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글리 시스터> 리뷰 : 아름다움을 좇는다는 게 이토록 무서운 일일 줄이야


<어글리 시스터>

아름다움을 좇는다는 게 이토록 무서운 일일 줄이야


  타고난 미모(美貌)가 지닌 신성함은 유치하고 졸렬한 욕망 위에 그 존귀한 지위를 공고히 세운다. 모두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존중받으면 좋으련만 아름다움에 다가가려는 추(醜)한 여인들의 피 흘리는 노력에 코웃음 치듯 미(美)는 고상함과 순결함의 성역을 두텁게 쌓아 올린다. 비단결처럼 윤이 나는 피부와 머리칼, 어여쁜 이목구비와 굴곡진 몸매 그리고 이에 걸맞은 맵시 있는 자태. 시대와 국적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인물로서 기능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인성은 그들의 미모에 격을 맞춘 듯 하나같이 자애롭고 순진하다. 그저 예뻐지기를 바랐을 뿐인 이들은 가닿지 못하는 꿈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자로 몰려 아름다움의 정점에 선 여인의 주변에서 그녀의 미(美)를 선망하고 칭송해야만 한다. 들러리로서 주어진 역할에 저항이라도 하려 한다면 질투에 눈이 먼 못생긴 악당으로 격하시켜 버린다.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등급을 매기는 데 각고의 노력을 취하는 세상은 그의 편협한 시각을 넓혀볼 의지가 추호도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절이 흐르고 강산이 무수히 변하여도 아름다워지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여성들은 줄어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미모가 곧 무기이고 생존 수단인 세상에서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을 리가 만무할 테니.

 

  영화 <어글리 시스터>는 아름다움을 열망하다 파멸을 초래한 엘비라(레아 미렌)의 비극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경중을 울린다. 영화의 시작, 왕자 율리안(이사크 칼름로트)이 집필한 시집을 읽으며 그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상상하는 엘비라의 수줍은 미소에는 적어도 어린 소녀의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다. 좋아하는 상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 뺨이 발그레해지며 잔뜩 꿈에 부풀던 소녀는 외형의 아름다움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악에 받친 괴물이 되어간다. 왕국이 주최하는 무도회장에서 왕자를 사로잡기 위해 아름다워지려는 엘비라의 고군분투에 필자는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영화의 초반부는 엘비라의 미용 시술 과정이 주를 이룬다. (치아교정은 극의 시작 전부터 하고 있었고,) 살짝 굴곡진 콧등과 빈약한 속눈썹은 외과적 시술을 통해 매끈하고 풍성하게 가다듬는다. 카메라는 시술 중 엘비라의 코뼈가 부러지고 바늘이 눈가를 뚫고 지나가는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다. 엘비라가 시술대 위에 누워있는 동안 피가 튀기고 비명이 난무하는 장면은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마저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아름다움에는 고통이 따른다.’라는 병원 벽에 붙은 광고지는 엘비라의 마지막을 예견하는 것 같아 서늘한 공포심마저 엄습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날씬한 몸매를 얻기 위하여 촌충알을 삼키는 엘비라. 아름다움을 향한 엘비라의 폭주는 씁쓸하게도 요즘 시대와도 결을 같이 나눈다. 엘비라가 받은 미용 시술은 요즘 시대의 성형 수술과도 같고, 엘비라가 삼킨 촌충알에서 시중에 널린 다이어트 약들이 겹쳐 보인다.

 

  엘비라가 ‘사랑’이라는 욕망을 위해 아름다움을 갈고닦는 동안, 아그네스(테아 소피 로흐 내스)는 ‘당연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타고난 아름다움을 뽐낸다. 아그네스는 엘비라의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동화 <신데렐라>에서 엘비라가 계모의 딸이라면, 아그네스는 이야기의 주인공 신데렐라이다. 부모를 여의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모진 학대를 당하지만, 본디 귀한 태생은 숨길 수가 없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 온몸이 재로 뒤덮여도 그녀의 미모와 참된 인성은 가릴 수가 없고, 결국 하늘이 도와 왕자와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얻는 주인공이 바로 아그네스의 자리이다. 그래서일까. 오직 ‘아름다운 외모’를 얻기 위해 맹렬히 전진하는 엘비라의 행보에는 서러움이 깃들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은 재능이다. 중세를 배경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 여성이 힘을 얻으려면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주변에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미색을 지녀야 한다. 권세 있는 남성이 아름다운 자신이 간택당한 순간, 남성의 권세를 빌어 자신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결국, 아름다움을 향해 몸과 마음을 바친 엘비라는 비참하고 추악한 결말을 맞이하고 타고나길 미모가 출중했던 아그네스는 그녀가 원하는 바(왕자가 자신에게 반하여 청혼하는 것)를 생각보다 쉽게 얻어낸다. 주인공이 승리한 결말인데 왜 이리도 씁쓸하고 헛헛한 기분에 휩싸이는지. 어쩌면 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엘비라에게 공감해 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맞지 않은 구두에 기어이 발을 맞추려던 엘비라의 기행은 가히 충격적이다. 영화의 후반부, 엘비라가 자기 발가락을 도끼칼로 내려찍는 장면에서 영화 상영 시간 중 가장 깊은 침묵과 탄성이 동시에 터진다. 이 장면에 도달한 순간, 왜 이 영화에 대해 ‘바디 호러’라는 설명이 뒤따르는지 백번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엘비라의 괴이한 행동 끝에는 처절한 고통만이 남는다. 애석하게도 고통의 끝에 아름다움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다. 발가락이 잘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계단에서 구르다 얼굴이 찍혀 앞니는 깨지고 코뼈는 부러져 비뚤어진다. 단지 아름다움을 갈망했던 한 여인이 치러야 할 대가가 이렇게까지 끔찍하다니, 참으로 매정한 세상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엘비라에게는 동생 알마(플로 파게를리)가 있다. 알마는 만신창이가 된 엘비라를 외면하지 않고 그녀를 추슬러 함께 말을 타고 집을 벗어난다. 상처 입고 무너진 자에게 그 곁을 지켜줄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알아차린다. 앞으로의 시간이 절망과 후회로 가득할지라도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다면 필시 엘비라의 삶에 또 다른 아름다움이 깃들 것이다. 새로운 아름다움은 이전처럼 자기 자신을 갉아먹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부디, 엘비라가 알마와 함께 떠난 곳에 축복이 깃들길.


-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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