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너바나 더 밴드...> / 네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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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으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네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솔직히 뻔한 영화일까, 극장에 가면서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막이 올라가는 순간 이 두 친구의 정신 나간 기행들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버렸다. 유쾌하지만 황당한 버디 무비처럼 하염없이 웃기다가도, 전혀 예상이 안 되는 전개에 진지함도 한 스푼 추가된 요상한 짬뽕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요즘 유행어를 억지로 끼워 넣지 않아도 물 흐르듯 읽히는 자막까지, 보는 내내 너바나 더 밴드에게 흠뻑 빠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만 봐도 대충 알겠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너바나(Nirbanna) 밴드는 실제 너바나(Nirbana) 밴드와 아무 관련도 없다. 심지어 밴드라고는 하지만 맷(맷 존슨)은 극 중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거의 비추지 않으며 딱히 자체적으로 곡을 만들거나 버스킹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리볼리에서 공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오합지졸 밴드인 것이다. 2008년에 시작한 두 사람은 맷이 작전을 짤 때 제이(제이 맥캐럴)가 분위기에 맞는 연주를 하며 끊임없이 '리허설'을 하고, 작전에 동참해 황당무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반복하며 순식간에 2025년, 그러니까 17년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억지스러울 수 있는 전개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든 연출에 감탄이 나왔다. 앞서 말한 도입부의 내용 역시 물 흐르듯 따라가다 보면 멧과 제이의 성향과 스킵된 그들의 17년, 그리고 그들의 시간여행 모든 게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펼쳐진다. 물론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끝없는 모순점을 찾게 되겠지만, 신경 쓰이기보다 오히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점 역시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이야기의 가장 큰 주제는 '우정'이다. 과연 서로가 없을 때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우정과 부와 명예를 저울질한다면 어느 쪽의 가치가 더 클 것인가를 두고 100분의 시간을 아주 알차게 쓴다. 이 과정에서 '백투더퓨처'라는 영화의 오마주가 눈에 띄는데, 영화를 보고 맷이 만든 시간 이동 장치가 정말로 작동하면서 둘은 2008년으로 돌아간다.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 위해 둘이 고군분투하다 제이는 맷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느낀 바를 털어놓는다. 사실 그동안 지지부진한 일상에 지쳐 너 없이도 잘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몰래 도망쳐 혼자 무대에 서려고 했다는 제이의 고백은 정말 진솔하고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제이의 배신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맷은 화가 나 홧김에 둘의 계획이 적혀 있는 보드의 작전을 지워버렸다. 그러고는 얼마나 잘 될지 보자며 자신만만하게 현실로 돌아왔지만 정작 잘 된 이는 제이 혼자였다.


영화 내내 한시도 떨어진 적 없던 두 사람은 막연히 서로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서로가 사라진 일상은 묘하게 어긋나 있고, 불행했다. 맷은 자신의 모든 말을 들어주고 같이 해주던 제이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꼈고, 제이는 늘 허황된 말만 하는 맷을 떠나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인기 가수가 되었지만 가장 기쁜 순간에 전화할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병맛과 개그가 어우러진 짬뽕에서 깊은 맛을 담당하는 것 역시 두 사람의 아이러니한 우정이다. 영화에 나온 회상 장면은 예전 '초고속 카메라' 개그처럼 일부러 말과 행동을 느리게 돌려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대사들이 묘하게 실제와 다르다. 회상하는 이의 감정이 섞여 상황이 왜곡되기도, 변질되기도 하는 것이다. 코믹하게 슬로우를 건 연출임에도 마음 한구석이 아프게 만드는 기가 막힌 연출이다.


'네가 없는 세계'라는 말은 이 둘에게 성립하지 않는 단어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성공하는 미래를 본 제이조차도 결국은 맷을 선택하고 그와 함께 초라한 너바나 더 밴드로 남는다. 세상이 정의한 '성공'보다 그들에게 더 의미 있는 것은 따로 있으니까. '나 너 때문에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였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는 말처럼 어떤 관계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게와 가치를 지니기도 하다는 걸 이 영화는 완벽하게 풀어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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