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火養映畵 토크] 서칭 포 슈가맨


[화양영화]는 매주 화요일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이번 3기는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양영화: 화요일에 영화를 즐기는 모임]

火養映畵 토크 - <서칭 포 슈가맨>

2021.04.06.

 

진행 이마리오 감독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더 블랙> 연출)

참가 몽상가, 슈가맨, 슈나드, 시수, 에드만, 오대수, 웅, 찬실,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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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리오 : 뭔가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제가 쭉 하는 자리는 아니고요. 다들 어떻게 보셨는지 편하게 얘기들을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 제가 얘기를 잠깐 하자면 저는 이번에 보면서 이 영화를 신영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워낙 좋다 보니 저는 ‘지금 내가 똑바로 살고 있나?’ 이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제가 20대 때 생각했던 삶에 대한 방향이 있었는데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가 마흔몇 살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영화였고요. 그 이후에 OST도 사고 지금도 가끔 집에서 들어요. 들으면서 이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개봉하고 관객이 엄청 많이 들진 않았지만 봤던 사람들은 굉장히 좋게 봤고요.

 

에드만 : 저도 보면서 너무 좋았어요. 보면서 자꾸 밥 딜런이 생각났고요. 굉장히 겹치는 부분이 음악적으로도 많았고요. 밥 딜런보다 로드리게즈의 가사가 훨씬 더 철학적이라는 느낌도 받았어요. 음반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새 LP가 유행인데 저 같은 경우는 연식이 좀 돼서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LP 다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도 듣고 있고. 잘 만든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편집을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이 편집이나 스토리 라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구상을 되게 잘하신 거 같아요. 너무 좋았습니다.

 

파이 : 어떤 장면이 인상 깊으셨어요?

 

에드만 : 처음이 제일 충격적이었어요. 무대에서 분신자살했다는 내용이요. 저는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언젠가 봐야지 하고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거든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히트 친 가수를 찾는 스토리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 얘기를 어떻게 끌고 갈까 굉장히 궁금했죠. 보는 중간에 살아있는 걸 알고 다행이었고요. 주인공이 자기가 쓴 가사처럼 사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대수 :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다고 나오면서 노래가 깔리는 연출도 좋았어요. 또, 영화 안에 장르가 다양한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 초반에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였다가 중간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다가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미국에서 가수로서 잘 알려지지 않았었고 나중에 자기가 남아공에서 유명하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전처럼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로드리게즈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 담고 있는 얘기도 많았고요.

 

파이 : 좀 더 기세등등해질 수도 있는데 말이죠.

 

슈가맨 : 남아공에 건너가서 스타처럼 살던가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슈나드 : 저는 중간에 이 영화의 장르가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극영화가 아닐까 하는 지점이 한 군데 있었어요. 벽돌공으로 인터뷰하시는 분의 과장된 제스처에서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의도해서 만든 모큐멘터리인 걸까 했는데 영화 내내 주인공이 만든 음악이 적재적소에 흘러나오잖아요. 잘 만들어진 음악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느꼈던 ‘가짜일까?’ 하는 의구심이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음악이 너무 좋으니까. 저에게 느꼈던 제일 충격적인 장면은 로드리게즈가 자신이 사는 집에서 등장하는 장면인데 그때도 이게 연기인가 생각했고요. (웃음) 그분이 되게 멋있게 코트를 딱 입고 중절모를 쓰고 걸어가는 모습을 카메라가 쭉 따라가잖아요. 거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앞에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가 그 지점이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순간이었어요. 이 영화의 장르가 중요하지 않겠다는 지점이기도 했고요. 이 영화를 보면서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장점보다는 음악이 너무 좋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마리오 : 아까 말씀하신 대로 편집에서 음악을 굉장히 잘 썼어요. 음악 없이 편집된 걸 보면 편집 굉장히 엉망이거든요. 근데 음악이 있으니까 그냥 붙어요. 원래 그렇게 붙이면 튀어야 되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왜냐면 음악이 그 역할을 중요하게 하고 있거든요.

