나가면 각자 자기 생활을 하잖아요. 지금 다니는 학교는 옆에서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요즘은 부모들이 장애인들하고 놀면 영향을 받을까 봐 그런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애는 친구도 없고 맨날 방학에도 집에 혼자만 있어요. 다른 아이들은 여행 다니고 그럴 때도 집에 계속 저희 셋만 있거든요. 어디 친구라도 만들어주고 싶어서 영화에 나온 것처럼 친구를 초대하기도 했는데 그 마음을 애들이 잘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아무튼 오늘 연기 보면서 제 마음을 대변해 주신 것 같아가지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김재화 : 너무 감사드려요. 저희 영화가 발달장애인 가족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그렇지 않은 가족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으로 찍었는데요. 마음을 대변해 주셨다는 어마어마한 칭찬을 들으니까 제가 영화를 찍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보람 있어요. 그리고 동생이 언니를 너무 잘 챙겨주는 모습도 부럽고, 오늘 이렇게 극장 찾아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상철 : 사실 영화를 만들 때는 장애인 가족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제가 잘못 표현한 것들로 인해서 욕하시지는 않을까, 어떻게 보실까 걱정을 되게 많이 했어요. 개봉 이후에 장애인 가족분들이 오셔서 이 영화를 보시고는 방금 관객분이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뭔가 위로를 받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위로받는 부분들이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 스스로도 힘이 생겼던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진명현 : 너무 다행인 게 영화라는 게 있고, 극장이라는 게 있고, 또 누군가 관객과의 대화라는 걸 만들어놔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들을 수 있어서 이 모든 게 가능한 일이잖아요. 감독님과 배우님도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져서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자리에 필요를 너무 느끼셨을 것 같고, 찾아와 주셔서 길게 자기 얘기 들려주신 관객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관객과의 대화가 1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 마지막 질문 받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질문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관객 7 : 영화 재밌게 봤는데요. 에세이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에세이 말고 따로 조사하시거나 참고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저는 우선 원작과 류승연 작가에 집중을 하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워낙 모르기도 하고, 발달장애인 분들을 실제로 본 적도 사실 많지 않아서 영화 속에 보시면 활동 지원사라는 직업이 나오는데 제가 그런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영화 준비하면서 활동 지원사 자격증을 땄어요. 실습도 하고 활동 지원사분들이 어떻게 활동하시는지 알아가면서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들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관객 8 : 일단 좋은 영화 만들어주신 감독님이랑 재화 배우님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상연이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계속 사회로부터 상연이 배제받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너무 외롭겠다, 근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만약에 내가 상연의 친구라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근데 실제로 막상 그런 일이 주변에서 일어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배우님이나 감독님이 진짜 상연이라면 어떤 사회를 꿈꾸실까 궁금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결국 장애인 가정끼리 캠프를 가서 즐기시잖아요. 행복한 장면이긴 하지만 비장애인 가정이 없어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해결되지 않은 큰 문제들로 느껴지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관심을 가지면 좋을까,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서로 불편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될 건지에 대한 도구나 방법이나 마음이 전무한 것 같아요.
김재화 : 저는 사실은 웃음 포인트를 중간중간 넣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상연의 어떤 모습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도 몇 군데 있기는 한 것 같아요. 끝까지 상연이 힘들게만 보이지 않도록 노력을 하긴 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 낳기 전에 모습을 앞에다 넣었던 것은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넣었다고 들었어요. 작가님 기자 시절에 고개를 15도 정도 치켜들고 다니셨대요. 장애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한테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후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고 우리 가족 중에 생길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통해서 특별한 사람이 장애를 갖는 게 아니라는 걸 부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마지막 가족들이랑 캠핑하는 장면에서 다는 아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서 캠핑장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셨지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신 것만으로도 저는 어떻게 보면 한 발자국 나아갔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승연 작가님께서도 좀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가족들을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작은 소망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상철 : 영화의 엔딩 장면이 원래 캠핑 장면은 아니었고, 지우랑 상연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장면이었어요. 두 번 반복되는데 초반에는 지하철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니까 주변 분들이 지우만 쳐다보고, 불편해하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똑같은 상황이지만 지우에게만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장면으로 엔딩을 생각했거든요. 류승연 작가님도 제안을 하셨던 장면이었어요. 영화 속에 상연이가 글을 쓸 때 주변의 시선이 오히려 장애인 가족에게 더 힘들다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육아와 그 과정보다 실질적으로 더 힘든 건 주변의 어떤 편견 어린 시선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자유롭게 다니실 수 있도록,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진명현 : 개인적인 얘기긴 한데 저도 5년 전에 굉장히 아팠던 적이 있어서 다리에 장애가 생겼거든요. 병원 생활을 길게 하면서 알게 된 건 장애든 병이든 여러 가지 안 좋은 사고들이 어느 순간, 누구한테 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인과를 묻지 않게 되는 거였어요. 왜 아프게 되었는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추궁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누군가가 어떤 이유로 아프게 되었는지, 장애를 가졌는지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는 서로에게 많이 다가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아마 감독님과 배우님 그리고 영화 만드신 많은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을 말씀 들으면서 해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늦은 시간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마지막으로 두 분의 짧은 끝인사 듣고서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재화 : 오늘 이렇게 일부러 GV가 있는 날 극장에 와주신 관객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신영극장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자주자주 와서 관람하겠습니다. 지금 찍고 있는 작품들 그리고 상영되고 있는 작품들로 계속 만나 뵙고 항상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들에게 좋은 연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녀에게> 아직 상영하고 있는 극장이 있는데 오늘 잘 보셨다면 주변에 좋은 말씀 많이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돌아가시는 길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상철 : 저도 오늘 너무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저희 영화가 이제 전국에서 10개 내외의 극장에서 상영을 하고 있는데요. 극장에서 보시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라고 말씀 많이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늦게까지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