 

웅 : 주인공이 남아공으로 가서 공연을 갔다 오는 스토리 자체는 98년도에 1차적으로 끝났잖아요. 과거의 이야기를 비교적 최근에 다시 발굴하고 만든 내용인데 영화 안에 음악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었고요. 편집, 구성 등 영화 전반적으로 감독이 음악과 가사에 대해 잘 알고, 그 부분이 내러티브 안에 잘 녹아들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사 또한 관객들에게 중요하게 전달하는 부분인 거 같은데요. 로드리게즈 음악이 밥 딜런 등 미국 포크 음악과 궤를 같이 하는 음악인 데다 가사도 굉장히 시적인데요. 로드리게즈랑 실제 만났으니까 그런 아름다운 가사를 쓸 수 있던 그 당시의 이야기나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지는 내용이었어요. 영화의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분이 어떻게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추리하는 방향으로 잘 갔는데요. 주인공이 실제 등장한 후에는 뭐랄까요, 가족들 위주의 인터뷰를 통해 일종의 성공 스토리처럼 훈훈하게 끝나니까 이분은 실제 미국 사람이지만 이분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남아공 사람들인데 남아공 사람들이 기대할만한 사람으로 마무리 짓는 거 같아요. 주인공의 음악 세계를 궁금하게는 해놓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거 같았고요. 특히 저는 가사에 대한 부분이 궁금했거든요. 이분을 추적할 때도 가사 속 단어를 가지고 추적을 하잖아요? 저도 어릴 때 가수들 좋아하고 지역 공개방송에 가수 보러 가고 사진 찍고 했는데요. 영화에 등장하는 남아공 팬인 기자, 레코드점 주인 두 분은 실제 통화도 하고 98년도 공연할 때 만났을 거란 말이죠. 그때도 그분들이 가수한테 정말 많은 걸 물어보고 싶었을 거 같아요. 그런 노래들을 어떻게 만드셨는지요. 물론 영화에도 노래가 남아공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저항정신이나 히피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미국에서 만들 때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얘기도 뒤에 나왔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그게 의도한 건지 아님 인터뷰에서 깊게 담아내지 못한 건지 그런 지점이 궁금했습니다.

 

파이 : 저한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로드리게즈가 남아공 공연에 갔을 때였어요. 가수와 관객 서로가 못 믿는 상황이잖아요. 관객은 가수가 살아있는지를 몰랐고, 가수는 나의 노래를 이렇게 좋아하는 관객들이 존재했는지를 몰랐고요. 제 가설은 그 공연을 하이라이트로 삼았기 때문에 가수의 음악 세계에 대한 깊은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게 아닐까 싶어요.

 

웅 : 그런 의도라면 공연 자체가 잘 보이거나 공연 실황이 제대로 담긴 영상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보면 편집을 아주 어렵게 한 거 같아요. 원본 안에서 덜 흔들리고 사람 얼굴이 잘 보이는 컷들을 찾아서 붙이는 식으로요. 노래 하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컷도 없어요. 홈비디오로 찍은 장면을 사용했고요. 분명히 방송사나 이런 데서 찍었을 텐데 촬영본을 확보하지 못한 건지 모르지만 공연 장면을 좀 더 멋있게 부각시킬 수도 있었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이마리오 : 보통 다큐를 만들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중에 결국 버리는 작업을 합니다. 아마 감독 입장에서 중요한 건 로드리게즈의 음악 세계라기보다 삶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사람의 삶이 잘 보여주냐 하면 그건 아니죠. 근데 현재 살고 있는 모습 보면 예전이랑 별반 차이 없게 살고 있지만, 이 사람이 빛나는 모습은 과거와 혹은 자식들을 통해서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결국 마지막 편집 단계에서 쳐냈을 거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해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간 것 같습니다. 영화 안에 연출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면 정확히 전달이 안 되는 영역이 생기기 때문에 아마 고민이 굉장히 많지 않았을까 싶어요.

 

웅 : 영화 속 일이 최근에 일어난 일이었다면 저분의 신상은 저희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지금 미디어 환경에서는. (웃음) 요즘 세상이다 보니까 더 그런 부분들이 궁금해지는 거 같아요.

 

슈나드 : 98년도의 공연 실황이 단편적으로 보여서 저에게는 더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과거의 음향시설이나 미디어 환경이 지금에 비견해서는 열악한 환경이겠죠. ‘슈가맨’이라고 불렸던, 죽었을 수도 있고 신비로운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사람이 남아공에 와서 공연을 했다는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 사람이 공연에서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냥 ‘공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전 좋았던 거 같아요.

 

시수 : 저는 일단 록 음악을 좋아하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생각이 났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콘서트 장면에서 ‘I wonder’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장면인데 저도 모르게 공연장에 있는 거처럼 감정이 이입되더라고요. ‘Cold Fact’, ‘Coming from Reality’ 두 개의 앨범 제목 자체도 가수가 현실에 대해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많이 느껴져서 저는 내일 이분의 노래를 많이 들어볼 거 같아요.

 

찬실 : 저도 노래 가사를 봤을 때 참 좋은 가사라는 건 느낌은 있었는데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저는 바로바로 받아들일 순 없더라고요. 이 노래들을 찾아보면서 가사를 저만의 방식으로 이해를 한번 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요즘 왜 우리나라에서 ‘역주행’이라는 흐름이 있는데 영화 내내 이게 제대로 된 ‘역주행’이구나, 영화 속 역주행을 당한 로드리게즈는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고요. 사람은 스스로 빛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누군가가 알아줄 때 빛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간은 좀 지났지만 누군가가 알아줘서 빛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거 같아서 앞으로 이 사람 여생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보다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몽상가 : 저는 음악과 주인공의 인생 자체에서 인생의 씁쓸함을 느꼈어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 1등이 되거나 유명하지 못한 사람들,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 누구나 해당하는 인생의 쓸쓸한 얘기들이 잘 우러나서 저는 좋았고요. 특히 다큐멘터리 장르에도 불구하고 되게 극적으로 스토리를 구성한 점이 되게 훌륭했어요. 앞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정작 그 본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마리오 : 아마 추측해봤을 때 주인공이 그런 얘기를 잘 안 했을 거 같아요. 영화의 인터뷰 장면에서 말하는 방식을 보면요. 남아공에서 한 콘서트 이후에 저널리스트가 인터뷰를 했는데 자기 얘기를 잘 안 했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면 결국은 이 주인공은 그런 부분들을 자기의 언어로 표현하진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용 구성할 때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설명한 것으로 추측되네요.

 

슈나드 : 주변 사람을 통해서 로드리게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오니까 다큐인데도 극영화적인 요소가 그 부분에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가수를 계속 추억하고 회상하는 게 주 내용이다 보니까 ‘죽은 사람이구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편집도 초반에 있었고요. 초반에 이런 노래를 했던 사람이고 그 사람의 노래가 어떻게 남아공이란 국가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추억하는 과정이다가 영화 속에 주인공이 실제 등장하고요. 과거 98년도 콘서트 장면에서도 인터뷰했던 사람들이 함께 나오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고 심지어 같이 공연도 했던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되니까 극적인 느낌이 더 풍부해지더라고요. 저는 촬영도 물론 그렇지 편집하는 과정에서 진짜 머리를 많이 쓰셨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 영화란 만드는 건 참 어려운 말이야. 보는 건 쉽지만. (웃음)

 

파이 : 우리가 어떤 스타를 볼 때 느끼는 낭만을 잘 활용했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들 애니메이션 장면들은 어떠셨어요?

 

에드만 : 멋있었어요. 공항이 정말 저렇게 생겼나 싶었을 정도로요. 처음에 애니메이션이 아닌 줄 알았어요. 저런 공항 생기면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파이 : 영화 초반에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어떤 남자가 거리를 걷는 장면이 나오고 이후에 실제 주인공이 거리를 걷는 모습이 연결되는 게 좋았어요. 그때 나온 노래가 ‘Street boys’였거든요. 이 사람의 음악 속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마리오 :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다큐는 촬영본이 있어야 하잖아요. 실제 촬영본은 98년도 공연, 현재 인터뷰들밖에 없어요. 촬영되지 않은 나머지를 이미지화시키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해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 재연, 인터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죠. 실제로 관객이 볼 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졌고요. 보통 촬영이 끝나면 편집 구성을 하는데 ‘이야기를 어떻게 붙일까’라는 고민에서 이 영화처럼 하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왜냐면 다큐멘터리라고 했을 때 ‘다큐는 현재 벌어지는 일을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게 다큐야?’, ‘왜곡한 거 아니야?’ 등 이런 공격이나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이제 그랬을 때 감독이 선택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서칭 포 슈가맨>은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다큐멘터리 작업이죠.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계획한 방향대로 작업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남아공에서 6개월 동안 촬영하고 편집을 하려다 보니 돈은 없었을 거고요. 실제 촬영 끝나고 3년이 더 걸렸어요. 3년 동안 편집하면서 예를 들면 디트로이트나 도시들이 멋있게 찍힌 장면들이 있잖아요. 나중에 돈 들여서 좋은 촬영 장비로 따로 찍은 거예요.

 

파이 : 빌딩 올라가면서 찍은 장면도요?

 

이마리오 : 디트로이트 자막 뜰 때 야경을 멋있게 찍은 장면도 있고요. 그런 이미지 숏들은 나중에 아마 영화제에서 지원을 받고 찍은 걸 거예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겠죠. 애니메이션 또한 돈이 엄청나게 드는 작업이거든요. 그렇게 오랜 시간 걸쳐서 완성된 영화에요. 한국에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가 없잖아요. 만약 한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다큐를 만들면 사람들이 ‘이게 다큐야?’하고 의문을 가질 텐데 사실 다큐멘터리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잖아요. 다큐도 극영화도 애니메이션도 모두 영화인데 다큐멘터리는 이상하게 현재를 담아야 하고 그게 아니면 거짓말이라는 시선이 존재하는 거죠.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렇게까지는 어려울 거 같아요. <서칭 포 슈가맨>은 독특한 작업인 거죠. 이런 다큐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많지 않아요.

 

슈나드 : 아까 이마리오 감독님이 영화 트시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해 ‘다큐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라고 생각하셨다는데 저도 가끔 다큐가 너무 지루하고. (웃음)

 

이마리오 : 지루한 것도 많아요. (웃음)

 

슈나드 : 가끔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몇 개가 있었어요. 근데 이 영화 보면서 다큐도 재밌을 수도 있구나 느꼈어요.

 

이마리오 : 예를 들어 본 영화의 소스를 가지고 지금의 이야기 구조 말고 다른 식으로 배치했다면 재미가 하나도 없었을 거예요. 굉장히 뻔하고 오히려 ‘이걸 내가 왜 봐야 하지’라고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저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지만 영화 창작자들이 만들었을 때 어떻게 하면 관객이 좀 더 쉽게 많이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해요. 근데 이제 이 작업 같은 경우에는 어떤 다큐멘터리라고 했을 때 가져야 하는 룰, 프레임에서 굉장히 자유로웠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감독이 스웨덴에서 배우를 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만약에 다큐멘터리 작업만 쭉 했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못 만들어요. ‘이렇게 하면 다큐가 아닌데?’ 하는 제약이 있었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네요.

 

웅 : 로드리게즈의 음악은 예술인데 이 다큐는 예술이라기보다는 재미있고 세련되게 잘 만든 쪽인 거 같아요. 상업적인, TV에서 많이 하는 방식으로요. 물론 구성이나 편집이나 이런 건 일반 방송보다 꽤 수준이 높은데요. 제목부터 <서칭 포 슈가맨>이고 중간에 피칭이나 펀딩이 되면서 구성이 바뀌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마리오 : 그랬을 수도 있죠.

 

에드만 : 저는 틀에 안 갇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없어도 충분히 감동적인 문학작품이나 영화들이 많거든요. 보고 난 후에도 마음속에 남고 울림이 있는데 누가 줄거리를 물어볼 때 말을 잘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10번을 봐도 그 즐거움을 제대로 말해줄 수 없는데 볼 때마다 감동이 다른 그런 작품들이 제겐 있거든요. 오늘 든 생각은 다큐와 극영화를 왜 나눠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하지만 않다면 (웃음) 재밌게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이마리오 : 저는 이 영화 보면서 한국의 음악 다큐멘터리들이 볼 만한 작품들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2년 전에 가수 김광석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는데 영화의 태도가 되게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영화가 재밌고 없고를 떠나서 김광석의 음악 세계나 삶이 아니라 다른 면에 더 관심이 있는 부분이요. 그런 태도가 마냥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지만 영화의 형식을 빌려와서 만들 뿐, 영화로서 보는 이유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아요. 다른 예로 가수 한대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인간에 대한 매력이 돋보이지 않아서 아쉬웠거든요. 혹은 해외 투어 공연 찍은 다큐멘터리 중에 재미없는 작품도 있고. 음악 다큐멘터리가 굉장히 찍기가 어려운 장르에요. 사실은 촬영을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운드에 대한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 특히나 라이브를 찍을 때가 그렇고요. 굉장히 어려운 장르기도 하지만 한국에도 김광석부터 시작해서 김현식 등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수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현재 가수 정태춘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작업 중이라고 하고요. 가수의 음악 세계나 삶에 잘 담아낸 그런 작품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정리 김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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